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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새끼에게 플라스틱 먹이는 알바트로스…아름다움 너머의 슬픔

2019.02.21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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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조던 "작은 행동에 비해 문제는 훨씬 심각"
비닐봉투 24만개로 탄생한 '비너스' 등 64점 전시

크리스 조던이 20일 성곡미술관에서 작품 '비너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뉴스1

태평양의 아름다운 섬 '미드웨이'.

새들이 낙원이라고 불리는 이곳에서 죽은 채 발견된 어린 알바트로스들의 뱃속 모습은 충격적이었다.

어린 알바트로스의 배에는 플라스틱 병뚜껑, 라이터 같은 플라스틱 조각들이 가득했다.

가장 멀리, 가장 오래 나는 새로 알려진 알바트로스는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잔뜩 먹고와서는 새끼에게 다시 먹인다.

이 때문에 새끼들의 뱃속은 썩지 않는 플라스틱으로 점점 채워지고 정작 스스로 먹이를 찾아 첫 비행을 해야할 때가 왔을 때는 뱃속을 비워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쌓인 플라스틱 때문에 날아보지도 못하고 배고픔에 시달리다 죽음을 맞이한다.

8년동안 미드웨이 섬에서 알바트로스의 탄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여정을 담은 영화 '알바트로스의 꿈'을 제작한 크리스 조던(Chris Jordan·56)이 한국을 찾았다.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은 20일 사진·영상전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 전시가 열릴 성곡미술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인간이 했던 작은 행동에 비해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며 "많은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모든 인류가 함께 극단적으로 공동의 변화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70억명이나 사는 복잡한 지구에서 나라는 작은 존재가 의미있는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면 아무런 행동도 일어나지 않지만 우리가 공포나 분노, 슬픔, 사랑을 느낀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동기가 생겨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 조던의 미드웨이 시리즈 중에서(Midway: Message from the Gyre), 64x76cm, Archival Pigment Print_PLEXIGLAS. XT (UV100), 2009~, © Chris Jordan

크리스 조던은 영화 뿐만 아니라 명화와 현대 대중 매체의 상징코드를 차용한 작업들을 통해 환경과 기후 문제를 다뤄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10초마다 전 세계에서 소비되는 비닐봉투 24만개로 부활한 보티첼리의 대표작 '비너스의 탄생', 슈퍼마켓 백 114만개로 이뤄진 대나무 숲, 후쿠시마 원전사고 때 발생한 버섯구름 사진으로 만든 침몰하는 타이타닉 호, 바다에 떠있는 수많은 라이터들의 이미지로 만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등을 선보인다.

이 작품들은 멀리서 보면 아름다운 명화와 풍경 사진을 보는 듯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인간들이 편리함을 위해 무심코 한 행동의 처참한 결과를 보여준다.

그는 "제 작업을 통해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학습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크리스 조던은 대학에서 문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10여년간 변호사로 일하다 2003년 본격적으로 사진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변호사로 일할 때 가장 좋았던 점은 안전함이었다. 그래서 변호사를 그만두는 것은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일과 같았다. 하지만 편안함보다는 마음 속의 빈공간이 더 컸고 사진 작가가 되고 나니 생동감을 느꼈다"고 했다.

(재)숲과나눔이 주최한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사진·영상 작품 총 64점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22일 개막해 5월5일까지 이어진다.

'크리스 조던 : 아름다움 너머' 전은 서울을 시작으로 부산, 순천, 제주 등 전국 순회전으로 진행된다.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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