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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피플]청와대 文-金 벽화작가 "정치색? 아냐"..반응 각양각색

2018.12.28

[머니투데이] 김성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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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그래피티 작가 심찬양 "예상못한 선물처럼 보는이 기분 좋길"

청와대 사랑채 앞 대형벽화 '어깨동무'/머니투데이

"등 뒤에 안 좋은 기운을 느끼면서 그림을 그린 건 처음이었죠. 하하."

그래피티·벽화 아티스트 심찬양씨(29,별명 로얄독)는 여느 때처럼 작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19일 청와대 사랑채(방문자센터) 앞마당. 심씨는 청와대 초청으로 이곳에 대형벽화 2점을 그렸다. 첫 그림인 가로 9m, 높이 5.3m의 '안녕'이 완성도 되기 전 화제가 됐다.

4월27일 판문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는 역사적 장면이었다. 북한 지도자의 모습이 전시되기 때문일까. 이 사실이 보도되자 탐탁지 않아하는 이들이 있었다. 사람들이 현장에 모였고, 일부 격한 반응도 들렸다. 이 그림은 청와대가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답방을 준비하는 결정적 증거쯤으로 여겨졌다.

작업 막바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그는 생전 처음 맞닥뜨린 반응에 "이해가 잘 안됐다"라고 했다. "정치성향을 드러내려고 기획한 그림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윤영찬(왼쪽 두번째부터) 국민소통수석, 김의겸 대변인, 고민정 부대변인이 21일 오전 청와대 사랑채에서 개막한 청와대×아티스트 콜라보展 “어서 와, 봄” 전시장을 방문하여 그래피티 아티스트 심찬양(왼쪽) 작가의 '환대'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18.12.21.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그림은 청와대가 2030 세대 젊은 작가 5명과 1개 팀을 초청한 '어서 와, 봄' 전시의 일부다. 청와대는 젊은 작가들과 '콜라보'(콜래버레이션·협업) 방식을 택했다. 4·27 판문점 장면을 선택한 것은 청와대와 심 작가의 콜라보 결과다. 청와대가 요청한 주제는 환대. 그는 여러 소재를 구상했지만 딱 들어맞지 않았다. 그러다 청와대에서 이 장면을 제시했다.

"한 번에, 좋다고 생각했다. 저 두 정상을 그리는 기회도 쉽게 오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의미있고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주제는 환대, 그림의 제목은 '안녕'으로 정했다. 작업은 지난 6일부터다. 둘쨋날인 7일 오후부터 평소와 다른 일이 생겼다. 오전 11시경부터 작업을 시작하면 등 뒤로 사람들이 모였다. 저마다 한 마디씩 하는 게 들렸다. 목회자로 보이는 남자도 있었다. "문재인!" "회개하라!" 같은 말도 이따금 들렸다고.

격한 반응은 말에 그치지 않았다. 검게 칠한, 찢어진 옷을 입고 그림 속 인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이들은 그때마다 주변 경찰들에게 제지 당했다.

심찬양 작가/본인제공

심 작가가 위축되기만 했을까. 아니, 오히려 한창 주목받는 젊은 아티스트에게 소중한 경험이 됐다. 그는 "두 정상의 만남이 좋고 싫고를 가를 수 있는 게 아니라 생각했다. 당연히 좋은 에너지를 가진 장면"이라며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분도 많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어 "생각차가 이렇게 클 수 있구나 하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긍정적 효과도 봤다. 사실 청와대를 찾은 방문객 상당수는 그림에 호감을 보였다고 한다. 온라인과 SNS 세상에선 관심이 쏟아졌다. 그림을 완성도 하기 전이다.

"그래피티의 가장 큰 매력은 내가 마음먹지 않았을 때도 확 들어오는 것이다. 예상치 못한 선물이 기분 좋은 것처럼. 이 그림 보는 분들이 '아, 좋은 날이네' 하는 기분을 느꼈으면 한다."

◇'한복입은 흑인'으로 화제= 심 작가는 경북 김천에서 1989년 태어났다. 순전히 그림이 좋아 그래피티 작가가 됐다. 2016년 9월, 본고장 그래피티를 배우려고 간 미국 LA 등지에서 '한복 입은 흑인 여성'을 그렸다. 이게 인생을 바꿨다.

"그래피티는 '미국이 원조'라는 생각에 갔다. 그런데 그곳 친구들이 오히려 나를 특별히 여겼다. 지구 반대편 한국사람이 한국적 색을 가지고 그래피티를 하니까 너무 재밌다고 하더라. 한국적 그림을 그릴 때 이 친구들이 '너무 좋다' 하는 걸 느꼈다. 이게 내 무기구나 생각했다."

'한복 입은 흑인' 연작은 그렇게 태어났다. 세번째가 샌프란시스코였는데 '너는 복이 될 지라' 라는 글귀와 함께 그린 이 작품이 샌프란시스코 지역신문에 보도됐다.

심 작가가 미국에 그린 '한복입은 흑인' 벽화'중 하나./본인제공

그는 미국 유명가수 리한나가 한복을 입은 모습도 벽화로 남겼다. 리한나의 팬들이 그림을 앞다퉈 SNS에 올렸고, 리한나 본인도 그걸 본 뒤 심 작가 트위터를 팔로우하기에 이른다. 실제 힙합 문화의 한 분야인 그래피티는 작가 중 흑인(아프리칸 아메리칸)이 많다.

◇靑 의뢰, '환대' 주제로 안녕·어깨동무 2점 작업= 한복입은 흑인은 청와대 앞에도 있다. 문제작 '안녕' 옆 가로 6m 높이 5.3m의 또다른 그림 '어깨동무'다.

각각 6세, 9세, 18세의 다문화 가정 소녀들이 한복을 입었다. 모두 실제인물. 어머니는 한국사람, 아버지의 피부색은 각각 블랙(아프리카계), 브라운(중남미), 화이트(백인)인 세 가정의 아이들이다. 셋의 피부색이 미묘하게 다른 점도 감상 포인트다.

전시를 기획한 최해선 청와대 행정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녕을 기원하고(안녕),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미래세대의 '연대' 의미를(어깨동무) 담았다고 설명했다.

환대, 안녕, 어깨동무는 심 작가가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에게 한국은 자랑스런 나라이지만 '집값'이 초·중학생까지 부담을 주는 상태다. 좋은 집에 살기 위해선 좋은 직장을, 좋은 직장에 들어가려면 좋은 학교를 가야 한다는 고민이다. 심 작가는 좀더 자유롭게, 하고싶은 것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는 나라였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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