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 소개
갤러리 엠은 오는 12월 3일부터 2016년 1월 9일까지 일본의 젊은 작가 타케오 하나자와의 개인전 를 개최한다. 일본을 중심으로 해외 미술시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하나자와는 일본을 대표하는 젊은 현대미술작가 중 한 명으로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열리는 그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일본의 3대 미술대학으로 불리는 타마미술대학교 재학 시절, 학교에서 보낸 시간보다 세계적인 일본 작가 타카시 무라카미의 조수로서 보낸 시간이 더 많다는 작가는 한때 갤러리스트로서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작가로 이끈 질문은 "작가는 과연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그리고 그 고민과 생각들을 어떻게 표현해내야 하는가" 이다.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하나자와의 작업은 초기부터 현재까지 일정하게 한가지의 본질을 담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답은 작가가 다양한 시대와 문화(주로 영화, 그림, 문학) 속의 등장 인물들을 자유롭게 차용하여 지금 이 시대의 새로운 장면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하나자와의 작품은 동양과 서양, 고대와 현대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요소들이 항시 어우러져 있기에 그의 작품세계는 비교문화의 대화의 장(Cross-Cultural Dialogue)으로 소개될 수 있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 은 국내에서는 《The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저서로 잘 알려져 있는 체코 소설가 밀란 쿤데라(Milan Kundera)의 작품과 인터뷰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10여점의 회화와 조각 신작에서 ‘웃음과 침묵’에 대한 깊은 울림을 찾아볼 수 있다. 하나자와는 파티가 끝난 후의 순간을 사람이 아닌 개구리, 고양이, 새 그리고 미어캣의 시점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데, 이러한 동물이나 곤충을 마치 인간처럼 묘사하는 표현법은 일본 전통회화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기법으로 작가는 여러 문학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어 작업했다.
그의 신작 After the Dance의 파티가 끝난 후의 시점을 묘사하고 있다. 스피커 위의 개구리는 그 공간에 울려퍼지던 소리를 여전히 듣고 있는 것처럼 묘사되었는데, 이는 개구리와 소리에 관한 바쇼(일본 에도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의 하이쿠(*일본 고유의 단시형(短詩形)으로 세계에서 가장짧은 노래)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한 것이다.
또 다른 작품 속, 마치 밤새도록 파티를 즐기고 동틀 무렵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가는 사람처럼 표현되어 있는 조그만 달팽이는 조리스-까를 위스망스(Joris-Karl Huysmans)의 소설 《À Rebours 거꾸로》(1884)에서 영감을 얻어 소설 속 주인공 데 제쎙트(Jean des Esseintes)가 세상에 환멸을 느끼고 떠나는 모습을 작은 달팽이에 투영시켜 이미지화 한 작품이며, 전시작 중 난초사마귀가 동전을 낳는듯한 장면은 한스 홀바인(Hans Holbein)의 그림 (1526)와 스파이크 존즈(Spike Jonze) 감독의 * Adaptation(어댑테이션, 2002)에서 비롯되었다. (*어댑테이션은 주인공이 난초도둑이라는 소설을 각색하는 작업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사건들을 다루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아이콘이 이 시대의 이슈를 표현하고 있는 그의 작품세계는 도쿄의 알렉산더 맥퀸의 플래그쉽 스토어의 설치작품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15세기 일본의 수묵화 Hyōnenzu(조롱박과 메기, 일본 국보)에서 모티브를 얻어 제작한 이 샹들리에 작품은 거대한 메기가 일본의 밑에서 꿈틀거리는 것이 지진을 일으킨다는 이른바 메기토템을 차용한 것이다. 이 설화의 결말은 조롱박으로 거대한 메기의 머리를 눌러놓으면 멈출 수 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여전히 일본의 많은 지역에 조롱박그림을 붙여놓아 지진을 예방한다는 풍속이
남아있다. 이러한 고전에 착안하여 하나자와는 후쿠시마 지진 사태 이후 평화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일본의 설화에 나오듯 돌과 박모양 그리고 메기 조형물을 이용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를 일본을 대표하는 전통적인 아이콘 형상들을이용하여 현대적인 형태의 샹들리에 설치작업으로 선보였다. 그의 이러한 모티브는 이번 회화 신작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의 이번 전시는 옻칠로 작업한 스피커 위에 한국의 전통 도자 방식으로 구워낸 (-이를 위해 작가가 여름 동안 한국에 머물며 직접 도자 작업) 개구리 형상의 조각을 매치할 예정이며 8여점의 페인팅들과 함께 그가 직접 유약으로 드로잉을 입혀 구워낸 5점의 컵들이 전시될 예정이다.
다양한 종류의 매체를 이용하여 작품세계를 발전해 나가고 있는 타케오 하나자와의 국내 첫 개인전 작품들로부터 시공간을 뛰어 넘는 다양한 예술작품의 자취를 느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