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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5월30일 음악감상실 세시봉은 떠들썩했다. 한국 최초의 누드 퍼포먼스가 열리고 있었다. 정강자, 정찬승, 강국진이 함께 한 '투명풍선과 누드'. 당시 핫했던 존 케이지의 음악이 배경으로 흘러나왔다. 두 남자(정찬승-강국진)가 여자(장강자)의 옷을 찢으면 관객들이 정강자의 상반신에 투명 풍선을 붙인 후 다시 풍선을 터트리는 행위였다. 일상의 몸을 작품에 도입해 에술과 일상의 경계를 허물고자 하는 퍼포먼스였지만 세간의 관심은 벗은 몸에만 집중됐다. 지금 시대에도 파격적인 이 퍼포먼스는 한국 현대미술사에 故 정강자(1942-2017)의 이름을 새긴 파격 이벤트였다. 故정강자는 이름처럼 남성 작가들보다 더한 '강자'였다. 1960~70년대 전위적 실험미술을 이끌며 미술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행보는 퍼포먼스 도중 경찰에 연행되거나 첫 개인전 '무체전(無體展)'은 강제 철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속적으로 경직된 사회 분위기와 규제속 한계를 뚫으려 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3.04.07
“우리는 정말 모네나 피카소의 작품을 보러 전시에 가는 것일까요? 아니면 모네·피카소라는 브랜드를 소비하는 것일까요?” 마티스와 모딜리아니 '나부' 작품을 '19금 만화'같은 누드화로 그려낸 사이먼 후지와라는 당당했다.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위해 내한한 그는 18세기~20세기 회화, 영상, 설치 작품으로 둔갑한 그의 만화 캐릭터 '후더 베어(Who the Bær)'의 정당성에 대해 논리력을 과시했다. "후가 봤을때, 19세기 작품들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노란 침을 흘리는 듯한 긴 분홍 혀를 가랑이에 낀 채 나른하게 앉아 화면 밖을 쳐다보는 여성 누드화 앞에서 그가 되레 물었다. 그는 "여성 모델들이 의자나 카우치에 나체로 늘어져 있는 모습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할거 같다"면서 "왜냐면 여성을 그렇게 대상화 하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니까요"라고 말했다. 명작이지만 달라진 시대에 부응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그는 인터넷 시대에 맞춰 '패스티시(pastiche·명백한 모방)와 콜라주 작업으로 이들을 업데이트했다. "이를테면 젠더를 가지고 장난을 치거나, 관객에게 윙크를 하며 좀 더 소통을 한다던지 하는 방식이죠." 과거의 명작을 로맨틱하게만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지적으로 분석하며 모순점을 꼬집는다. 자신의 아바타인 만화 캐릭턱 '후(Who)’의 세상을 통해서다. 그의 말을 들으면 진짜 세계와 가짜 세계가 뒤섞여 헛갈릴 정도다. 만화같은 그림이라고 무시하면 큰 코 다친다. 현재 사이먼 후지와라는 전 세계 미술시장을 누비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무엇이든 무한 변신하는 그의 캐릭터 '후'때문이다. 덕분에 '후지와라'도 이름처럼 어디서든 '후지, '와라'며 러브콜이 뜨겁다. 1982년 런던에서 출생한 일본계 영국 작가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했다. 이후 프랑크푸르트 슈테델슐레 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과를 졸업했다. 베를린에 거주하며 작가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1년 밀라노 프라다 재단에서 열린 개인전(Who the Bær)에서 첫 선을 보인 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국내에서도 그해 아트부산에서 참가한 애쉬더 쉬퍼 갤러리에서 내놓은 작품은 품절사태를 빚기도 했다.
