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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구름 화가' 강운 "화가의 재능은 나를 믿는 것"…'Play: Pray'

2016.04.07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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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6일 사비나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강운 작가가 '한지 구름'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울에서 전시는 4년만이다. 2016-04-06

사비나 미술관서 6일부터 개인전
10년 '한지구름' 작가 철학도 둥실

사라지는 구름을 잡아채는 그는 '시간 낚시꾼'이다.

숙명일까. 이름처럼 '구름 화가'가 됐다. 광주에서 작업하는 강 운(50)이다.

쌍둥이로 태어났다. 40분 늦게 나온 그의 이름은 뒤늦게 지어졌다. 아버지는 형의 이름만 가지고 있었다. 어머니가 태몽에 나온 구름을 떠올려, 운(雲)자만 짓고 고민하다, 출생신고가 됐다.

두자 이름인 형과 달리 외자인 강운은 길이 달라졌다. 형은 펀드매니저로, 그는 화가로 컸다. 쌍둥이는 텔레파시가 통한다. "갑상선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는 수술대에서 형에게 '보고싶다'는 문자를 보냈어요."

수술이 끝나고 눈을 뜨니 눈앞에 형이 있었다. "작업하러 간다고 수술 사실은 커녕 병원도 알려주지 않았는데…. 그림 그리는 제게 형이 물심양면 도와줬지요."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강운의 '한지 구름' 개인전이 6일 사비나미술관에서 개막했다. 2016-04-06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미술시장은 거품이 꺼졌다. 지난 2003~2010년 강운에게도 반짝 호황이 왔다. 1998년 서울 성곡미술관 '내일의 작가'전으로 주목받은후 광주비엔날레, 도쿄 롯폰기의 모리미술관에서 초대됐다. 2009년 체코 프라하 비엔날레에서 '구름을 그리는 화가'로 알려졌다.

10년간 유화로 '구름'을 담아내다 2006년 물감에서 한지로 재료르 바꿔 새로운 실험을 시작했다. 표구집을 지나다 우연히 발견된 배접의 흔적은 그에게 시공간을 표현할수 있는 재료로서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후 빛과 소리를 투과시키는 성질의 한지를 사용해 구름의 입체적인 깊이감과 결을 표현할수 있는 끊임없는 실험의 과정을 거쳤다.

구름을 통해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세상 사이의 추상적이고 찰나적인 순간을 표현한다.

"청년기에 마주한 구름이 마음에 품은 꿈과 방랑이었다면, 장년기의 구름은 인간이라는 미약한 존재로서의 고백과 겸손이다. 마음의 화음이 변함으로써 구름이라는 화성이 달라진 셈이다. 구름은 관찰에 의해서 그려진 것이 아니라 관찰되어진 정보들의 재구성인 것이다. 왜냐하면 영원히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불가시적인 자연의 현상을 가시적인 기호들로 묶어서 표현하려는 것이다.”

4년만에 '한지 구름'을 들고 서울에 왔다. 마름모꼴로 잘라 일일이 하나씩 붙여나간 작품은 무한세계로 나아가는 거대한 하늘이 됐다. 뭉게구름, 새털구름, 양떼구름이 뭉쳤다 풀어지고 날아간다.

'한지'로 재료를 바꾼지 10년, 붓질이 따라올수 없는 신들린 '손놀림'이 강렬하게 전해진다. 캔버스위에 염색한 하지를 붙이고 가장 얇은 한지를 잘게 오려 겹겹이 붙이기를 반복하는 작업이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한지를 잘게 오려 겹겹이 붙이기는 반복해 탄생한 '한지 구름' 작품. 2016-04-06

"슥~ 붓질 한번으로 지나갈 자리이긴 하죠. 세필로 오린 한지를 찍어 올려서 하나씩 붙이고, 붙이고, 또 그렇게 계속 합니다."

6일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만난 강 운은 "시간 개념을 생각하면 못하는 작업"이라며 "물위를 걷다'와 '공기의 꿈' 상반된 작업을 오가며 작업해 시간 가는줄 몰랐다"고 했다.

스스로도 마음이 고요해진 작업이다. "끝내야 한다고 마음먹고 하면 안돼요. 이상하지요." 하나의 작품은 한달이 걸릴수도 있고, 두달, 넉달, 다섯달이 걸린다.

"불황이어서 다행이랄까요. 작업에 몰두할수 있어서 좋았어요. 결국 화가의 재능이라는 것은 나를 믿는 것입니다."

사비나미술관 전시를 위해 3년간 몰두했다. 6일부터 여는 개인전에는 한지 구름 회화 16점, 드로잉 43점이 걸렸다.

'드로잉'은 그의 철학을 보여준다. 종이를 놓고 한 획에 그었다. 팍 번지는 형태, 그는 그것에 무엇을 더 담고 싶었다. 기운의 교감, 비가시적인 요소(에너지)를 넣었을때 어떻게 변할까. 짙은 푸른색으로 한 획을 그은 후 공기와 물, 힘을 가해 보여진 뒷면(배체법)을 액자에 담아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사비나 미술관에 전시된 붉은 바탕에 수놓인 흰구름이 강렬한 강운의 '한지 구름'. 2016-04-06

"작은 물방울에 감정을 부여했지요. 미시적이면서 디테일한 물방울, 공기방울을 보여주고 싶었고 변하면서 커다란 하늘이 되는 거대한 '한지 구름'작품과 함게 선보여, 순간적으로 보여지지 않는 것을 두 매체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지난 3년간 수행하듯 도인처럼 살았다. 추상이니 구상이니 개념에 빠지지 않았다. 매 순간을 중요시했다.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물과 종이와 긋는 행위를 한다. 신체에 예민해지죠. 날씨, 습도, 컨디션에 의해서 다양한 양태의 작업이 나오죠." 이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한지를 겹쳐나가는 작업을 해왔다.

시간가는 줄 모르게 작업을 한 것은 '물위를 걷다'와 '공기의 꿈'을 오가면서 했기때문. "두개 작업이 상반되지만 유사하고, 그러면서 예술의 본질을 알수 있게 하고, 그러면서 위기의 시간을 견딜수 있게한 작품"이다.

"‘물 위를 긋다’를 통해 play, 즉 물과 종이와 긋는 행위(놀이)로의 ‘일획’으로 무한을 표현함으로써 예술의 직관적 본질로 들어가고자 했다. 그리고 ‘공기와 꿈’을 통해 pray, 즉 작고 엷은 한지 조각을 오려 붙이는 수행과 기도의 과정을 통해 일상의 고뇌를 덜어내고 나아가 자연을 끌어안으려 했다.”

이번 전시는 10년간 해온 '한지 구름'의 절정을 볼수 있다. 작가 강운도 "이 전시는 내 작업실, 내 일상을 옮겨놓은 것"이라며 "가장 퀄리티가 있는 작품"이라고 자평했다.

올해 50대가 된 그는 "이번 사비나미술관 전시는 전환점이 될 것 같다"며 "다시 가야될 길을 찾고 싶다"고 했다. "예술가는 그림을 파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그림자를 팔아먹고 사는 것이다. 그림이 뭔지, 사는게 뭔지 아직 갈증이 많아요."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 '시간 낚시꾼'이 되어 깨달은 건 "진실이란 시간이 말해준다"는 것이다. 강운 개인전 'Play : Pray'전은 5월 6일까지 이어진다.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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