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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작가&작가] 박형근, 섬 앞 모랫길로 '아픔'을 담다

2016.04.11

[머니투데이] 김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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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근의 '낚시바늘' 연작 가운데 '두 섬들'이란 부제가 붙은 30번(왼쪽), 31번 작품. /사진제공=박형근

<3>'최두수'가 말하는 '박형근'…상업 사진 유혹 뿌리치고 '금단의 영역'에 시선

"'금단의 영역'을 탐구해온 작가입니다. 상업 사진계의 유혹도 있었지만, 이를 뿌리치고 오롯이 예술 사진의 길을 모색해온 사진가예요.”

현대미술작가 최두수(44)는 자신이 인정하는 동시대 작가인 박형근(43)에 대해 이같이 표현했다.

박형근이 2004년 이후 지속적으로 내놓은 '텐슬리스'(tenseless) 연작은 붉은빛이 감도는 흙웅덩이, 속옷을 비롯한 옷가지들이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는 숲 등이다. 평범한 일상에 살던 관람객을 몽환적인 금단의 영역으로 이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제 없음’이란 의미처럼 도대체 언제, 어떤 곳을 찍었는지 모를 새로운 세상이다.

"평범한 풍경을 낯설게 해석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이 같은 시도가 '금단의 영역'을 건드린다는 평가를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개발 이후 '간척지'가 된 땅처럼 정체성이 불분명한 풍경을 드러내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어요."

최근 자하미술관에서 '테트라포드'라는 이름의 개인전을 연 박형근의 말이다. 테트라포드는 방파제 건설을 위해 쓰이는 네 개의 뿔 모양 콘크리트 구조물을 말한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경기남부 시화호와 대부도 일대 등을 전전했다. 간척사업으로 생성된 새로운 지형과 공간을 기록한 작품 등을 선보인다.

그의 '낚시바늘' 연작 가운데 '두 섬들'이란 부제가 붙은 30번, 31번 작품은 인천 선재도 앞 외딴 섬인 '목섬'을 포착했다. 30번 짝품은 밀물일 때 고립된 목섬의 모습을 담았고, 31번 작품은 썰물을 만나 모랫길로 육지와 이어진 목섬을 찍었다.

박형근 작가. /사진=김지훈 기자

"'보이지 않는 힘'을 얘기하기 위해 그 섬을 촬영했어요. 우리 눈 앞엔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내는 달의 인력이 드러나지 않지만, 그 인력의 결과물은 주기적으로 끝 없이 우리 눈 앞에 나타나거든요. '역사의 아픔'도 이 같은 '대물림'을 겪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대물림'은 박형근이 자란 제주도의 사연과도 얽혀 있다. 그는 제주 애월읍에서 할머니와 아버지로부터 4‧3사건의 충격적 일화들을 듣고 자란 세대다.

"할머니는 제가 '4‧3'이라는 말만 꺼내도 '누군가 와서 우리 손주를 잡아가지 않을까'걱정하시던 분이었어요. 아버지는 수풀 위로 총알이 날아다니던 당시 사건을 얘기해주셨죠. 제가 다니던 '국민학교'에서 4월 3일이 되어 선생님이 한 번 '제사가 있는 집이 누구냐'하고 물어 봤을 때 반 친구들이 들어올린 많은 손들이 기억에 남아요."

박형근은 역사의 고통을 직접적으로 겪은 이들과 함께 나고 자란 셈이다. 이는 그를 '직접 화법'처럼 역사적 순간이나 흔적을 직접 담아내는 일을 멀리하게 만든 배경이 됐다. 대신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들을 비틀고 뒤집는 사진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사회와 역사의 뒤틀린 단면을 보여주는 '간접 화법'의 대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박형근은 영국 골드스미스컬리지 시각미술대학원에 이어 이미지·커뮤니케이션 전공(MA)으로 수석 졸업했다. 2006년 영국 뉴아트 갤러리 워셜의 초대 개인전 이후 금호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그의 작품은 미국 휴스턴 현대미술관, 프랑스 케브랑리 미술관, 영국 언스트 앤 영, 박건희 문화재단 등에 소장되어 있다.

박형근을 소개한 최두수는 '값싼 공산품을 아름다운 무엇인가로 탈바꿈시킨다'는 평가를 받는 설치 작가다. 갤러리현대, 스페이스 오뉴월 등에서 개인전을 했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일민미술관 등에서 단체전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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