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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뉴욕의 동시대 회화 느낄 수 있는 그룹전 개최

2019.03.25

[더 리더] 최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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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elebration of Painting,Installation view, Sophis Gallery, 2019

소피스 갤러리는 오늘날 회화의 양상을 선보이는 그룹전 을 3월 23일~4월 27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뉴욕에서 활동하는 6명의 작가들을 통해 동시대 회화의 양상을 살펴보고자 마련했다. 소피스 갤러리와 뉴욕에 기반을 둔 Paradigm Art Company의 협업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생동감 있는 뉴욕의 동시대 회화를 선보인다.

소피스 갤러리는 이전의 여러 전시를 통해 지속적으로 국내 동시대 회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들은 평면의 캔버스 위에서 물성을 탐구하고 확장시켰으며, 다양한 주제를 통해 회화의 동시대성을 드러냈다. 그룹전 은 이러한 회화의 동시대적 흐름을 해외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그룹전에 참여한 그렉 보긴(Greg Bogin), 조쉬 림즈(Josh Reames), 로렌 실바(Lauren Silva), 매튜 헨젤(Matthew Hansel), 마이클 베빌악쿠아(Michael Bevilacqua), 웬디 화이트(Wendy White) 이 여섯 명의 작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의 회화를 전개하며, 동시대 회화의 다양한 양상을 보여준다. 이들은 회화라는 양식을 취한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그 외에 주제와 표현방식은 모두 상이하다.

1970년대 개념미술 이후 많은 미술사학자들이 회화의 소멸을 예측한 것은 당연한 흐름이었다. 하지만 회화는 여전히 건재하다. 회화는 1980년대 초 신표현주의를 시작으로 1990년대 신 라이프치히 화파에 의해 다시금 부흥하였고, 이러한 흐름은 새로운 매체가 범람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변화를 거듭하며 지속되고 있다. 작가들이 여전히 회화 즉, 평면과 붓질로 대변되는 작업 방식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한 그들이 회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동시대성은 무엇인가. 이러한 물음은 자연스럽게 이 여섯 명의 작가들의 작업으로 이어진다. 작가들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예리하게 포착하고 오늘날의 다양한 현상에 주목하며 각자의 방식대로 평면의 캔버스를 영리하게 다룬다.

그렉 보긴은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 거리의 간판 등에 영감을 받아 다채로운 형태의 캔버스로 회화와 조각의 경계를 탐구한다. 그의 작품은 미니멀리즘과 팝아트 그리고, 기하학적 추상화에 이르는 다양한 예술 운동과 비슷해 보이지만 작업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그는 밝은 색의 아크릴 물감을 캔버스에 분사하여 매끄러운 표면을 완성하고 캔버스 내부에 공백을 만듦으로써 갤러리 벽 자체를 자신의 작품 구성요소로 끌어들인다. 이것은 그렉 보긴의 작업이 재현과 평면성을 넘어서 회화와 조각의 경계가 흐려지는 지점에 서 있으며 예술의 더 넓은 체험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조쉬 림즈는 블로그와 SNS 등 인터넷상에서 얻어지는 이미지를 스크롤 하듯 캔버스에 나열한다. 그의 회화는 서사적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 마치 인터넷의 아무런 맥락이 없는 이미지들을 스크롤 하며, 탐색하듯 구부러진 네온사인과 컴퓨터 그래픽, 드로잉 등이 사실적 묘사와 함께 캔버스에 둥둥 떠다닌다. 그의 표현방식은 액션페인팅과 트롱프뢰유(trompe-l’oeil), 그래픽 디자인, 프린팅, 드로잉이 한데 뒤섞여 있는 듯한데, 이것은 에어브러쉬나 드라이브러쉬 등의 정교한 묘사로 인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의 회화는 인터넷상의 이미지들이 아무런 내러티브 없이 나열된 것을 모방하며 이미지의 의미와 연결을 제거한다.

로렌 실바는 광택 있는 실크에 디지털 방식으로 조작된 이미지를 인쇄하고 아크릴, 잉크 등을 더해 추상화를 제작한다. 오늘날 이러한 작업 방식이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생산하는 이미지는 좀 더 복잡하다. 밝은 색감의 그라데이션과 번지듯 퍼지는 얼룩 그리고 줄무늬, 흩뿌린 물감의 흔적들은 디지털 인쇄로 생성된 것인지 아니면 직접적인 손의 붓질로 이루어진 것인지 혼란스럽다. 매끈한 실크 위에 펼쳐지는 그녀의 회화는 포토샵에서부터 붓질까지 진짜와 가짜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해 복잡한 공간을 구축하며 확장된다.

