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컨텐츠바로가기
주메뉴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외부링크용로고

People[인터뷰]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조직 안정·친근한 미술관 거듭날 것"

2021.02.03

[뉴시스] 박현주

  • 페이스북
  • 구글플러스
  • Pinterest

취임 2년...전문임기제 정원화(38명) 큰 변화
4관별 정체성 강화 조직 개편 정책 개발 내실 다져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서예전등 13개 전시 온라인전 성과
유튜브 해외접속국 20개국이나 늘어 46개국서 관람
'북한미술전'은남북 관계 추이보며 추진중
2월중' 북한미술 특수자료실’ 일반 열람 시작
소장품 선집 영문본 출간...한국미술사 가이드북 상반기 발간
과천 어린이미술관 강화 5월 개선된 어린미술관 재개관

[서울=뉴시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미술관 자체로서 가장 큰 변화는 전문임기제 정원화로 조직이 안정되고 직제가 개편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1일 취임 2주년을 맞은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취임전과 비교했을때 '조직 안정'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라고 꼽았다.

윤 관장은 "미술관 숙원이었던 전문임기제의 정원화로 2020년 상·하반기 동안 채용 절차를 완료하고 고용 불안을 해소했다"고 밝혔다.

국립현대미술관은 2018년 독립법인화 논의가 백지화되면서 전문임기제 직원들의 고용 불안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국립현대미술관은 전문임기제 공무원 정원화를 관계부처와 협의해왔다. 지난해 비정규직인 전문임기제를 없애고 이 자리에 정규직 공무원 38명을 채용했다.

윤범모 관장은 정원 확보가 되면서 직제도 일부 개편했다. 4관별 정체성 강화를 위해 미술관 조직을 △기획운영단(4과 1팀: 행정지원과, 기획총괄과, 작품보존미술은행관리과, 홍보고객과, 미술품수장센터관리팀) △학예연구실(6과 1팀: 미술정책연구과, 현대미술1과, 현대미술2과, 소장품자료관리과, 미술관교육과, 미술품수장센터운영과, 근대미술팀) 으로 개편하고 △미술정책연구과 신설해 미술관의 중장기 정책을 효율적으로 계획·실행할 수 있도록 했다.

윤 관장은 '행운의 관장'이다. 미술관 숙원이던 관장 직급이 격상됐다. 지난해 4월 2급 국장급에서 1급, '차관보급'으로 올랐다. 그동안 미술계에서는 차관급인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비교해 미술관장 위상이 평가절하돼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윤 관장은 "개관 50년 만에 기관장 직급이 상향(고위공무원 나급 → 가급) 되었다는 점도 미술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미술문화향유 확대와 중장기 정책개발을 위한 내실을 다졌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자부했다.

윤 관장은 이전 연임 의사를 밝히며 논란이 됐던 국내 첫 '외국인 관장'이었던 마리 관장이 물러나고 공모를 통해 임명됐다. 동국대 미술사학과 박사 출신인 윤 관장은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장을 역임하고 전시기획자로 활동하면서 민중미술 계열과 활발히 교류한 편향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임명된 후 일명 '코드 인사'로 미술계가 시끄러웠지만, "한국미술의 자존심을 살리겠다"는 의지와 '이웃집 같은 미술관'을 표방하며 취임 2주년째 순항중이다. 임기는 3년으로 2022년 2월까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울·과천·덕수궁·청주 4관으로 운영, 아시아 최대 규모 미술관이다. 연간 30여건의 전시를 추진하며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윤 관장 취임전 외국인 관장으로 '해외 미술'전시가 활발했다면, 지난 2년간은 우리미술과 국내 작가들의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서예전뿐 아니라 13개 전시를 온라인으로 선보였다. 전시 총 조회수는 50만회가 넘고, 유튜브 구독자수 3만명 돌파, 유튜브의 해외접속 국가도 대폭 증가하여 20개국이나 늘었다. (2019년 26개국→2020년 46개국) 온라인을 타고 보다 친근하게 미술관을 만나고 있는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에 따르면 온오프라인 다양한 소통으로 미술관 인지도는 전년보다 상승해서 48.2% 기록했고, 뉴스레터 구독자수도 전년보다 1만6000명이 늘어 총 7만1000명을 확보했다.
윤 관장과 서면으로 만나 지난해 전시 성과와 앞으로의 미술관 계획을 들어봤다.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김용관.

