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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10초 자동셔터의 부산물 사진들, 김진혁 ‘무보다 못한 것’

2018.12.06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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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진혁(24)의 개인전 ‘‘무’보다 못한 것’이 5일 서울 한강로 갤러리 가비에서 개막한다.

‘사진의 권력을 사진을 통해 벗어날 수 있을까? 이해하고 존중하고 사랑한다는 기만을 벗어나 너를 바라보고 담아낼 수 있을까?’(작업노트 중)

일련의 사진은 ‘작가’가 찍은 사진이 아닌, 10초마다 눌리는 자동셔터에 의해 기계적으로 얻은 ‘부산물’이다. 어떤 관념으로 대체하기에는 그저 알 수 없는, 불확실한 이미지에 불과하다. ‘무’로서 새로운 것을 담아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분명한 것은 이 사진들이 욕망을 가진 두 ‘존재’가 충돌한 흔적이라는 것뿐이다.

이 작업에서 작가와 모델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며 이미지 생산 주체가 되는 동시에 이미지에 재현되는 대상이 된다. 두 명의 작가는 그렇게 생산된 이미지가 담긴 네거티브 필름에 잘 지워지지 않는 유성매직을 가지고 무분별하게 칠하며, 이를 실험적 영상작업으로 확장시킨다.

주체와 객체가 구분되지 않는 기억의 이미지가 담긴 네거티브 필름은 그 위에 매직이 덧칠해지며 최초의 형상을 잃어가고 이러한 동작이 반복되면서 더 이상 이미지의 원형과 변형, 그리고 변형을 가져온 행위를 특정 지어 구분할 수 없게 된다.

작품을 구성하는 사진, 영상, 텍스트 중 영상작업은 원형과 변형, 내재성과 외압을 구분하는 유일한 단서가 될 수 있는 시간성을 가진 매체다. 작가의 작업에서는 두 명의 작가 개인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두 개의 채널로 구성돼 시간의 구분이 자유롭지 않다. 그 외의 시각적 단서로는 도서관 안에서 두 작가가 네거티브를 칠하며 훼손하는 모습과 실제로 해당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들이 책을 찾기 위해 배회하는 모습만 담겨있을 뿐이다.

이와 함께 작가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개인과 기억과 언어’를 주제로 작성한 텍스트를 시간순서와 상관없이 재배열한 텍스트 작업 역시 영상, 사진작품과 호흡을 맞춘다.

김진혁은 순환된 작업을 통해 하나의 기억이나 관념의 절대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의 대상에는 자신도 포함된다. 무엇인가를 안다는 확신은 어렵지만, 자신의 내적 문제에 한해서는 관대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이 언어와 이미지가 폭력적으로 작동하는데 시발점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 않은지 자문한다.

김진혁은 한국에서 태어나 12세부터 여러 나라를 전전했다. 서울을 기반으로 기록과 기억, 정체성의 작동을 주제로 작업하고 있다. 인천대학교에서 중국학을 전공했고,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비장소성에 대한 해체적 독법’을 주제로 영상문화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8 모스크바 국제사진상 파인아트 포트폴리오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2019 갤러리 가비 신진작가’로 선정돼 예술경영지원센터의 후원으로 이번 ‘‘무’보다 못한 것’을 연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 아카데미와 공익 사진집단 꿈꽃팩토리에서 수학했고 ‘A/S: 애프터 쇼’(서교예술실험센터) ‘생체실험실2018: ____의쇼윈도, 관음에동조하기’(룬트갤러리&인디아트홀공별관) ‘모스크바 국제사진상 수상자전’(모스크바 사진센터) ‘2015 서울사진축제’ 등에 참여했다.

전시는 12월28일까지 오전 11시~오후 6시에 관람할 수 있다. 일·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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