[뉴시스] 박현주 | 2023.04.05
호리아트스페이스는 오는 22일까지 '주사기 작가'로 잘 알려진 윤종석 작가의 신작 개인전 '창백한 푸른 점'을 개최한다. 윤종석은 주사기 통에 아크릴 물감을 넣고 짜내는 방식으로 1~2mm의 작은 점을 화면에 끝없이 찍는 행위로 작품을 완성한다. 전시 제목은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의 저서 '창백한 푸른 점'을 모티브로 한 것으로, 이 점은 1990년 2월14일 보이저 1호가 촬영한 '0.12화소에 불과한 작은 점의 지구 사진'을 비유한 것이다. 작가는 칼 세이건의 말처럼 그 작은 점에서 살아온 모든 이의 인생을 수많은 점으로 기록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한쪽 벽면 전체를 채운 '여자의 일생(0907-어머니)'이 선보인다. 작가 어머니의 일생을 한 폭에 담은 작품으로 가로 255.7cm, 세로 318.6cm의 크기다. 나뭇가지처럼 뻗은 황금 줄기에 여러 모양의 저울이 달렸고, 곳곳에 어머니와 연관된 소재들이 있다. 운동회에서의 독보적인 달리기 실력은 바통, 유독 좋아했던 동백꽃과 평소 즐겼던 소주잔, 식당 일을 오래 했던 고단한 삶의 일상은 요리용 칼 등으로 표현됐다. 전시장 전체 벽면은 전시명처럼 푸른 청색 빛이 스민 검은색으로 칠해져 관람객의 집중도를 높인다.
[뉴스1] 김일창 | 2023.04.03
페이스갤러리는 도예와 조각의 경계를 넘나들며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는 중국 작가 류젠화(Liu Jianhua)의 개인전을 오는 29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1977년 중국 도자 생산의 중심지인 경덕진에서 견습생으로 일한 이후 50여년 동안 다뤄온 '도자'라는 재료에 대한 작가의 오랜 탐구와 기술적 숙련도에 초첨을 맞췄다. 이를 위해 'A Unified Core'(2018)와 'The Shape of Trace'(2016~2022), 'Blank Paper'(2009~2019), 'Lines'(2015~2019)가 전시 작품에 포함됐다. 작가는 조각과 설치 작업을 통해 축적과 일시성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도자와 발견된 오브제(Found object), 공산품, 폐기물 등 다양한 재료를 매개로 중국의 역사·문화와 조응하는 방법을 탐구한다. 작업의 주 소재인 도자는 오랜 전통을 지닌 중국의 도자 예술과도 연결되나, 여기에서 나아가 세계화의 맥락 안에서 동시대의 발전 양상을 보여주는 지표로 기능하기도 한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일련의 작업들은 최근의 활동에서 드러나는 '형태'와 '추상성'에 관한 류젠화의 철학적 접근 방식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는 2008년부터 이전까지의 작업에서 중심을 이루었던 사회·정치적 주제에서 벗어나 단순하고 순수한 형태를 탐구하기 시작한다. 이런 변화는 작업을 통해 중국 시각문화의 역사를 재사유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는데, 종이처럼 얇은 백자 조각이 벽에 걸려 있는 형태로 구성된 'Blank Paper' 연작은 이 변화의 시작점에 있는 작품이다. 나선형 리본 모양의 도자 조각이 마치 낙서처럼 벽에 자유롭게 걸려 충돌하는 에너지를 발산하는 'Lines' 연작 역시 변화의 연장 선상에 있는 작품들이다. 그의 최근 연작 'The Shape of Trace'는 역사 속 인류 문화 발전의 다양한 양상을 탐구하는 작업으로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만한 또 다른 하이라이트다. 류젠화는 오는 7일 개막하는 제14회 광주비엔날레에서도 본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갤러리치로는 오는 22일까지 권지안(솔비)의 개인전 '나 자신'(Moi-MÊME)을 개최한다. 권지안은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과 음악, 일상' 3색(色)의 삶을 담은 지난 10년간의 여정을 공개한다. 최근 출간한 두 번째 에세이 '나는 매일, 내가 궁금하다'와 맥을 같이 한다. 방송인 유재석은 "우리는 누구나 할까? 말까?라는 고민을 하는데 내가 아는 사람 중 이런 상황에서 '하자'를 주저 없이 선택하는 사람이 바로 솔비"라며 "이 책에는 주변의 소리보다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인 솔비의 이야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전시에서는 책에서 다뤄진 작가의 일대기 속 작품들이 선보인다. 2011년 처음 캔버스에 그린 작품 '방황'부터 2015년부터 2019년까지의 '셀프-컬래버레이션' 작업, 최신작 '허밍' 시리즈까지다. 