▲Matthew Hansel, Any Port in a Storm, 2018, oil and flashe paint on linen, 121.9x218.4cm

매튜 헨젤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고전 회화를 분해하고 팝아트적 이미지와 병치시켜 가상의 역사화를 제작한다. 그의 회화는 익살스러운 만화 이미지 그리고 바로크 회화의 트롱프뢰유와 함께 그림의 가장자리가 접혀 있는 듯한 사실적 묘사를 한데 쌓아 올리며 초현실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작가는 가상의 역사적 순간을 만들고 이러한 행위가 어떻게 역사로부터 그리고 현재로부터 재정의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마이클 베빌악쿠아는 음악과 패션, 영화, 애니메이션, 각종 SNS 등의 다양한 이미지를 결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이러한 이미지는 자신의 취향과 당시에 겪었던 경험에서 비롯되며 ‘우연한 연관성’에 초점을 맞춘다. 우연한 연관성에 의해 선택된 이미지들은 에어브러쉬와 드로잉, 콜라주, 실크스크린 등의 방식을 통해 캔버스에 나열되고 조작된다. 이러한 과정은 그가 직관적으로 경험한 세계이며 자신과 가족, 예술 그리고 이들 세계의 균형을 이루는 내부적 언어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독일 일렉트로닉 그룹 크라프트베르크(Kraftwerk)의 3D 영상을 접목한 콘서트부터 서아프리카의 전통적인 가면까지 넓은 범위의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휴대폰 스크린 캡처로 수집된 디지털 이미지는 작가의 붓터치를 거쳐 온기를 띄는 이미지로 캔버스에서 분해된다.

웬디 화이트는 주변의 거리와 건축물들의 이미지에 영감을 받아 에어브러쉬와 붓질 그리고 데님 소재의 직물을 캔버스에 콜라주하는 혼합미디어 방식의 회화를 제작한다. 도시와 거리 구조물, 그리고 수백만 명의 행인들이 가한 물리적 흔적들은 그녀의 작업적 원천이 된다. 캔버스에 테이핑한 후 에어브러쉬와 붓질을 켜켜이 쌓아 올린 그녀의 작업 방식은 마치 흔적 위에 덧쓰기 즉, 팔림프세스트(Palimpsest)와 같은 행동이다. 그리고 밝고 빛나는 에어브러쉬의 색조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서핑보드를 연상시킬 뿐만 아니라 작가의 뉴욕 스튜디오에 인접한 골목길을 재현하며, 데님의 콜라주와 함께 거리의 문화를 기록한다. 흔적 위에 덧쓰기와 같은 그녀의 작업 방식은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 흔적들의 혼합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살펴보았듯이 이 여섯 명의 작가들이 선보이는 작품은 모두 다른 각자의 양식과 방법론으로 구축한 이미지이다. 다만 그들의 작품이 하나의 회화적 양상으로 읽힐 수 있는 것은 ‘동시대성’을 지녔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가들의 작품이 엄밀히 말해 예술적 관습에서 새로운 혁신을 의미하지 않는다. 하지만 동시대의 표현방식과 역사성, 시대성을 담은 측면에서 기인한 것은 혁신을 넘어선 의미가 있다. 소피스 갤러리는 본 전시를 통해 이러한 의미를 살펴보는 것과 동시에 오늘날 회화의 양상을 탐구하는 이 여섯 명의 작가들의 다채로운 결과물을 함께 공유하길 바란다.

◇ 작가 프로필

그렉 보긴(1965 년생)은 The Cooper Union을 졸업하였고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Koenig & Clinton(뉴욕), Galeria Javier Lopez(마드리드), Mary Boone Gallery(뉴욕) 등 유명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최근에는 Marlborough Contemporary(뉴욕)에서 잇달아 개인전을 열며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조쉬 림즈(1985 년생)는 University of North Texas에서 학사과정을 The 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85년생임에도 불구하고 18차례 개인전을 가졌으며, 뉴욕, 런던, 밀라노, LA 등 주요 아트씬에 다양하게 등장한다. Jacob Lewis Gallery(뉴욕), Josh Lilley Gallery(런던), Brand New Gallery(밀라노) 등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전시를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Fountainhead Residency(마이애미)에서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로렌 실바(1987 년생)는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에서 학사과정을 Columbia University에서 석사과정을 마치고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서 작업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ZieherSmith(뉴욕), The Hole(뉴욕), Barney Savage Gallery(뉴욕) 등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으며, 뉴욕타임스, 아트포럼, 아트인아메리카 등의 주요 언론사, 아트저널에 전시리뷰가 실리며 주목받고 있다.

매튜 헨젤(1977 년생)은 The Cooper Union School of Art를 졸업 후 Yale University School of Art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브루클린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그는 Paul Kasmin Gallery(뉴욕), Gagosian(아테네), Flag Art Foundation(뉴욕), Yuka Contemporary(도쿄)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2011년에는 뉴욕 예술 재단(New York Foundation for the Arts)의 Fiscal Sponsorship에 선정되어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마이클 베빌악쿠아(1966 년생)는 Long Beach State University와 Santa Barbara City College를 다녔으며 이후에 Cambridge College of Art and Technology를 졸업하였다. 그는 베이징, 코펜하겐, 밀라노, 도쿄,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및 뉴욕 등 전 세계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Palais de Tokyo(파리), Chelsea Art Museum(뉴욕), Deste Foundation(아테네)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으며, The Mitsuni Collection(도쿄), The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뉴욕), 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샌프란시스코), Astrup Fearnley Museum(오슬로) 등의 주요 기관에 작품이 소장되어있다.

웬디 화이트(1971 년생)는 Savannah College of Art & Design을 졸업 후 Mason Gross School of the Arts Rutgers에서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뉴욕에서 작품 활동 중인 그녀는 SCAD Museum of Art(조지아), David Castillo Gallery(마이애미), Koenig & Clinton(뉴욕), Marlborough Contemporary(뉴욕),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캘리포니아) 등 주요 예술 기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 2017년에 완공된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애틀랜타)과 협업해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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