[뉴스1] 박정환
2015.09.04
[뉴스1] 박정환
우성 김종영, '모란'(위) 추사 김정희, '순로향' (사진제공 학고재)
"추사 김정희(1786-1856)는 '불계공졸'(不計工拙, 잘되고 못되고를 가리지 않음)로, 우성 김종영(1915-1982)은 불각(不刻, 조각하지 않은 듯한 조각)으로 두 사람 모두 '구조의 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동국 예술의전당 서예미술관 부장은 3일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연 '추사 김정희·우성 김종영'전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추사 김정희·우성 김종영전'을 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우성 조각의 뿌리에 추사의 서예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또 "추사와 우성은 모두 본질에 대한 탐구를 통해 얻은 단순함을 기초로 물질과 정신을 잇는 진리체계를 파악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특별전 '추사 김정희·우성 김종영: 불계공졸과 불각의 시공'은 오는 11일부터 10월14일까지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진행된다. 전시작품은 총 30여 점이다. 추사의 작품은 '자신불'(自身佛), '우향각'(芋香閣) 등이고 우성의 작품은 '자화상' 1점과 추상조각으로 '작품78-28', '작품78-31' 등과 같은 절대 추상의 나무나 돌조각과 서화작품이 전시된다.
추사 김정희는 '추사체'(秋史體)라는 고유명사로 불리는 글씨와 '세한도'(歲寒圖), '불이선란도'(不二禪蘭圖)로 대표되는 그림에 이르기까지 학자와 예술가로서 최고의 경지에 오른 조선 시대 인물이다. 또 우성 김종영은 한국 추상조각의 선구자이자 교육자로서 한국 현대조각사에 가장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작가다.
이동국 부장은 "‘우성의 불각은 '미는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에 내재하여 있는 형을 자연에 다시 되돌려주는 것이다'라는 의미로 추사의 불계공졸과도 맞닿는다"며 " 불계공졸은 추사가 작품 첫머리에 사용했던 문자도장의 글씨다. 통나무같이 고박(古樸, 고지식하고 질박함)하고 고졸(古拙, 예스럽고 어리숙함)한 사물의 본성(本性)을 그대로 드러내려는 의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동석한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실장은 "우성 김종영은 살아생전 추사를 존경하는 인물로 꼽으며 그의 영향력을 거듭 언급했다"며 "추사와 우성이 한자리에서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이슈거리다. 이런 유형의 성격을 가진 전시는 지금까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표면적으로는 여러 면에서 두 사람 간의 접점(接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두 사람은 시대도 장르도 다르다. 추사는 19세기 서예의 거장이고, 우성은 20세기 조각의 거장이다. 추사는 매사에 비분강개했는데 우성은 깊은 침묵과 관조로 일관해 성격적으로도 반대다"고 비교했다.
그러나 그는 "추사와 우성은 자연의 미를 찾아 동서와 고금을 주유하며 일생을 보낸 수도자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추사는 글씨의 근본을 집요한 추궁 끝에 서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서한예서'에서 찾아냈으며, 우성은 조각의 근본을 사물의 질서를 환원시켜낸 추상에서 찾아냈다"고 했다.
한국의 근현대 20세기는 흔히 식민지, 서구화로 인해 전통과의 단절의 시대라 이야기하고 있지만 두 작가의 작품을 통해 역사와 현대가 어떻게 만나고 재창조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김정희는 중국 서예, 김종영은 서구 미술을 수용하면서도 한국의 미와 정신을 담아 재해석, 국제적으로 높이 평가받은 공통점이 있다. 김정희는 24세에 '옹방강'(翁方綱, 1733~1818)이나 '완원'(阮元, 1764~1849) 등 당시 중국 주요 문인들과 사제 관계를 맺으며 그들이 꿈에서 보고 싶어 하는 인물로 꼽혔다.
김종영은 1953년 런던 '테이트갤러리'에서 개최된 '무명정치수를 위한 모뉴멘트' 국제공모전에 출품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해외 공모전에 입상하는 쾌거를 올린 바 있다. 올해 탄생 100주년으로 후배 미술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남긴 김종영은 예술에 입문하면서부터 서예에 조예가 있었으며 추사 김정희를 존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작가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추사가 살아생전 지인들과 주고받은 서신과 더불어 김종영의 드로잉과 서예 등을 함께 선보여 두 작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것이라고 학고재는 강조했다. 무료. 문의 (02)720-1524.
다음은 주요 전시 이미지다.
추사 김정희, '자신불' (사진제공 학고재)
추사 김정희, '순로향' (사진제공 학고재)
우성 김종영, '자화상' (사진제공 학고재)
우성 김종영, '작품 78-3' (사진제공 학고재)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