초창기 스스로 '나'를 찾아 방황했던 과정에서의 작품을 시작으로, 세상과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 속에서 함께 성장해 나간 작품들, 사회와 공존하며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까지의 작품들이다. 권지안은 2012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꾸준히 미술을 통해 감정과 생각, 사회를 보는 시선 등을 시각적 언어로 표현했다. 전시 기획자 이미현 큐레이터는 "권지안은 에세이를 통해 삶과 예술, 미술, 철학 등 작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전했다"며 "이번 전시는 권 작가가 에세이에 담은 10년간의 여정을 시각적이고 구체적인 형태로 볼 수 있는 자리다"라고 했다. [email protected]
글래드스톤 갤러리는 오는 5월6일까지 레이첼 로즈의 개인전 '더 스토리'(THE STORY)를 개최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신작 드로잉 시리즈와 조각 작품을 통해 틈새의 공간을 변화가 가능한 구현의 장소로, 나아가 정체성의 간극이 잠재의식과 인지의 융합의 기회로 발현되는 지점을 탐구한다. 작가의 자녀들이 좋아하는 동화책으로부터 직접적인 영감을 받아 완성한 12점의 드로잉은 인간의 초기 인지 발달에서 나타나는 내러티브적 관습과 이미지로서의 묘사, 그리고 자아 정체성 형성 간의 관계성을 담아냈다. 개별 드로잉 작업은 우유를 마시고 낮잠을 자고, 목욕을 하거나 놀이를 하는 일상의 이미지적 표현들을 재현과 추상의 경계를 오가며 포착하고 있다. 원출처가 된 아동 문학은 전형적으로 활기찬 색감과 역동성을 담아내는 반면 작가는 불필요한 배경 묘사를 배제하고 순수한 선의 형태로 화면을 채운다. 친근하고 익숙한 이미지는 일련의 증류 과정을 통해 공들여진 레퍼런스적 지표로 작업에서 구현되는데, 이는 대중과 세계 사이의 변수를 탐험하는 인지 발달 관계를 상기시킨다. 드로잉 작업에서 보이는 소량의 색들은 마르셀 뒤샹의 1941년 작품, 수정된 레디메이드(Rectified Readymade) '약국'(Pharmacy)을 오마주한 것이다. 상업적으로 제작된 프린트인 뒤샹의 해당 작업에 등장하는 겨울 풍경 속 도드라지는 색채가 함축적으로 활용됐다. 개념적 요소와 차용미술의 개념을 넘나드는 이같은 작가의 시도는 동화책의 확장된 심리적 기능을 암시함과 동시에 작가의 작업을 미술사적 맥락에 뿌리 내리게 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액체와 고체의 양가적 물성을 지닌 유리를 활용한 두 점의 조각을 함께 선보인다. 부풀려진 유리 조각이 취하는 생물학적 형태는 급격한 변화의 순간, 형태의 구현, 변화된 물성 그리고 그 경계에 위치한 미스터리를 전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대전 출신 도예가 이종수(1935~2008)를 기리는 미술관이 건립된다. 대전시는 29일 시청에서 이장우 시장과 고인의 부인 송경자(80) 여사, 둘째아들인 이철우(49·도예가)씨 등이 참석한 가운데 미술관 건립과 작품 기증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술관 건립은 지난달 유족이 2000~3000점에 달하는 유작을 시에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민선8기 문화정책 강화 기조와 맞물리면서 급물살을 타게 됐다. 민선4기 이장우 시장이 동구청장 재임 시절 미술관 건립을 검토한 인연도 있다. 양해각서에 따라 유족은 9월까지 기증작품 목록을 시에 전달하고, 시는 기증작 심의 및 평가를 거쳐 내년 6월까지 기증작품을 확정하게 된다. 시는 기증작품 확정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미술관 건립을 위한 행정절차도 동시에 추진해 민선8기 내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동구 신안동에서 태어난 이종수는 서울대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우리나라 도예계를 대표하는 예술가다. 대전에 미술학과가 없던 1964년 대전실업대학에 생활미술과를 개설했다. 1976년부터 이화여대 교수를 지내다가 도자 예술에 전념하겠다면서 1979년 돌연 교수직을 사임하고 낙향한 일화로 유명하다. 당시 김옥길 총장은 이 교수의 복직을 권하며 2년 간 후임 교수를 뽑지 않고 기다렸다는 후일담도 전해진다. 고인은 전통을 존중하되, 현대를 넘나드는 한국의 정한을 담은 기품과 풍류가 살아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종수류 도자기'를 세상에 내놓았다. 유약의 미세한 균열이 층을 이루고 층들이 중첩되는 표면 질감이 특징이다. 가스가마를 사용하지 않고 손수 흙벽 오름새가마를 만들고, 땔감 또한 직접 나무를 심으면서 자연에서 구하는 등 도자 예술에 혼신을 다한 엄격하고 고집스런 정신은 미술인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주요작품으로 ‘마음의 향’, ‘잔설의 여운’, ‘경’, ‘겨울 열매’ 등이 있다.
