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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50년 뒤 대중이 관심사"…최대 규모 '뒤샹 전' 개막

2018.12.21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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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50년 맞아 대표작 '샘' 등 150여점 전시
평범한 기성품 새롭게 배치해 예술의 정의 뒤집어

'에로즈 셀라비로 분장한 뒤샹', 1921, 만 레이, 젤라틴 실버 프린트, 17.8x13.3cm, Philadelphia Museum of Art, Library and Archives: Gift of Jacqueline, Paul and Peter Matisse in memory of their mother Alexina Duchampⓒ MAN RAY TRUST/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예술가라면 진정한 대중이 나타날 때까지 50년이고 100년이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바로 그 대중만이 제 관심사입니다."

올해는 현대예술에 변혁을 일으킨 작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1968)이 세상을 떠난지 꼭 50년이 되는 해이다.

현대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의 사후 50주년을 기념한 최대 규모의 회고전이 서울에서 22일 개막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대표작이자 최대의 논란을 일으킨 남성용 소변기를 활용한 '샘'부터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 첫번째 레디메이드(ready-made) 작품 '자전거 바퀴'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뒤샹은 25세에 회화와 결별하고 평범한 기성품을 예술적 맥락에 배치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레디메이드' 개념을 만들어 예술의 정의를 뒤집었다.

뒤샹의 이러한 예술에 대한 생각은 그가 1916년 1월 여동생 쉬잔에게 쓴 편지에도 잘 드러난다. 그는 이 편지에서 "자, 네가 내 작업실에 갔다면 그곳에서 자전거 바퀴와 병걸이를 보았겠지. 나는 이것을 레디메이드 조각품이라고 생각하고 구입했다"라고 말하며 처음으로 레디메이드라는 용어를 소개했다.

뒤샹은 기존 미술계에서 중요하게 여겼던 원작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사물이 일반적으로 있어야 할 곳을 벗어나는 것을 레디메이드에서 있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복제품에 행복한 마음으로 서명했다고 한다. 뒤샹의 이런 생각 때문인지 현재 '샘'이나 '자전거 바퀴' 등은 첫번째 제작한 것들이 남아 있지 않다.

이번 전시를 협업한 미국 필라델피아미술관 티모시 럽 관장은 20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뒤샹을 이해하지 않고는 현대미술을 이해하기는 어렵다"며 "그가 남긴 유산이 과연 유용한 것인지 아닌지 대해서는 아직 토론의 여지가 있겠지만 결국 무시할 수 없는 것은 그가 남긴 유산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뒤샹은 자신의 작품이 한 기관에 소장되기를 원해 작품의 복제, 전시, 소장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고 그의 핵심 후원자였던 루이즈와 월터 아렌스버스 부부의 도움으로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작품 다수를 기증했다.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 2)', 1912, 캔버스 유채, 147x89.2cm, Philadelphia Museum of Art: The Louise and Walter Arensberg Collection, 1950 ©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샘', 1950(1917년 원본의 복제품), 자기(磁器) 소변기, 30.5x38.1x45.7cm, Philadelphia Museum of Art: 125th Anniversary Acquisition. Gift (by exchange) of Mrs. Herbert Cameron Morris, 1998 © Association Marcel Duchamp / ADAGP, Paris – SACK, Seoul, 2018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 전시 전경

회화, 레디메이드, 드로잉 등 150여점과 아카이브를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뒤샹의 삶의 여정에 따라 총 4부로 나눠 작품의 변화를 보여준다.

1부 '화가의 삶'에서는 작가가 청소년 시절부터 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 등 당시 프랑스의 화풍을 공부하며 제작했던 그림과 드로잉을 선보인다. 특히 뉴욕 아모리 쇼에 전시되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1912년 작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No.2)'를 만나볼 수 있다.

2부 '예술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에서는 뒤샹이 회화 기법과 화가라는 직업을 포기하고 예술가로서 작업하는 새로운 방식을 창안했던 1912년 가을 이후의 시기를 조명한다. 이곳에서는 그의 대표적인 레디메이드 작품 '자전거 바퀴'와 '샘' 등을 소개한다.

3부 '에로즈 셀라비'는 1920년대와 1930년대 뒤샹이 에로즈 셀라비라는 여성 자아를 만들어 새로운 예술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시기를 조명한다. 또 작품의 미니어처 복제판을 담은 이동식 미술관 '여행가방 속 상자' 2개(국립현대미술관, 필라델피아미술관 각각 소장)를 선보인다.

4부에서는 뒤샹이 마지막 작업으로 알려진 '에탕 도네'를 제작하며 남긴 스터디 작품 등 뒤샹의 아카이브를 보여준다.

특히 필라델피아미술관에 영구 설치된 조각-건축물 '에탕 도네'와 소재의 특성상 이동이 어려운 '큰 유리'를 디지털 방식으로 구현한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뒤샹의 삶과 작품에 영향을 준 사진작가 만 레이, 건축가 프레데릭 키슬러, 초현실주의 작가 앙드레 브르통, 영국 팝아트의 거장 리처드 해밀턴 등 다양한 예술가들과 생전 협업 모습도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4월7일까지 이어지며 다양한 체험프로그램과 학술 대담회 등이 열릴 예정이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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