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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그때, 리움에서 전화가 왔다

2016.04.08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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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 작가. /사진제공=이완

'2014년 아트스펙트럼 작가상' 이완 이어 2016년 신예작가 누가 될지 주목…5월 개최 예정

2004년 동국대 미대 조소과를 졸업한 A씨. 졸업 이듬해인 2005년, 갈 곳이 없었다. 교수에게 사정해 학교 구석에 숨어 미술 작업을 했다. 힘들었지만 포기한다는 마음을 먹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3개월 동안 슈퍼마켓을 가는 것 외엔 어떤 외출 없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대학 졸업 9년째이던 2013년 여름 어느 날, A씨는 삼성미술관 리움 소속의 한 큐레이터로부터 뜻밖의 연락을 받았다. “내년 아트스펙트럼전을 하려는데 작품 설명을 해 줄 수 있습니까?” 리움이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할 목적으로 시행하는 격년제 전시 참여 후보가 됐다는 의미다. 지금은 젊은 현대미술작가의 한 명으로 꼽히는 이완(37)의 얘기다.

리움이 주목한 이완의 작품은 ‘한 끼의 아침 식사’를 직접 만들어 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메이드 인’ 시리즈다. 대만과 태국 미얀마 등지에서 설탕, 비단, 옷, 금을 직접 생산하는 과정과 결과물을 담은 영상을 찍었다. 아시아 지역의 근대사를 관통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으로, 미술가의 길로 들어서도 ‘붓 꺾기 쉽다’는 나이인 35세의 이완을 미술계에 각인시켰다.

이완은 이 시리즈로 2014년 아트스펙트럼전 참가 작가로 선정됐다. 2001년 시작된 전시회에서 배출한 48명 가운데 1명이 됐을 뿐 아니라 2014년 처음 제정한 '아트스펙트럼 작가상' 수상의 영예도 안았다. 이 상은 그해 아트스펙트럼전 선정 작가 10인 가운데 별도 심사를 거쳐 단 한 명에게만 준다. 이완은 작가상 수상으로 3000만원을 받았다. 아트스펙트럼전 참여 작가들도 별도의 작품 제작 지원 등을 받았다. 이완은 “아트스펙트럼전과 작가상 수상 이후 다수의 유력 갤러리들로부터 (관심이 있다는) 연락이 잇따랐다”고 했다.

삼성미술관 리움 전경. /사진=신경섭 작가

2016 '아트스펙트럼전' 5월 개최…10명의 또 다른 신예 조명

오는 5월 리움이 다시 아트스펙트럼전을 연다. 리움측이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10명의 작가진이 선정됐다. 후보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이완처럼 2016년 영예의 작가상을 누가 수상할 지도 관심거리다.

작가진은 리움 내부 큐레이터와 외부 큐레이터 및 평론가 그룹이 각각 5명씩 추천한다. 선정 과정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질 정도로 심사가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당시 심사에는 김홍희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 등도 참여했다.

선정자들은 나이도 성별도 관심 있는 분야도 제각각이지만 순수예술에 인생을 걸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지난 2014년 아트스펙트럼전에서 가장 나이가 어렸던 작가는 당시 29세(제니 조), 가장 나이가 많았던 작가는 40세(정희승)였다. 회화·사진·영상·설치 등 현대미술의 각 분야가 망라됐다.

정희승은 홍익대 미대 회화과 졸업 이후 한 차례 붓을 꺾었다. 그는 “순수예술과 거리가 먼 일자리들을 이것저것 전전한 세월도 있었다”며 “그러나 영국에서 사진 공부를 마친 이후 다시 한국에 돌아와 개인전을 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했다.

정희승은 아트스펙트럼전 선정 의미에 대해 “한 작가의 꾸준한 작품 활동에 대한 인정”이라고 했다. 리움으로부터 ‘정연한 조형성을 바탕으로 시처럼 간명한 정서적 침묵을 시각화했다’는 평가를 받은 그는 오는 5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사진전에 참여한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2014년 개최한 '아트스펙트럼전'에서 이완의 영상작품 '메이드 인' 시리즈가 상연됐다. /사진제공=삼성미술관 리움

젊은 작가의 전진 기회가 된 기획전 역할 주목
국립현대미술관도, 리움도 작가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주진 않았다. 하지만 작가 발굴 기획전은 작가들의 이름을 알리고 전진할 힘을 실어준다. 이완은 최근 한 상업 갤러리에 자신의 본격적인 영상 작품을 USB에 담아 처음 판매했으며 아트바젤 홍콩에서 개인전도 열었다.

“처음부터 유명 미술관의 기획전 참여 등 대외적 성과를 올리는 것에 집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시를 통해 ‘중요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이에 대한 응답을 받을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완이 최근 홍콩 출국 전 한 말이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의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30대 이하 미술 작가들이 작품 판매 등 예술활동으로 벌어들인 연 수입 평균이 660만원에 그쳤다. 이는 전체 14개 예술 분야 가운데 427만원인 문학에 이어 2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미술은 문학과 달리 재료비와 같은 지출의 영역이 커 젊은 작가들이 겪는 ‘생산 원가’ 부담도 만만찮다. 최근 국공립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한 33세 작가 B씨는 “들어오는 돈은 많고 나가는 돈은 적은 미술계에선 ‘35세가 되기 전 붓을 꺾을 공산이 크다’는 말이 쉽게 들린다”며 “미술계에서 통상 35세까지 신진작가로 분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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