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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리 컬렉션'…1석2조의 미술 투자

2017.12.07

[더벨] 김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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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um

[한국의 100대 공익재단-삼성그룹]③삼성문화재단, 국보급 리움·호암미술관 운영…지배구조 핵심역할도

[편집자주]
공익재단이 변화의 갈림길에 섰다. 한국전쟁 후 교육 사업으로 시작해 사회복지 문화 환경 예술 등으로 다양화 길을 걷고 있다. 보유 주식 가치 상승으로 몸집도 비대해졌다. 고도 산업화를 거치며 기업 의사결정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는 등 부수적인 기능도 강화됐다. 최근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계열 공익재단의 '부의 편법 승계' 활용 여부를 전수 조사키로 하면서 재계에 긴장이 감돌고 있다. 우리의 미래 공기이자 거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공익재단 속살을 들여다본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복지재단과 함께 삼성그룹 공익사업의 양대 축이다. 삼성그룹 재단 가운데 설립년도가 가장 오래된 곳이기도 하다.

삼성문화재단은 리움미술관과 호암미술관을 운영하는 재단이다. 리움과 호암은 국보급 예술작품을 소장하고 있으며 해외의 유명 미술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역할도 했다. 고려청자, 조선백자부터 잭슨 폴락이나 앤디 워홀과 같은 현대 미술까지 아우르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의 한국 예술에 대한 안목과 이건희 회장의 명품 정신이 만들어 놓은 유산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 주요 계열사의 지분도 상당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 삼성전자 등에 대한 지분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단단히 하는데 역할을 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 지분은 재단사업의 적자를 메우는 역할도 한다. 매년 유입되는 배당금을 통해 재단 사업에서 발생하는 적자를 메우고 있다.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는 셈이다.

◇리움·호암미술관 운영…국보급 화려한 국보급 소장품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이 운영하는 주요 재단 중 가장 오래된 업력을 자랑한다. 삼성문화재단은 오너인 고 이병철 회장의 사재로 출범했다. 1965년 고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은 사재를 털어 토지, 건물 등 부동산과 함께 현금, 주식 등 약 10억 원 상당을 출연해 삼성문화재단을 만들었다. 삼성문화재단의 주요 사업은 이병철 회장의 아호(雅號)를 딴 호암미술관(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소재)과 리움미술관 운영이다.

1960년대만해도 미술관이나 박물관이란 개념이 없던 시절이다. '컬렉션'이라 부를 만한 미술 작품 수집은 해외에서나 들어보던 얘기다. 호암은 고미술을 시작으로 호암미술관을 꾸려 '컬렉션'을 한국에 소개했다. 해외에 유출될 뻔 한 국보급 유물부터 자칫 소실될 뻔한 미술 작품을 모아 미술관을 꾸렸다. 고려청자부터 조선을 대표하는 달항아리 백자 등 160여점의 국보급 미술품은 그렇게 호암과 리움미술관에 자리잡았다. 호암미술관 부관장을 지낸 고고학자 이종선은 이를 '리컬렉션'이라 칭하고 있다.

고 이병철 회장이 호암미술관을 꾸렸다면 이건희 회장은 리움미술관을 통해 명품주의를 완성했다. 리움은 고미술 뿐 아니라 다양한 현대미술로도 유명하다. 리움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여사가 오랫동안 관장을 맡았다. 홍라희 여사는 지난 20여년간 국내 미술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힐 만큼 삼성문화재단의 상징적인 인물이었다.

