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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고영훈 화가 "공간과 시간을 넘어··· '나'를 발견한 작업"

2014.05.28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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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에 대해 설명하는 고영훈 작가 /사진=이언주 기자

"더 이상 닮게 그리는 것은 관심이 없습니다. 실체를 알고 싶고, 결국 나를 알고 싶은 거죠."

사진인지 그림인지, 20대로 보이는 잘 생긴 청년의 얼굴에 눈이 간다. 감탄을 자아내는 또렷하고 사실적인 표현을 막상 가까이 들여다보니 그림이다. 나란히 걸린 또 다른 캔버스에는 희끗희끗한 머리카락과 수염의 남자가 보인다. 두 작품 사이에는 흐릿한 얼굴이 있는데, 누군지 알 수 없어 환영 같기도 하고 두 사람을 적당히 닮은 또 다른 누군가 같기도 하다.

이 초상화 연작은 40여 년간 하이퍼리얼리즘 회화의 대표작가인 고영훈 작가의 '세대'(Generation)라는 작품이다. 청년은 작가의 둘 째 아들이고, 나이든 남자는 작가 자신이다. 지금껏 사물을 주로 그렸던 그는 아들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자신을 다시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하이퍼리얼리즘은 사진처럼 극명한 사실적인 표현과 구성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극사실주의, 슈퍼리얼리즘, 포토리얼리즘 등으로도 부른다. 고 작가는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꾸준히 '돌'을 그렸다. 펼쳐진 책이나 신문 위 허공에 사실적으로 치밀하게 묘사한 돌을 띄운 그림을 그린 것으로 유명하다. 이 '돌 시리즈'를 가지고 한국 화가로는 처음으로 베니스비엔날레 참여해 주목받은 바 있다.

세월과 함께 조금 달라진 그의 작업을 볼 수 있는 8년만의 개인전이 한창이다. '있음에의 경의'라는 제목으로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다음달 4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도자기 시리즈와 책과 꽃 시리즈 등 신작 40여 점을 소개한다.

달 항아리와 사발, 꽃 등 작품을 감상하다보면 공간과 시간을 초월해 미지의 어느 시점에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치유와 위로를 얻게 된다.

고 작가는 "지금까지는 실재하는 걸 친절하게 보여주는 데 매달렸지만, 이제는 환영도 그 자체의 현실로 받아들이게 됐다"며 "예전엔 실물을 똑같이 그리는 데 집착했지만 이제는 닮게 그리고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만든다는 생각으로 작업한다"고 말했다.

도자기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실물보다 더 사실적인 백자가 있는가 하면, 형상이 뿌옇게 흐려져 마치 진공상태에 떠있는 것 같은 그림도 있다. 혹시 세월 탓에 시력이 나빠져서 그런 걸까. "실제로 눈이 나빠졌어요. 어느 날 작업하다가 안경을 벗으니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거에요. 작업할 때 여러 개의 안경을 돌려써가며 그리고 있지만, 걱정은 안 합니다. 흐리게 그리면 되니까요. 허허."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중인 고영훈 작가의 작품 '세대'(Generation) 1-The Father, 2-Ko, 3-The Son /사진=이언주 기자

고영훈 '세상천지 1, 2, 3'가 걸려있는 가나아트센터 전시장 /사진=이언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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