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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기고] '조영남 사건'과 '천경자 사건'

2018.09.21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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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회의실에서 열린 고 천경자 화백 '미인도' 위작 논란 사건 수사결과 브리핑에서 미인도 원본이 공개되고 있다.검찰은 25년간 위작 논란이 일었던 천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2016.12.19. [email protected]

이 글을 쓴 사람은 천경자 화백의 유족임을 글머리에 밝힌다.

1960년대 개념미술의 대표적인 미국 작가로 솔 루윗 (Sol Lewitt) 이 있다. 그의 전시회를 개최한 갤러리나 미술관들은 작품을 운송해 올 필요가 없었다. 작가로부터 달랑 종이 한 장 타이프로 친 제작 설명서를 받으면 그 뿐이었다. 수 많은 ‘조수’들이 그 설명서를 읽으면서 기하학적인 모양이나 선을 반복하며 갤러리 벽에 그의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작가 개인의 감정이나 표현을 철저히 배제한 그 과정 자체가 개념미술의 실천이었다.

조영남 씨 대작 사기사건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내린 무죄 판결이 미술계에 파장을 일으키고있다. 재판부는 위에 언급한 개념미술 행위와 영리 목적의 대작 행위를 혼동하여 연장해 적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대작 화가를 고용해 아이디어를 준 뒤 작품을 그리게 하고 그런 그림을 본인의 것으로 서명하여 전시한 뒤 그 사실을 숨긴 채 판 행위를 미술의 한 정당한 분야라고 인정한 것이다. 게다가 재판부는 조수를 고용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 흡사 일반적인 미술품 창작 행위인 것처럼 단정했다.

대부분 예술가들의 창작관은 조영남 씨나 그의 항소심 재판부의 것과는 반대이다. 이들 창작가들은 작품에 예술가의 땀과 열정과 혼이 각인된다고 믿고 하나 하나에 혼신의 힘과 시간을 쏟는다. '미인도' 사건으로 곤욕을 치룬 천경자 화백과 같은 사람들의 예술관이 대표적이다. 천경자는 특히 과작으로 알려진 화가였다. 수 개월 혹은 일년 너머 걸려 작품의 완성도를 다졌다.

‘내 자식을 몰라 보겠냐’는 그의 절규는 과장이 아니었다. 생존 작가는 당연히 본인이 감정의 최우선자며 최후 결정자다. 이는 국내 감정계에도 엄연히 현존하는 수칙이다. 그러나 그 원칙에서 이 여성 화가는 제외되었다.

현재 진행중인 천경자 명예훼손 사건은 천 화백 사후 정 모 평론가가 천경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언론에 유포하여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 기소된 사건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미술인, 심지어 언론 조차도 사건의 진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천 화백의 유족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다며 평론가를 고발’한 것으로 2년 넘게 끈질긴 오보를 내고 있다. 그러나 유족은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다고해서 그 누구도 고발한 적이 없다. 정 모 피고가 기소된 것은 공적인 팩트에 반한 거짓말을 유포해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고 작가의 명예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상소심에서 다뤄질 예정이므로 여기서 자세하게 열거하는 것을 생략하지만, '미인도'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및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진품 판정을 받았다,’ ‘미인도' 액자에는 천화백 단골 표구사의 대장번호가 적혀있다’ ‘천화백은 70년대 말 금분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문방구에서 파는 공작용 금가루를 사용했다.’ 등 일련의 허무맹랑한 허위사실들을 그는 유포했다.

그러나, 피고는 이 사자명예훼손 사건의 1 심 2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재판부는 공소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허위인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피고가 허위라고 인지하지 못 하였다.’ ‘피고인의 취지는 그것이 아니었다.’ 등의 모호한 이유로 무죄를 판결했다.

흡사 피고의 마음속에 들어가 본 듯 그의 ‘취지’를 간파하여 증거는 무시하고 피고측의 변명 만을 옹호한 것이다. 피고는 10여년을 현대미술관 학예실장까지 지낸 전문가이고 '미인도'관련 모든 자료를 섭렵했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남들이 '미인도'에 접근하지 못했던 시기에 본인의 지위 덕에 '미인도'를 앞뒤로 관찰한 사람이다. 그런 전문가가 명백한 객관적 사안을 두고 ‘허위임을 인지하지 못하였다’면 명예훼손으로 유죄판결을 받을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미인도' 사건과 조영남 사건은 나란히 대법원에 상고되었다. 나는 이 두 사건에 대한 최종 심리가 우리 사법계의 아직까지는 일천한 예술에 대한 시야와 식견을 넓히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Sumita Kim (김정희) 미국 몽고메리 대학 미술과 교수 천경자 화백 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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