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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보자기 보따리 지고 전 세계 누빈 허동화 자수박물관장

2018.12.06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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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50년기념 '온 세상을 싸는 보자기' 발간
평생 모은 자수 등 5000여점 서울공예박물관 기증

허동화 박영숙 한국자수박물관 관장 부부.(한국자수박물관 제공)

보자기 보따리를 짊어지고 전 세계를 40년 넘게 누비고 다닌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 관장이 지난 5월24일 향년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허 관장의 평생에 걸친 자수 사랑을 담은 한국자수박물관 운영 50년 기념 문집이 발간됐다. 그는 문집 '온 세상을 싸는 보자기' 출판기념회를 지인들과 조촐하게 열고 그 다음날 세상을 떠났다.

허 관장과 부인 박영숙 여사(현 한국자수박물관장)는 1960년대 민화수집가 고(故) 조자룡 선생의 권유로 처음 자수 수집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한국 자수와 조각보의 매력에 빠진 부부는 50년 넘게 자수와 조각보의 아름다움을 알리는 데 평생을 바쳤다.

문집 발간 실무를 담당한 정병모 경주대 교수는 5일 문집 발매를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허 관장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민속품에서 보석같은 가치를 찾아냈으며 우리 규방문화의 세계화를 꾀한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자수박물관은 작은 사립박물관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55회에 걸쳐 자수와 보자기 전시회를 열었다.

허동화 문집 '온세상을 싸는 보자기'

지난 5월 허 관장의 별세 소식은 뒤늦게 알려졌다. 부고를 내지 말고 소박하게 장례를 치르라는 고인의 유언에 따른 것이었다. 장례비용도 박물관 두 곳에 기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영숙 관장은 이날 "당시 다들 도자기를 좋아하고 수집하고 했는데 우리는 돈도 없고 해서 뭘 수집을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때 조자룡씨가 자수를 수집해보라고 권유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우리나라 자수는 어느 나라와 비교해봐도 바느질이 월등하다"면서 "일본은 회화처럼 평면인 자수를 좋아하는데 그와 달리 우리 자수는 입체적이다. 조각보도 색의 배합이나 디자인이 똑같은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자기만의 디자인이 있다"고 했다.

허 관장의 문집은 한국박물관학회에서 허동화관장망백기념논문집 제작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허 관장의 요청에 따라 학계 뿐만 아니라 박물관계 인사, 문화계 인사, 재계 인사, 문인, 작가 등으로 필진이 확대됐고 책 제목도 '온 세상을 싸는 보자기 - 한국자수박물관운영50주년기념문집'으로 바꿨다.

총 7권으로 구성된 문집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일본, 호주, 미국, 루마니아 등 여러 나라의 박물관장, 큐레이터, 교수, 사진작가, 학자, 시인, 정치인 등 56명의 글과 작품이 담겼다. 이 책은 국공립 도서관과 박물관 등에 무상으로 배포할 예정이다.

허 관장이 평생을 바쳐 수집한 작품들은 이제 새 공간에서 관람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허 관장은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수집한 작품 5000여점을 새로 생기는 서울공예박물관에 기증했다.

박 관장은 "수집가에게 기증만큼 영광스러운 일은 없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기증된 유물들은 서울 종로구 안국동 옛 풍문여고 자리에 건립되고 있는 서울공예박물관으로 옮겨져 오는 2020년 5월부터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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