[뉴시스] 조명휘 | 2023.04.01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관장직에 최정은(52) 전 동서대 민석교양대학 교수가 합격했다. 최 신임 관장은 4월1일부터 2년 간 미술관을 이끈다. 최 관장은 서울대 미학과에서 '미술관 담론에 관한 미학적 고찰'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한예종, 동아대 등 여러 대학에서 강의했다. '월간미술' 기자, 신문 '아트앤컬처' 편집장으로도 일했다. 2011~2021년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관장직을 수행한 바 있는 최 관장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제안위원, 경상남도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위원 등 자문·심의 경력도 쌓아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뉴시스] 김상우 | 2023.04.01
"이인희 고문은 대단했다. 그분은 의욕과 열정의 표상이었다."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의 대가' 안도 타다오(82)가 "이인희 고문의 예측이 맞았다"며 "이제는 연 20만 명이 오는 뮤지엄 산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7일 윤 대통령과 일본을 방문한 김건희 여사가 도쿄 한 식당에서 만나 더욱 주목 받은 세계적인 건축가다. "20년 쯤 전 이 고문이 찾아와 미술관을 지어달라고 했는데 시큰둥 했어요. 후보지는 강원도 원주의 산등성이였고, '서울에서도 두시간 걸리는 이 산골에 누가 오겠어'라고 생각했죠." 31일 뮤지엄 산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난 안도 타다오는 "당시 이 고문이 '아시아에, 아니 세계에 없는 미술관을 만들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오지 않겠느냐'라고 했는데 그 말이 맞았다"면서 "그래서 나는 여성들은 용감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솔그룹 故이인희(1929~2019)고문은 이건희 회장의 누이이자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의 장녀다. 국내 미술시장에서 '국내 1호 아트 컬렉터'라 불릴 정도로 문화 예술에 대한 조예가 깊었다. 이 고문이 1995년 문화 예술계 후원을 위해 사재 40여억원을 출연해 한솔문화재단을 세웠다. 이 전 고문은 부친이 고미술 수집을 하자, 자신은 그 뒤를 이어 근대 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소품부터 대작까지 맥락 있게 작품을 모았고, 30년 이상 수집해온 미술 컬렉션을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뮤지엄 산은 이인희 고문의 필생의 역작으로, 생전 휠체어를 타고 자주 방문, 관람객들을 보며 행복한 모습을 지었다는 후문이 있다.
[뉴시스] 박현주 | 2023.03.31
서울 삼청동 페로탕 서울은 30일부터 아르헨티나 신진 작가 호아킨 보스(36)의 개인전을 연다. 페로탕과의 첫 전시이자 아시아 최초로 소개되는 전시다. 현지에서 그림을 보내는 여타 작가들과 달리 손에 페인팅 나이프를 비롯한 익숙한 창작 도구와 함께 여행한다. 그렇게 스스로가 이동해 온 타국에서 공기 반 소리 반으로 작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