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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여기 보이지만 여기 없다"…이창원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

2021.05.10

[뉴스1] 박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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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8일까지 서울 성곡미술관

이창원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 전시전경 © 뉴스1

"내 작업은 반사광과 빛, 그림자를 이용했다. 그림자의 맞은편에는 그림자의 주인이 있게 마련이다. 누구나 유추할 수 있는 관계와 그 연결 고리가 존재한다."

이창원 작가(50)는 지난 6일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기자를 만나 "관객이 전시장에서 작품과 마주하고, 그 작품의 근원을 어떻게 찾아가게 되는지를 조율하는 것이 나에겐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7일 개막한 이창원 개인전 '평행한 두 세계'는 성곡미술관이 20년 이상 활발하게 활동한 중견작가를 지원하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의 하나로 데뷔때부터 최근까지의 작품세계를 아우를 수 있다.

이창원 작가는 "벌서 회고전을 하나 싶어서 부담스러웠지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겠다는 의미를 부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시기별 제작 방식과 특징에 따라 △리플렉션(반영) 이미지 △평행 세계 △기여화광 △성스러운 빛 △독일 유학시절 작업으로 크게 나뉘어진다.

이창원 작 '두 도시'(2014년작)© 뉴스1

'두 도시'(2014년작)는 '리플렉션 이미지'에서 제일 먼저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서울과 평양을 대표하는 풍경을 음각한 그림에 조명을 비추면 거울에 반사된 빛이 벽면에 하나의 도시와 같은 풍광을 만들어낸다.

'평행세계 낙원'(2017년작) 어두운 벽면에 다양한 동물의 형상이 빛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 작품의 단서는 성곡미술관 2관에 전시된 창작일지에서 엿볼 수 있다.

"신문기사, 뉴스보도에 실린 동물에 관한 기사들을 종종 접한다. 기사 사진의 중심에 동물이 있지만 기사의 맥락은 인간사회가 얼만큼 자연으로부터 멀어져 있는지, 얼마나 자연의 섭리에 어긋나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2017년 창작일지)

이창원 작가는 "발자국을 거꾸로 추적해가면 그 주인을 만나게 되듯 관객이 평화로워 보이는 빛 실루엣 세계의 근원을 찾아가면 거울과 그 위에 부착된 신문, 뉴스보도 이미지를 발견한다"며 "평행한 두 세계는 이렇게 관객의 시선과 의식으로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자연을 숙고하다'(2017년작)는 그의 이런 문제의식을 보다 잘 살펴볼 수 있다. 이 작품은 그가 동물과 관련한 어떤 기사를 모아놓았는지가 드러난다. '멸종위기 1급 흰꼬리수리 공사 소음에 자취 감춰'(포항 뉴스1 최정호 기자) '케이블카 설치 산양에 영향 줄까...전국에 940마리'(서울 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멸종위기 여우, 복원 노력에도 밀렵도구로 3마리 폐사'(그린포스트코리아 박혜미 기자) 등이다.

이창원 개인전 전시전경© 뉴스1

언론기사를 작품에 활용할 정도로 관심을 드러내는 배경에는 이 작가의 아버지가 있다. 우려낸 찻잎으로 돌산을 표현한 '바위산 인상' 연작 가운데는 작가의 성장과정에 대한 글이 있다.

"나는 관악산을 바라보며 자랐다. 어려서는 아버지를 따라서 돌산을 자주 올랐고 초중등학교에서는 관악산의 기를 받았다는 교가를 불렀다. 신문사에 다니시던 아버지는 휴일이면 뒷산에 올라 계절과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삼성산을 수채화로 그렸고 어린 나는 그 그림 중에서 어떤 작품이 가장 맘에 드는지 등수를 매기곤 했다."(2021년 2월작 '산' 중에서)

어쩌면 이창원 작가의 작품세계는 아버지가 휴일마다 뒷산에서 그렸던 수채화의 성대한 반영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성곡미술관에서 8월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개인전은 이창원 작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작품 제작과정에서의 치열한 노력과 배경까지도 엿볼 수 있다.

이창원 작가는 마지막으로 "누구나 매일 수많은 이미지를 접하며, 먼 곳에서 일어난 사건들도 쉽게 알 수 있지만 우리는 결국 이미지의 표면만 볼 뿐, 맥락과 관계, 배경은 잘 알지 못한다"며 " 나는 현실의 이미지로부터 그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을 끌어내어 '보는 것'에 대한 우리의 시각에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창원 작 '산'(2021년 2월)©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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