◇서예전 온라인개막으로 지난해 온라인 10대 미술관으로 등극했네요?

▲윤 관장: 개관 50년만에 처음으로 기획한 서예 단독 기획전이 코로나19상황에 개막을 못하고 있었고, 대응방안으로 온라인으로 개막하자고 제안했죠.

그것이 큰 성공을 거둬 유튜브 조회만 10만회를 넘었습니다. 미국 게티미술관, 이탈리아 바티칸박물관 등과 함께 ‘가상으로 돌아볼 만한 세계 10대 박물관·미술관’ 중 하나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됐어요.

또 대만의 한 시립미술관에서 서예전 유튜브 MMCA TV를 보고 초대전 제안이 왔는데, 10만 조회를 돌파한 온라인 전시 영상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유튜브 학예사 전시투어 90분 짜리 영상을 보고, 한국의 근현대 서예전시를 대만으로 꼭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와 2023년 개최로 현재 세부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피소드가 정말 재밌는데, 이 미술관의 큐레이터가 배원정 학예사의 온라인 전시 영상을 보고 전시를 꼭 초대하고 싶어, 대만의 한국유학생을 통해 배원정 학예사에게 전화를 해왔다고 하더군요.

◇2020년 최고 성과로 소장품 수집 S등급을 받았다고요?

▲윤 관장:그렇습니다. 소장품 수집 분야, 특히 근대미술 강화로 2년 연속 소장품 수집평가 S등급을 받았습니다.

제가 부임해오고 2019년의 소장품 수집이 처음으로 S등급을 받은데 이어 (그간 최고는 A등급), 2020년에도 S등급을 받았는데, 점수가 좀 더 상승했어요.(96.9⇒97.5점)

한국미술 연구를 위한 조사,연구,전시,수집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거지요. 외부전문가 평가서 최고 등급받은 것이라 당장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미술관으로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 셈입니다.

1년 소장품 구입비(48억)는 적은 예산이지만 근대미술중 빠진 것들을 착실히 채워가고 있다고 봅니다.

◇2020년 가장 인기 전시와 각 관람객수는?...서예전-개판 전시 주목

▲윤 관장: 코로나19에 사태에 따라 개관 50년만에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개막한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이 인기였어요.

특히 유튜브 학예사 전시투어 영상은 현재 유튜브 조회수 10만3151회를 넘겼어요. 코로나19 휴관으로 전시장의 관람객 수는 1만3270명에 불과했거든요.

[서울=뉴시스]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 윤범모)은 개관 이후 첫 서예 단독 기획전이자 올해 첫 신규 전시인 '미술관에 書: 한국 근현대 서예'전 전시 장면.

개막전부터 화제였던 ‘개판된 미술관’으로 불린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전시도 주목받았어요.

미술관 개관이래 개들이 전시장에 들어온 것도 최초고요. 전시 한 달간 관람객 수 2만 499명이 방문했는데, 이 개 전시는 해외언론에서도 매우 주목했습니다.

외신보도(13건)가 잇따랐는데 지구 반바퀴 아르헨티나의 대표신문 클라린(Clarin) 지면 전면에도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장을 찾은 강아지들이 크게 보도가 되기도 했죠.

[서울=뉴시스] '모두를 위한 미술관, 개를 위한 미술관' 전시 전경. 사진=박수환.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20.9.21 [email protected]

온라인 생중계로 선공개된 '낯선 전쟁'도 빼놓을수 없어요. 한국전쟁 70년을 맞이하며 전 지구적 재난 상황에서 미술을 통한 치유와 평화의 비전을 제시한 대규모 기획전시로 4만9809명이 관람했습니다. 시공을 넘어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을 총망라하여 인류애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 '보존과학자 C의 하루'도 인기였어요. 미술품수장센터이자 미술품의 ‘보존·복원’이 특화된 장소로서 청주관이 돋보인 전시였죠. 보존과학자 C라는 가상의 인물의 하루를 전시를 통해 조명하고 미술품 보존과학을 문화와 예술의 관점으로 소개하여 큰 호평을 받았어요.

