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작품 볼때마다 옷깃 여미고 싶다" 故 한묵 화백 첫 유고전

2018.12.12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서울시립미술관 한국추상미술 선구자 한묵 개인전 개막
부인 이충석씨 "자신에 엄격 혼자 작업 똑같은 작품 없어"
유작 엄선 130점 최대 규모전시...드로잉 37점 국내 첫 소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1일 고 한묵 화백의 부인 이충석씨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한묵 또 하나의 시 질서를 위하여' 개인전에 참석, 생전 한 화백의 작업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삶은 죽음 가운데 있고, 그래서 살고 있지않는가. 죽음은 누구나 만나는거다. 결국 죽음으로 가는 것 심각하지 않다."

2012년 백수(白壽.99세)에 개인전을 열었던 그는 100세를 앞둔 소감이 어떠냐고 하자 이렇게 말했다. "100살이니 90살이니 이런 생각하는게 없다"면서 "현재 살고는 있지만 또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 죽은 사람"이라며 작품처럼 독특한 말로 좌중을 쥐락펴락했다. 당시 10년만에 한국에서 전시를 연 그는 "내 그림이다. 좋다"며 기분좋은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1961년부터 파리에서 작업하며 10년마다 현대화랑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생로병사는 막을수 없다. 2016년 11월 1일, 102세때 누구나 만나는 죽음을 만났다. 프랑스 파리 생투앙 병원에서 숙환으로 타계했다.

한국추상미술 1세대 화가, 기하추상의 거장으로 불리는 고(故)한묵(본명 한백유)화백이다. 1914년 서울에서 태어난 한 화백은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를 졸업했다. 6·25 때 종군화가로 활동하면서 전쟁의 참혹함을 예술로 표현하기도 했으며 절친했던 이중섭을 청량리 병원에 입원시키고 사후에 시신을 수습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00세의 나이, 2012년 8월 서울 강남 신사동 갤러리현대에서 마지막 개인전을 열었던 한묵 화백이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었다. 2016년 11월 1일 파리에서 별세했다.

그의 첫 유고전이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열린다. 한묵 유작에서 엄선한 130여점을 전시한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전 시기, 전 장르의 작품을 조명하는 한묵 단독 최대 규모 개인전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37점의 드로잉도 공개됐다.

11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개막한 '한묵:또 하나의 시詩 질서를 위하여'전시는 부인 이충석(88)씨가 참석, 회한에 젖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부인은 "선생님 작품을 볼때마다 옷깃을 여미고 싶다"며 화백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부인은 "정말 숭고하지 않냐"면서 "선생님은 하나하나 작품을 할때마다 자기 자신에 엄격했다"고 설명했다. "모든 것은 내가 해야 한다고 했어요. 누구 한 사람 손댄 작품이 없어요."

그러면서 "평생 에뜨랑제(이방인)이었다. 한국사람으로서 외국에서 버틸려니 늘 에뜨랑제였어요. 작가는 작품이 이야기해야 한다며 그림에만 몰두한 사람이었어요. 작품 보시면 잘 아실것 같아요."

이번 전시는 한묵 화백이 이룩한 화업의 전체적인 모습을 조명한다. 서울시대와 파리시대로 구분하고 1950년대의 구상작업부터 시공간이 결합된 역동적 기하추상이 완성되는 1990년대 작업을 시기별로 분류, 작품 변화의 특징을 한눈에 볼수 있다. 현란하면서 역동적인 파동이 느껴지는 나선 같은 작품은 1970년대에 그려졌는데도 촌스럽지 않다고 획기적이고 독창적이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1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한묵:또 하나의 시 질서를 위하여'가 개막했다.

한 화백은 특히 우주공간에 대해 천착했다. 우주공간에 '미친'건 1969년 암스트롱의 달착륙 때문이었다. 인간이 달에 간다는 것. 충격은 3년이나 이어졌고 붓도 들지 못했다. 모든 작품은 자신이 직접해야 직성이 풀렸다. 2m 화면에 그려야할 원은 직접 제작한 콤파스로, 조수 한명없이 직접 그리고 칠해 우주를 암시하는 작품을 쏟아냈다.

