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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마리 관장 "한국작가 외면? 해외미술계와 단절시키고 싶은건가"

2018.12.10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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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임기 마치는 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관장
"세계적 미술관 되려면 안정성, 연속성 필요해"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첫 외국인 수장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52)이 13일 3년 임기를 채우고 물러난다. 임기를 일주일 정도 남겨둔 지난 6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집무실에서 만난 마리 관장은 한국에서의 3년을 가장 열정적인 시간으로 기억했다.

마리 관장은 먼저 "국립현대미술관에서의 지난 3년은 제 커리어에 있어 가장 열정적이었던 시기였다. 매우 소중하고 활기찬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며 소감을 말했다.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관장으로 7년동안 일하는 등 미술관 일에 정통한 그였지만 한국에서의 3년은 다른 곳에서보다 바쁘게 그리고 빠르게 지나갔다. "월요일 아침 출근했다고 느끼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금요일 저녁일 정도로 한국에서는 다른 곳에서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며 웃었다.

취임 직후부터 임기가 끝날 때까지 첫 외국인 관장에 대한 일부 한국 미술계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한국 미술의 정체성을 세워야 하는 국립미술관에 외국인 수장이라니', '한국어 공부는 왜 안하나', '국립미술관에서 한국 작가들은 홀대하고 외국 작가 전시만 한다', '3년간 딱히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다' 등등….

마리 관장은 한국 작가들의 외면했다는 비판에 대해 "외부에서 이런 의견을 듣게 되면 가끔은 '한국 미술을 해외미술계와 단절시키고 싶어한다는 의미일까'라고 생각하게 된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런 의견에만 귀를 기울이면 한국은 해외미술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한국미술계도 해외미술계와 연관성이 떨어지고 고립되는 것이어서 좋은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미술의 세계화 등 성과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임 기간 동안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술관과 대규모 조직이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이해한다면 달라질 수 있는 이야기"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술관 직원들과 함께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심어놓은 것들이 있고 내년 전시도 많이 확정된 상태"며 "곧 더 큰 성과들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리 관장은 그 예로 현재 과천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명' 전과 22일 개막하는 '마르셀 뒤샹' 전을 들었다.

"문명전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최하고 향후 수출하게 되는 전시의 좋은 예이다. 들여오는 전시가 아니라 직접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해 밖으로 내보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전시"라고 설명했다.

또 "(뒤샹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필라델피아 미술관은 제가 20년 가까이 잘 알고 있던 곳이고 뒤샹 순회전이 일본에서 개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국으로 작품을 가져오는 데 자금적인 메리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안하게 됐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뒤샹의 대표작 '샘', '큰 유리' 등 150여점을 선보인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6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8.12.6/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마리 관장은 베니스비엔날레 스페인관 큐레이터, 바르셀로나현대미술관 관장,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 회장 등을 거쳐 2015년 12월14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으로 취임했다.

마리 관장은 여러차례 공식적으로 연임 의사를 밝혔지만 지난 9월 연임불가 통보를 받았다. 당시 그는 출입기자들과 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연속성과 안정성이야 말로 미술관의 성공조건이라는 것이 저의 변함없는 신념이며 국립현대미술관에서도 향후에 이런 조건이 갖춰질 수 있길 기대한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3년마다 공공미술관 관장이 교체되면 일관된 정책을 수립하고 이어나갈 수 없다며 짧은 임기 문제를 여러차례 언급했다. "해외로 수출하는 문명전 같은 경우 굉장히 빠른 시간 내에 준비했는데도 3년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소장품의 질적 개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3년에 한 번씩 기관장을 교체하면 일관된 수집정책을 수립할 수 없다. 공공미술관은 아주 느린 속도로 소장품 규모를 키워가야 하는 동시에 분명한 가이드라인과 목적이 수반되어야 한다"며 "소장품의 수로 미술관을 판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답했다. 또 몸집이 커지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연속성, 장기적 관점의 전시기획, 전문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마리 관장은 한국에서 일하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을 한국어를 배우지 못한 것을 꼽았다.

그는 "한국어가 복잡한 면도 있지만 모든 관심이 미술관에 쏠려야 할 정도로 굉장히 업무량이 많았다는 것이 한국어를 배우는 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며 "저의 뇌의 모든 뉴런을 미술관에만 집중했다고 생각해주면 좋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마리 관장은 "쉽지 않은 저의 요청들을 현실화하기 위해 노력해 준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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