리움미술관은 국보급 100점을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또 주요 포스트모더니즘 작품들도 돈 액수를 불문하고 컬렉션으로 포함했다. 잭슨 폴락, 앤디 워홀, 데미안 허스트 등 수 많은 포스트모더니즘 작품들이 그렇게 서울에 자리하게 됐다. 경매가로 보면 수백억, 수천억원에 달하는 작품들을 단돈 몇천원에 누구나 감상할 수 있게 전시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 포함된 '지옥의 문' 에디션도 소장하고 있다. '지옥의 문'은 전세계에 7개의 에디션만 원작으로 인정받는다. 그 중 하나가 삼성문화재단 소유다. 세계 최대 부호 중 한명인 멕시코 카를로스 슬림 회장이 한국을 찾아 이를 감상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삼성문화재단은 지옥의 문를 위해 플라토란 별도의 미술관을 만들기도 했다. 삼성생명 태평로 본사에 자리하던 플라토 미술관은 건물의 주인이 삼성에서 부영그룹으로 바뀌면서 문을 닫게 된다. 지옥의 문은 아직도 전시 공간을 찾지 못한 상태다.

삼성문화재단을 이끄는 이사회 멤버는 화려하다. 삼성문화재단의 이사진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포함해 총 9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이 부회장과 그룹 계열사인 삼성비피화학 임원을 지낸 김은선 상임 이사(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외부 인사들로 채워져 있다. 한국박물관협회 이사와 근현대미술사학회 회장을 지내고 작년까지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김영나 서울대 명예교수를 비롯, 18대 국립현대미술관장을 거친 정형민 서울대 교수, 호암미술관 연구원을 시작으로 문화재연구소장, 박물관협회장 등을 지낸 현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 등이 삼성문화재단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300억 적자 계열사 배당으로 보전

삼성문화재단은 미술관 운영(수익사업) 외에도 문화예술지원과 장학사업(공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수익사업으로 분류된 미술관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보유중인 삼성 계열사 지분의 배당금이 적자를 메워주는 양상이다.

작년 삼성문화재단이 미술관 입장수입과 기념품 판매 등을 통해 거둬들인 매출액은 72억 원 가량이다. 여기에 매출원가 17억 원을 뺀 매출총이익은 55억 원이다. 반면 직원 급여와 기타 비용을 포함한 전체 판매관리비용은 374억 원에 달한다.

눈에 띄는 점은 영업외 수익으로 벌어들인 돈이다. 이 돈의 상당부분은 보유중인 계열사 지분의 배당으로 채워졌다. 영업외 수익 310억 원 가운데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60억 원을 넘어설 정도다. 나머지 40억 원 가량은 기타수익이다.

돈이 되지 않는 미술관 사업을 계열사 배당으로 보전하고 있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증권 등 6개의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중 삼성생명 지분은 4.68%, 삼성화재 지분은 3.06%에 달할 정도로 상당하다. 삼성생명은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다. 삼성생명을 보유하면서 그룹 지배구조에 도움을 주면한 한편으론 미술관 사업의 적자를 보전하는 셈이다.

삼성문화재단 재무제표에서 또 한가지 특이한 점은 자산의 현황이다. 총 자산 가운데 90% 이상이 미술관 등 수익사업 자산에 속해 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유형자산으로 분류돼 있다.

작년 기준 삼성문화재단의 자산총계는 7753억 원이다. 유동자산은 376억 원 가량이며, 나머지 7376억 원이 비유동자산이다. 비유동자산 중 6671억 원이 유형자산이며 유형자산에는 토지 263억 원, 건물 1268억 원, 구축물 122억 원, 기타 5456억 원으로 구성돼 있다.

기타 5456억원은 대부분 미술품을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이 초기에 보유했다 유명세를 탄 작품들은 가격을 추정하기 힘들 정도다. 국보급 유물을 비롯해 사상 최고가 경매가를 경신하는 작품들도 다수 소장하고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걷는 사람'이나 데미안 허스트의 '영원한 사랑' 에디션은 최근 글로벌 미술 시장 호황을 타고 수백억 수천억원을 호가하는 경매가를 보이기도 했다. 삼성미술재단의 기타 자산 5456억원은 초기에 미술품을 구입하던 당시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세월이 지나며 삼성문화재단이 소유한 소장품들의 값어치는 천정부지 더 뛰어 올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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