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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동해, 군철책 일부 걷혔지만…김전기 ‘보이지 않는 풍경’

2018.06.05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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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전기, 더 웨딩 #2, C-프린트, 100×125㎝, 2014

사진가 김전기(49)의 ‘보이지 않는 풍경(Invisible Scenery)’ 전이 7일 전북 전주시 완산구 서학동사진관에서 개막한다. ‘보이지 않는 풍경’ 시리즈는 김전기가 2007년부터 시작한 작업이다.

7번 국도와 맞닿은 해안의 경계선 주변에 놓인 군사지대와 일상적인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물리적 경계와 삶의 변화를 고민한다.

작가는 소나무 숲 너머 끝없이 철책으로 이어진 해안의 경계에서 바다 색만큼이나 푸르고 행복한 이들을 만난다. 환한 햇살 아래 시원스러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식장으로 걸어가는 신랑신부, 그리고 함께한 부모형제와 오랜 친구들의 모습이 너무도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인다. 바다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낭만적인 장소다. 특히, 동해 는 각종 기암괴석과 천혜의 경관을 지닌 명소로 잘 알려진 해변 관광지다.

ⓒ김전기, 블라인드 스팟 #13, C-프린트, 80×120㎝, 2016

해를 거듭할수록 관광지로 이름난 해변에는 경계선인 철책이 걷히고 군 초소가 사라져 더 이상 출입에 제한이나 통제를 받지 않는다. 하지만 주요 군사시설이 있는 곳은 민간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해변을 찾는 남녀는 군사용 구조물이나 물리적 경계선을 심리적 긴장과 물리적 불편을 주는 존재로 여기거나 고정된 울타리 형식의 조형물 정도로 생각하며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 색다른 구조물을 찾은 것처럼 신기해하는 경우도 있다. 관광지의 기념물을 구경하듯 사진을 찍고 아무렇지 않게 드나든다.

ⓒ김전기, No 7-무제 #2, C-프린트, 100×125㎝, 2017

이 장치들은 북쪽으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통일 전망대에서부터 7번 국도를 따라 남쪽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지난한 시간을 간직한 채 수십년 동안 의식과 일상에서 심리적, 정서적인 거리를 조율하며 삶과 의식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다.

작가는 오랫동안 경계선 주변에 일어나는 여러 현상들을 바라보면서 더 이상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는 물리적 장치들이 가지는 의미에 의문을 품게 됐다. 이념의 표상으로 자리 잡은 군사시설과 철책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경계인지, 물리적인 구분이 모호한 경계는 무엇을 위한 경계인지, 작업 내내 고민과 물음으로 혼란스러웠다.

ⓒ김전기, 섬원스 사이트, 무제 #6, C-프린트, 100×125㎝, 2015

김 작가는 작업 과정이 깊어질수록 점점 혼재된 경계의 세상에 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경계에서 마주한 텅 빈 부대와 녹슨 철조망, 버려진 이데올로기적 오브제들은 마치 철거가 끝난 후의 재개발 지역과도 같은 혼란이었다. 경계선 주변은 군사지대와 일상의 공간이 중첩되는 곳에 많아 그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자연적인 일몰과 일출, 또는 정치적으로 그 경계가 나뉘기도 한다.

이곳의 경계는 실질적인 형태로 구분 짓거나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리고 풍경 속에 들어서 있는 경계의 모습이 익숙한 듯 보이지만 여전히 낯설게 다가온다. 시대에 따라 변화는 늘 있어 왔듯이, 지금도 가시적인 크고 작은 변화들은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조금 더 경계에서 서성거릴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김전기, 인비저블 시너리-무제 #4, C-프린트 100×125㎝, 2015

작가와의 대화를 겸한 개막 행사는 9일 오후 4시, 전시는 6월24일까지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 가능하며 월·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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