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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기내 반입금지물품'에 악어가? "이곳은 공항이 아니올시다?"

2015.07.23

[머니투데이]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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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엘름그린&잉가 드래그셋 출발 Departures, 2015, 200×300×15cm/ 사진제공=플라토미술관

엘름그린&드라그셋 전시 '천 개의 플라토 공항'…23일~10월18일,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당신은 어딘가에 가기 위해 공항에 도착했다. 익숙한 안내데스크와 대형 광고스크린을 지나 당신의 눈길이 머문 곳은 곧 출발을 앞둔 비행기를 안내하는 전광판. "홍콩, 드레스덴, 코펜하겐, 엘도라도... 잠깐, 엘도라도?" 익숙한, 잘 아는 공간 같았던 공항이 갑자기 낯설어진다.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니 이 곳, 낯선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광고 중인 호화스러운 면세점 양주는 자세히 보니 라벨에 'Soooooo Gooooood'이라는 경박한 감탄사가 적혀있질 않나, 공항 대기실에 있는 '기내 반입금지물품' 목록에는 악어가 들어가 있지를 않나….

덴마크와 노르웨이에서 와 '스칸디나비아 듀오'라고 불리는 마이클 엘름그린과 잉가 드라그셋의 전시 '천 개의 플라토 공항'이 23일부터 10월 18일까지 서울 중구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열린다.

전시는 공항에 들어선 순간부터 게이트를 통해 비행기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체험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복도, 대기실, 수하물 보관소 등을 지나는 동안 공항이라는 말끔한 공간이 가진 다른 측면이 눈에 들어온다. 이는 사전에 갖고 있던 공항에 대한 기억과 연결된다.

작가들은 전시 제목을 질 들뢰즈와 펠릭스 가타리의 저서 '천 개의 고원: 자본주의와 분열증'에서 착안했다. 그들이 전시를 하는 미술관 이름이 '고원(플라토)'인 점도 반영됐지만 실제로 들뢰즈와 가타리의 철학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를 전시에 투영하고자 했다.

이들은 무엇보다도 시차에 주목한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각자 다른 시간을 살아내는 대표적인 공간이 바로 공항이고, 이를 가능케 하는 것은 시차이기 때문이다. 수도없이 많은 시차들을 교차시키면서 결국 관람객을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어떠한 시공간으로 안내한다.

마이클 엘름그린&잉가 드래그셋 탑승구 23 Gate 23, 2015와 그 He, 2013/ 사진제공=플라토미술관

특히 이 시차라는 요소는 전시를 통해 '좌절'이라는 형태로도 재현된다. 고급스런 일등석 라운지를 바라만 봐야하는 상황, 게이트로 들어가고 싶지만 올라가는 계단이 무너져있는 상황 등을 통해 같은 공간에 있더라도 서로가 같은 처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공항이라는 익숙한 공간 속에서 이렇게 새로운 측면을 찾게 된 데는 두 사람이 20년전 동성애자 커플로 만나 작업을 시작했다는 점도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작품 속에는 소수자에 대한 지지와 획일적인 세상에 대한 반대 의지가 가득하다.

작가들은 무엇보다도 관람객이 이번 전시를 능동적으로 해석하기를 기대한다. 엘름그린은 "우리가 이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예술작품은 당신의 머리속에 떠오르는 그 무엇"이라며 "끊임없이 '이게 왜 여기 있지'라는 물음을 던져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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