2차원의 화면이 갖는 평면이라는 제약을 벗어나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새로운 4차원의 공간감을 구현하는데 집중했다.
속도와 시간이 문제였다. 지그재그 방사선이 도입되면서 70년대 이후부터 현재까지 이르는 '공간의 쏘노리테'(sonorite) 시리즈가 나왔다. '아뜨리에 17' 판화연구소에서 수학한 것을 계기로 우주적 공간으로서 4차원의 광활한 공간감을 화면에 담아내게 됐다.

부인 이충석씨는 "선생은 논문 발표하듯 작품을 발표했다"면서 "될때까지 했다. 살롱전에도 안냈다. 미래를 위해서 앞을보고 하신 작품"이라며 "똑같은 작품이 없다"고 말했다.

10년마다 개인전을 열어 작업실도 자주 이사하면서 생활고가 심했지만 작품을 파는 것에 냉정했다고 했다. 부인은 "제가 이런 얘기하기는 뭐하지만, 생전 선생님은 파는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여자가 정조를 판다고 했을 정도로 자기 작품에 철저했다"면서 그가 남긴 작품을 귀하게 여겼다.

순환하는 우주의 에너지가 느껴지는 '미래적 공간'을 창출한 작품은 지난 2016년 세계 미술계에 화제가 됐다. 부인은 2016년 한불수교 130주년으로 열린 이응로-한묵 2인전 에피소드를 전했다. "전시를 오픈한 날이 10월 24일이었는데 그 다음날 파리 퐁피두 관장과 뉴욕 모마 관장이 날아와 '왜 여태까지 이렇게 있었느냐' 했다더라"면서 "한묵 화백의 작품을 널리 알리고 전시할 미술관을 고향 서울에 지었으면 한다"고 바랐다.

부인은 "한 화백의 마지막 말씀은 평소에도 늘 그랬듯 붓 대들고 씩 웃고 가겠다고 했다"면서 '또 하나의 질서를 위하여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바친 한 화백의 작품을 이렇게 크게 전시해서 기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1일 '한묵 또 하나의 시 질서를 위한' 전시를 기획한 서울시립미술관 신성란 큐레이터가 전시장에 선보인 한묵의 1957년작 '가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한묵의 추상의 시기로 변모해 가는 시작으로 대상을 해체하고 재구성, 종합하는 입체파 경향이 나타났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신성란 큐레이터는 "한묵은 평생 동안 동서양의 세계관을 넘나드는 사유를 바탕으로, 시공간과 생명의 근원을 성찰하는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창조했다"며 "그의 회화는 화려한 원색과 절제된 기하학적 구성의 절묘한 융합으로 특징된다. 이를 통해, 작가는 무한히 순환하는 우주의 에너지를 화폭에 담아, 평면 밖으로 무한대로 퍼지며, 울림이 느껴지는 ‘미래적 공간’을 창출했다. 이는 색, 선, 형태라는 순수조형요소를 통해, 현상의 이면에서 보이지 않는 질서와 생명력의 실체를 구사하고자 했던 작가의 예술관의 발현"이라고 정의했다.

한편, 서울시립미술관 본관 1층 전시장을 모두 한묵 화백 개인전으로 선보인 이번 전시는 수년만에 이 미술관에서 여는 근현대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이어서 눈길을 끈다. 그동안 샤갈 피카소전등 블록버스트 전시이후 미디어아트전시를 주로 열었던 미술관의 새로운 변화다. 서울시립미술관측은 "지난해 최효준 관장 취임이후 근현대작가를 조명하자는 취지로 연초 기획된 전시"라고 밝혔다.

미술관에서 열리는 만큼 전시연계학술심포지엄도 마련됐다.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공동으로 2019년 3월9일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학술심포지엄을 마련, 한국미술사에서 한묵의 위상을 새롭게 정립할 예정이다. 전시는 2019년 3월 24일까지. 관람은 무료.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기자 = 11일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한묵 화백의 첫 유고전이 열리는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최근 강추위로 인해 전시장 벽에 가스 배관을 타고 물이 흐르고 있어 미술관 시설 관계자들이 모여있다. 미술관측 관계자는 2000년대 리모델링 한 미술관은 겨울이면 결로현상이 일어나고 있는데, 최근 추위속에 문을 닫았다가 전시 준비를 문을 여니 물이 샜는데 온기와 함께 물이 마르고 있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