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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선사시대와 함께 한 50여년...고고학의 '맛'이란?

2016.04.11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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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인터뷰]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 "인류 손길이 닿았던 '문화의 흔적' 만나는 희열"

"신도시 개발 예정지부터 수몰 지역, 동굴을 누비며 몇만 년 전 인류의 손길이 닿았던 '문화의 흔적'을 찾아내는 게 고고학의 '맛'입니다."

한국 선사시대 연구의 산증인인 이융조 한국선사문화연구원 이사장(85)은 고고학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선사인의 먹거리가 되었을 '벼'에 대한 연구로 일찍이 학계의 주목을 이끈 노학자다.

이 이사장은 지금까지 발견된 현존 최고(最古)의 볍씨인 '청주 소로리 볍씨'뿐 아니라, '고양 가와지 볍씨' 등 선사시대 관련 주요 발견의 주인공이다. 고양 가와지 볍씨는 지금으로부터 약 5000년 전, 청주 소로리 볍씨는 무려 1만 7000년 전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선사시대 농경의 변천과정 등을 탐구할 수 있는 중대한 자료들을 잇따라 발굴한 것.

"벼와 볍씨들에 대해 관심을 가진 건 인간 생활의 기본적 3대 요소인 의식주 가운데 주로 주(집터)에 대한 연구만이 계속됐다는 문제의식 때문이에요."

이 이사장은 최근 연세대 국학연구원으로부터 용재학술상을 받았다. 연세대 초대 총장인 백낙준의 아호를 따 제정한 이 상은 한국학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세운 이에게 수여하는 학술상이다.

이 이사장은 연세대 사학과 졸업 후 동 대학원에 재학하던 1964년 이후부터 고고학에 투신했다. 50년 이상 고고학의 '맛'을 느끼며 발굴 현장을 누볐다.

이 이사장은 1964년 연세대 초대 박물관장인 손보기 교수의 지도로 공주 석장리 제1차에서부터 10차(1974년)까지 학술발굴에 참가했다. 당시 학술발굴은 우리 역사의 기원을 신석기시대에서 구석기시대로 올려놓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본 식민지 사관의 허구성과 잃어버린 역사를 밝혀내는 일에 힘을 보탠 것이다.

충북대 교수로 임용된 1976년부터는 구석기유적 40곳, 고인돌유적 11곳 등의 유적을 찾아 발굴 조사했다. 이 가운데 청주 두루봉, 단양 수양개 유적 발굴이 주요 업적으로 거의 모든 초·중·고등학교 국사 교과서에 소개됐을 정도다.

수양개 유적에서 발굴된 ‘눈금돌’은 자그마치 3만 5000년 전 구석기인들이 만들어낸 계측용 '자'로 추정된다. 한반도에 살았던 선사인들이 그 시기부터 수학과 기하학에 관심을 가졌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이 이사장은 여전히 선사시대의 '맛'에 대한 열정도 잃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오는 28일부터 5월 2일까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 총 7개국 학자들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의 선사 농경과 5020년 역사의 씨앗 고양 가와지 볍씨'라는 제목의 국제 회의다.

"학계에는 오늘을 연구하는 연구자도, 미래를 예견하는 학자도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기록도 남아있지 않은 과거의 흔적들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희열을 느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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