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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또렷한 색감일수록 멀어지는 주제의식…바스키아는 그렇게 홀린다

2020.12.07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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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7일까지 서울 롯데뮤지엄 ‘장 미쉘 바스키아: 거리, 영웅, 예술’ 전…회화, 조각, 드로잉 150여점

‘장 미쉘 바스키아: 거리, 영웅, 예술’ 전.

미국의 천재 미술가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는 ‘검은 피카소’로 불린다. 피카소처럼 초등학생이 그린 듯한 초현실과 팝아트의 치기적 또는 경계적 화풍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하지만 바스키아의 그림은 생전이나 사후나 그 값어치가 ‘비슷했다’는 점에서 사후에 매겨지는 ‘덤의 프리미엄’이 전혀 없다.

그의 작품은 그 자체로 ‘전설’인 셈이다. 아이티인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바스키아는 미술 교육을 받은 적이 없지만, 어머니 손에 이끌려 미술관에 자주 들락거렸다.

1977년 뉴욕 거리 벽에 낙서를 그리는 그라피티 그룹 세이모(SAMO)를 결성하면서 주목받았다. 팝아트가 부흥할 때 앤디 워홀이 먼저 알아보고 그를 주류 세계에 진입시켰다.

관람객이 장 미셸 바스키아의 'Untitled'(Yellow Tar and Feathers, 1982) 작품을 관람하고 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코카인 중독으로 요절하기 전까지 8년간 그가 남긴 작품 수만 3000여점. 작품만 보면 그가 얼마나 그 짧은 기간에 광범위한 인생을 경험하고, 가벼운 낙서 같은 그림 뒤에 숨겨진 내면의 깊이를 통찰했는지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비장을 들어낸 뒤 그린 인체 장기 스케치부터 각종 만화 캐릭터, 찰리 파커를 위시한 재즈 뮤지션의 노래로 구성한 작품, 인간과 동물의 대비를 통해 전하는 환경 메시지 등 주제는 차고 넘친다.

4m에 이르는 대형 회화와 조각, 드로잉 등 모두 150여점이 내년 2월 7일까지 서울 롯데뮤지엄에서 ‘장 미쉘 바스키아: 거리, 영웅, 예술’ 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된다.

장 미셸 바스키아, 'New York, New York', 1981, Acrylic, oil stick, spray paint, silver spray paint, and paper collage on canvas, 128.3×226.1cm. /사진제공=롯데뮤지엄

무엇보다 바스키아의 특징은 또렷한 색감에서 되레 멀어지는 희미한 주제의식, 초등학생 같은 유치한 발상이나 스케치에서 얻는 깊은 철학적 고뇌 같은 ‘전복의 탄식’에 있다. 만만하게 보다 큰코다치고, 다 알 것 같다가도 전혀 모르는 각성의 순간이 실시간 이어진다.

무질서하게 뒤섞인 글자와 이미지를 통해 사회 모순을 조롱하거나 메타포적 메시지로 인종차별이나 권력의 횡포에 저항하는 식의 발상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매일, 아니 매 순간 볼수록 ‘다르게’ 감각되는 그의 작품은 그래서 늘 신선하다.

1982년 작 회화 ‘무제’는 지난 2017년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억1050만 달러(약 1380억원)에 낙찰됐다. 그의 손 터치가 아닌, 삶의 철학이 남긴 가치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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