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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인터넷 키워드, 물글씨로 흐르다…율리어스 포프 '대한항공 박스프로젝트'

2015.11.12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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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한공 박스 프로젝트 2015 2015-11-11

대형 컨테이너가 미술관을 장악했다. 높이 10m에 달하는 4개의 컨테이너는 소란스럽다. 일정한 시간에 맞춰 역동적인 기계음과 물을 쏟아낸다.

그런데 신기하다. 쏟아지는 물줄기는 짧은 순간 단어를 만들며 투두둑 떨어진다. 매번 다른 단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제2공항', '국정 교과서', '근현대사' 등의 단어가 스쳐간다. 신기루같은 '물 글씨'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펼쳐지는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의 세 번째 전시다.

'2015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작가로 선정된 이는 독일의 율리어스 포프다. 차세대 미디어 작가로 꼽히는 포프는 2012년 런던올림픽을 기념하는 작품 '비트.폴(bit.fall)'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다. 독일 라이프치히 시각예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뉴욕 현대미술관(2008), 리옹 현대미술관(2008), 빅토리아&알버트 미술관(2009), ZKM(2015) 등 해외 유수기관 기획전에 참여했다.

서울관에 선보인 이번 작품은 작가가 기존에 선보여왔던 '비트.폴' 시리즈 중 최대 규모의 현장제작 설치작품이다.

율리어스 포프 '비트.폴 펄스(bit.fall pulse)', 2015,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5-11-11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그동안 지속해왔던 인간의 정보 소비 방식과 그에 따른 문화의 변화에 대해 은유적이고 진보된 성찰을 한층 더 심화, 확장된 형태로 제시한다"고 밝혔다. "정보의 이미지를 시각화해 자연의 순환, 문화의 순환에 주목하고자 했다."

제목인 '비트.폴 펄스(bit.fall pulse)'는 데이터의 최소 단위 정보 조각(bit)의 떨어짐(fall), 즉 쏟아지며 짧은 순간만 존재할 수 있는 정보의 일시성과 세계적으로 빠르게 전파되는 정보의 활발한 맥(pulse)을 상징한다.

마치 바벨탑과 같이 쌓여진 작품은 잘 드러나지 않는 거대한 디지털 통신의 구조를 상징한다. 사회를 덮고 있는 미디어와 디지털 시스템이 과연 어떠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제공하며 확산하는지와 함께 이러한 필터링에 대해 자각 없이 수용하는 현대인에 대해 비판적이고 냉철한 시선을 제시한다.

인터넷 뉴스피드 게재 단어 중 노출 빈도수에 따라 중요도를 측정, 물 글씨가 될 단어를 선택한다. 물 글씨는 오늘의 주요 사건과 연루된 단어들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작가는 개별단어의 가치보다는 현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주목한다.

율리어스 포프 '비트.폴 펄스(bit.fall pulse)', 2015, 혼합재료, 가변설치 2015-11-11

작가는 "작품에선 웹사이트에서 자주 거론되는 문화 이슈의 언어가 떨어지게 돼 있다"며 "온라인에서 흘러가는 정보의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언어는 한국어, 영어, 인도어, 아랍어, 불어, 영어 등 8개 국어로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대한항공의 후원으로 열린다. 전시와 더불어 작품의 구상에서부터 제작, 설치 과정과 작가의 인터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이 전시장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는 서울관 개관과 함께 시작돼 2013년에는 한국 작가 서도호, 2014년에 아르헨티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리치가 선정된 바 있다.

'2015 대한항공 박스 프로젝트 작가'는 심상용(동덕여자대학교 교수), 정형민(전 국립현대미술관장), 니콜라 부리오(전 파리 미술고등학교 디렉터), 클라우스 부스만(웨스트팔리안 시립미술관 명예관장), 후미오 난조(모리미술관장)가 선정했다. 02-3701-9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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