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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개관 40년 세종문화회관…"'최고의 제작극장·감성안식처' 만들 것"

2018.12.03

[머니투데이] 배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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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 초대석]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사진=홍봉진 기자

"20년간 문화예술계 종사자들과 많은 교류를 해왔기에 현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는지는 알고 있었죠. 그래도 제가 모르는 것이 있지 않을까 걱정이 있었어요. 제가 할 수 없는 부분, 즉 예술 창작과 기획 분야만 떼어 놓고 보니 구조가 그리 복잡하지 않더라고요. '이 정도면 내가 할 수 있겠다' 자신감이 생겼죠."

지난 9월말 취임한 김성규 사장(사진·55)은 한미회계법인 대표를 지낸 세종문화회관 역사상 첫 회계전문가 출신 사장이다. '문화예술'과 '숫자'. 김 사장은 얼핏 보면 이질감이 느껴지는 요소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버무리며 완벽한 조합을 이끌어내기 위해 '현장의 지휘자'로서 바쁘게 뛰고 있다.

개관 40년 된 '올드한' 세종문화회관을 변화와 소통의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면 차별화된 용어와 방향성이 필요했다. 취임 직후 '이모셔널 세이프티'(Emotional Safety)를 내건 이유다. 직원·관객·예술가·시민 등 세종문화회관을 방문하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감성적인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ES(이모셔널 세이프티) 추진단'을 꾸리고, 홍보마케팅팀과 신설 조직인 재원조성팀을 사장 직속으로 두는 등 조직 개편을 신속하게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이미 세종문화회관 곳곳에서 변화가 진행 중이다. 지난달 2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그를 만나 세종문화회관의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사진=홍봉진 기자

-취임 후 곧바로 조직개편을 했는데, 어디에 중점을 맞췄나.
▶내가 잘 모르는 분야(홍보마케팅)와 가장 잘 아는 분야(재원조성)를 사장 직속으로 뒀다. 사실 재원조성은 회계사의 영역이 아닌데 예술인들로부터 회계분야를 넘어 급여제도, 인사제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문 의뢰를 받으며 공부·영역을 넓혀가다 보니 재원조성 영역까지 확장됐다. 세종문화회관도 예산의 60% 정도를 서울시에서 받고 있는데 공공 재원 의존도가 높아지면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민간의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지에 대한 요구는 문화예술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 재원조성 관련 업무를 하던 인력 있었던 적 있지만 전문성이 부족했다. 재원조성 전문가들을 영입해 별도 팀을 꾸렸다. 공연 기관에서 재원조성을 위한 별도조직을 만든 건 국내 최초일 듯싶다.

-'이모셔널 세이프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달라.
▶일반 공간에 적용되는 '베리어프리', '유니버설 디자인'과 비슷한 개념이다. 하지만 세종문화회관은 '문화공간'이기 때문에 감성적인 측면을 더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했다. 변화와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차별성을 두고 싶었다. 고민하다가 위키피디아에서 딱 맞는 용어를 찾은 거다. 한마디로 같은 의자라도 세종문화회관 의자에 앉으면 감성적으로 편안한 느낌이 들게 하는 것. '이모셔널 세이프티'에 초점을 두고, 제가 추구하는 변화를 추진해나갈 생각이다. 이 공간을 이용하는 이해관계자들이 편리하고 정서적인 안정감을 갖도록 말이다.

-ES추진단을 중심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거나 앞으로 진행할 사업들은 무엇인가.
▶세종문화회관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노인, 어린이 등 누구나 공연장에 쉽게 접근하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추진단은 이런 고민하고 있다. 최근 추진단이 직접 장애인 체험을 해본 뒤 개선해야할 부분 58가지를 찾았다. 관련 팀에 전달하고 시의성, 예산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매겨 하나씩 해결해가고 있다. 각 공연장 간 이동도 불편했는데 이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로도 새롭게 만들고 안내 표식도 사용자 편의에 맞게 바꿀 계획이다. 2층 아케이드 공간도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계획하고 있다. 일부러라도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전 직원 대상으로 조직 내의 개선점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내가 지시해서가 아니라 직원들 차원에서 스스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려 한다.