하지만 지난해는 아쉽게도 코로나 사태로 미술관 개관일은 총 175일로 절반도 되지못했습니다.

문을 열었어도 관람인원 50~30%제한으로 인해 총 82만명이 다녀가셨어요. 그러나 유튜브 관람은 380만명으로 온라인의 가능성을 높혀준 한 해였습니다.

◇2019년 취임 초 발표한 북한미술전시는 열리지 않았는데 어떻게 된건가요?

▲윤 관장:현재 남북 간 공공기관 차원에서의 남북 미술의 교류와 협력은 남북관계 발전의 추이를 보며 구체적인 실행이 진행될 것입니다.

미술관은 우선 2019년 연구용역으로 북한미술 수집 방향 설정 후 2020년 ‘북한미술 특수자료 인가기관’ 승인 등 본격적으로 아카이브 수집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북한미술박물관소장품 도록, 북한예술총서 등 총 733건을 신규 수집했어요. 오는 2월말경 서울관 3층 디지털정보실 내 마련된 ‘북한미술 특수자료실’에서 일반인 열람도 시작할 예정입니다.

이를 계기로 북한미술 연구가 활성화되어 많은 전문가가 나오기를 희망합니다. 미국과 소련이 미술품 교류전을 통해 냉전체제가 무너진 것처럼 미술이라는 장르는 얼음을 해빙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국 미술 강화' 목표였는데 어떤 성과가 있나요?

▲윤 관장: K팝, K드라마 등 한국문화는 이제 지구촌을 달구고 있죠. 다행스럽고 다행스런 일입니다. 미술 한류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에서 한국 작가의 위상은 날로 높아가고 있어요.

국립현대미술관은 한국 현대미술 전시를 해외 유수 미술관에서 개최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2022년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한국 실험미술 특별전을 열고, 또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미술관(LACMA)에서 한국 근대미술과 현대미술 전시를 각각 선보입니다.

더불어 독일 ZKM이나 중국 국가미술관 등에서도 한국미술을 선보일 계획이죠. 이들 협업에 의한 한국 미술전은 국제무대에서 한국 미술에 대한 새로운 주목의 계기를 줄 것입니다.

과거에는 해외 선진미술의 수용에 급급했다면, 이제는 쌍방통행의 교류를 지향해야 합니다. 비록 코로나19로 인해 규모 있는 국제교류 전시는 축소되거나 미뤄졌지만 한국 근·현대미술의 정수를 해외에 알리는 작업은 지속해오고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미술관이 수집해온 소장품을 대표하는 300인(팀)의 작품 300점을 수록한 선집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300'을 출간했습니다.이와 더불어 미술관은 한국미술에 관심 있는 해외독자를 위한 일종의 ‘가이드북’을 마련중입니다.

한국미술은 용어나 개념이 혼재되어 있어요. 해외에 한국미술을 알리는 첨병으로 국가미술관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미술관 차원에서 먼저 용어와 개념을 재정립하는 게 시급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학예실과 외부 전문가들 수십 명이 참여한 '한국미술연구사업'을 발족하여 20세기 한국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어요.

올해 상반기 연구논문 30여 편이 수록된 '한국현대미술 개론서' 발간을 앞두고 있고 하반기에는 영문본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이웃같은 미술관’ 표방속 국립현대미술관이 찾은 활로는 무엇인가요?

▲윤 관장: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코로나19 장기화는 다른 한편으로 미술관의 온라인 콘텐츠가 큰 주목을 받은 한 해였습니다.

‘이웃같은 미술관’으로서 물리적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온라인 콘텐츠를 최대한 활용하여 국민들에게 필요한 미술관의 역할과 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온라인 대응은 한국 미술계의 코로나19 대응을 담은 '코로나시대의 미술관' 온라인 좌담회를 통해 국제근현대미술관위원회(CIMAM) 누리집과 SNS에 소개되어 전 세계 86개국 미술기관에 공유되었어요.

