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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자연 풍경으로 빛나는 갤러리…푸릇한 생명력 샘솟네

2020.10.28

[뉴스1] 이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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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스타인캠프 개인전, 서촌 리안갤러리·북촌 리만머핀에서 열려

리만갤러리 서울에 전시된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작품.© 뉴스1 이기림 기자

어두운 공간, 벽면에 형형색색의 빛이 떠오른다. 한쪽에서는 사과, 배, 귤, 키위 등 과일과 함께 꽃들이 둥둥 떠다닌다. 마치 무중력상태를 부유하듯. 한쪽에서는 비눗방울같이 생긴 방울 덩어리와 가닥들이 이리저리 움직인다. 투명함이 더해진 덩어리들로 인해 보는 이들을 실재하는 현실에서 벗어나도록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무언가에 흔들리는 나무에 잎이 나고, 열매를 맺으며, 잎을 다시 떨어뜨리는 성장의 과정, 혹은 자연이 변화되는 모습도 벽면에 등장한다. 이처럼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공간, 그리고 추상적인 이미지들이 가득한 공간은 서울 종로구 리안갤러리 서울에 설치된 작품이다. 자연풍경이 공간에 들어서서 바꾸는 이미지가 사람과 닮아있음을 제시하는 미국의 영상미디어 설치작가 제니퍼 스타인캠프가 제작했다.

스타인캠프는 전통적인 정물화를 17세기 플랑드르 화파의 바니타스 정물화에 영감을 받아 디지털로 재해석한다. 이를 통해 삶의 허무, 인생무상이라는 정물화의 형식을 깨고, 생의 환희를 표현한다.


그의 모든 작품에서 느껴지는 건 생명의 힘, 그리고 순환이란 개념이다. 압도적인 규모의 미디어아트가 줄을 잇는 요즘이지만, 스타인캠프의 작품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이런 개념에 조화로운 형태와 다양한 색깔의 빛이 공간에 더해졌기 때문이다.

스타인캠프의 작품은 현재 서울 종로구 리만머핀 갤러리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리안갤러리 서울이 경복궁 서쪽인 서촌에 있다면, 리만머핀 갤러리는 그 반대편인 동쪽 북촌에 위치한다. 북악산 밑으로 자연과 공존하는 공간인 경복궁 양옆에 또 다른 자연과 공존하는 공간이 생겼다.

리만머핀에 전시된 제니퍼 스타인캠프의 작품.© 뉴스1 이기림 기자

리만머핀 갤러리에서는 미국의 자연환경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한 풍경이 빛을 내고 있다. 울창한 자작나무 숲을 정면으로 마주한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여기에서도 나뭇잎은 푸릇하게 자라고, 시간이 지나며 노랗게 되고, 바람에 흔들리며, 결국엔 떨어져 비처럼 흩날린다.

또한 물 속으로 나뭇잎과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들은 하강한다. 색의 푸르름에 놀라지만, 하강에 담긴, 그리고 나무 혹은 꽃대에서 떨어진 잎이란 점에서 모순적인 이미지가 느껴진다. 그런데도 상승하는 작은 산소방울과 이리저리 흔들리는 생명의 힘을 느낄 수 있다.

분홍색, 주황색, 흰색의 데이지꽃이 화환으로 엮여 360도 회전하는 풍경도 벽면에서 빛난다. 이 움직임에서도 우리는 자연의 아름다움, 생명성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자연은 코로나19로 인해 어두워진, 쓸쓸해진 마음을 회복시킨다. 실재하는 자연이 주는 힘도 좋지만, 스타인캠프가 갤러리라는 갇힌 공간에 빛으로 만들어낸 자연이 주는 힘도 색다르게 '힐링의 요소'로 다가간다. 전시는 리안갤러리 서울과 리만머핀 갤러리 모두 이달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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