-최근 개관한 S씨어터는 기존 세종문화회관의 공연장들과 성격이 다르다. 어떻게 운영할 계획인지.
▶S씨어터는 그동안 올드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에 편중됐던 세종문화회관이 갖고 있지 못했던 기능을 할 거다. 세종문화회관 공연장 중 규모는 가장 작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꿔줄 중요한 장소다. 또한 실험적이고, 예술생태계에 중요한 새로운 창작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다. 이러한 두 가지 기능을 함께 가져갈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공간이다. 내년까지는 이 극장을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우리 자체의 실험적인 기간이 될 것 같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사진=홍봉진 기자

-세종문화회관 산하에 9개의 예술단체(서울시국악관현악단·무용단·합창단·뮤지컬단·극단·오페라단·유스오케스트라단·소년소녀합창단·청소년국악단)가 있다. 이들 단체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9개 예술단체가 있다는 건 최대 단점이자 장점이다. 단점은 관리의 어려움이다. 각 장르별로 요구사항이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도 다르다. 이제껏 9개 단체의 평가나 급여 기준 등 통일된 방식으로 관리해왔더라. 난 생각이 다르다. 장르별 특성에 따라 평가 시스템도 달라야한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국내 최고의 예술단체가 9개나 있다는 건 잘만 관리하면 대한민국 최고의 제작극장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각 예술단들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공연도 달라야하는 게 맞다. 단, 이들끼리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이미 라인업 구성이 완료된 내년 이후부터는 9개 단체가 함께 조율해 스케줄을 짤 계획이다. 비용이 더 들 수도 있지만 프로덕션 공연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거쳐야 할 단계다. 9개 단체 개별 특성을 살리되 따로 놀아선 안 된다. 공적 재원이 투입되기 때문에 민간단체와 경쟁구도로 가선 안 된다. 민간 시스템과 제작비를 따라갈 순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규모 내에서 공연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면 할 수 있는 게 많을 거다. 우리만의 정체성을 찾는 게 중요한 이유다.

-국내 공연을 찾는 외국인 관객도 늘고 있다. 외국인 대상 서비스 개편 계획은.
▶관광객보다는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들에 초점을 맞춰 크게 3가지 부분에서 먼저 개선하려고 한다. 먼저 공연 정보 제공이다. 각 대사관을 통해 국내 체류중인 외국인 대상으로 공연 정보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서 공연장으로 유입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티켓 예매시 언어적 어려움이 없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콘텐츠 품질 향상이다. 외국인들이 넌버벌 공연은 많이 보지만 연극 같은 작품은 아직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방탄소년단도 한국말로 노래하지만 외국인들이 좋아하지 않나. 우리말로 하는 공연이라도 외국인이 볼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김성규 세종문화회관 사장/사진=홍봉진 기자

-공연장에 비해 미술관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미술관에도 변화가 있을까.
▶미술관은 취임 전부터 생각하던 부분이다. 세종미술관은 미술관으로서의 매력이 거의 없다. 상설전시가 있는 것도, 소장품이 많지도 않고, 공간도 넓지 않다. 사대문 안에만 해도 수많은 미술관과 전시공간이 있다. 세종미술관만의 장점은 오로지 '위치'뿐이다. 냉정하게 판단했을 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집중화 전략'이라고 판단했다. 남들이 하지 않는 기획전시, 미술 생태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크게 두 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하나는 컬렉터를 조명하는 전시다. 단순 소장품 전시가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각 컬렉터들의 성장배경, 작품 구입 배경 등 스토리 중심으로 전시를 하는 거다. 사회적으로 컬렉터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이 있는데 이는 미술계에도 결코 좋지 않다. 컬렉터에 대한 시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는 전시를 해볼 생각이다. 또 다른 하나는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을 위한 전시다. '입주 작가들이 한국 미술의 미래다, 한국 미술의 미래를 보려면 이곳에 와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올 초부터 남북 교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앞으로 남북 문화교류에 있어 세종문화회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공간과 콘텐츠 측면에서 기여할 수 있을 것 같다. 공간 대관 문제는 사전에 일정만 협의된다면 얼마든지 협력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콘텐츠다. 특히 세종문화회관 소속 예술단체과 공동으로 공연을 한다든가 오페라,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남과 북이 각각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서로 얘기하고 콘텐츠 교류도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정치적인 문제가 풀리기 전에 예술 분야의 교류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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