더불어 코로나 난국에 등교를 할 수 없는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비대면 교육자료 어린이를 위한 '집에서 만나는 미술관' 영상, 국내 미술관 최초로 중·고등학교 원격수업을 위한 온라인 교육 자료를 개발하여 무상 배포했습니다.

미술관의 책들을 보다 가깝게 친근하게 만나볼 수 있도록 ‘미술책방’(2019, 서울관) ‘미술가게’(2020, 온라인) 를 연 것도 큰 성과라고 봅니다.

[서울=뉴시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과천 어린이미술관을 강화한다고 했는데 어떻게 변화되나요?

▲윤 관장: 미래의 꿈나무인 어린이를 위한 미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합니다.

어려서부터 미술환경과 친하게 될수록 감수성의 풍요로움을 얻게 됩니다. 가족 중심의 미술관을 꿈꾸는 과천관은 특히 어린이 프로그램 개발에 앞장서고 있어요. 이를 위해 실내의 어린이 전시장을 대폭 확장했고, 또 다양한 조형물 등을 새롭게 설치했습니다.

'MMCA 예술놀이마당'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미술관 문이 닫혀도 과천 야외에서 안전하게 예술을 경험할수 있게 꾸몄어요. 도보길 등 야외 환경을 개선하고 4개 공간(예술가의 밭, 예술마루, 솔내음길, 하늘지붕)을 마련했죠.

지난해 6월 과천관 개관 이래 최대 어린이 전시인 '신나는 빛깔마당'도 시범 운영되어 호응 받았습니다.

오는 5월 가정의 달에 맞춰 대폭 개선된 어린이미술관이 재개관하는데, 특히 100여평 공간이 확장되어 가족 관람객을 위한 휴게공간, 영유아공간, 도시락쉼터, 수유실 등이 신설되고 교육실이 확장될 예정입니다.

[과천=뉴시스] 조수정 기자 = 8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윤범모(왼쪽) 관장과 MMCA 과천프로젝트 2020 우승팀인 건축가그룹 에스티피엠제이(stpmj) 이승택(가운데), 임미정 작가가 전시작 '과.천.표.면(The Surface)'을 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0.10.08. [email protected]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시기입니다. 우리나라 최고 미술관으로서 목표는요?

▲윤 관장: 코로나 사태는 전 세계 문화예술계에 위기인 동시에 기회입니다. 코로나 이후 시대는 실감형 비대면 서비스 강화로 디지털 미술관의 새로운 기능과 역할 모색에 앞장서게 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로봇을 활용한 원격 관람서비스도 검토 추진 중입니다.

인류 역사는 온갖 재난과 함께 버텨왔습니다. 고통을 겪어 본 사람만이 삶의 가치를 안다는 말처럼, 쓰라린 바다를 건너야 피안이 있는데 그 사이에 바로 미술이 있습니다.

2021년 새해에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코로나19를 치유하고 위로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휴식같은 미술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2021년 전시 기조는 '사회적 소통, 융합의 시대정신, 균형과 조화'로 설정하고 관별 특성에 맞는 전시로 구현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 4월부터 선보인 누리집 온라인미술관을 '디지털미술관'으로 확대 개편해 코로나19가 촉발한 비대면접촉 사회의 달라진 문화예술 향유 방식에 적극 대처할 방침이다.

지능형 큐레이션 기능을 도입한 온라인 이용환경 개선을 통해 전시 감상과 교육, 소장품, 참여형 문화이벤트까지 이용객 맞춤형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목표다.

윤범모 관장의 의지인 한국미술의 정체성을 확장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박수근, 정상화, 최욱경, 황재형 등 다양한 영역의 거장들을 조명하고 MMCA 현대차 시리즈, 올해의 작가상, 젊은 모색 등의 정기전을 개최해 한국미술의 역동성과 다양성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또한 중국 거장 아이 웨이웨이 개인전, 독일 칼스루헤 미디어아트센터(ZKM) 김순기 순회전 등으로 세계 미술계와 긴밀히 호흡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최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