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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현미경 속 세상 바라보는 ‘나노작가’, '코인 인베이젼' 활용한 지호준 작가

2015.11.02

[머니위크] 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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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임한별 기자

전자현미경을 통해서 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대학교에서 사진학을 전공해 광고사진을 배운 후 문화기술대학원에 입학하면서 예술가의 길을 걸어온 사람이 있다. 나노미터(㎚) 단위로 펼쳐지는 세상에 푹 빠져있는 사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예술로 형상화하면서 ‘나노작가’라는 애칭을 얻은 지호준 작가(35)를 스페이스 아트1에서 만났다.

지호준作, Revolution 2. /사진=머니위크 임한별 기자

◆링컨과 오바마의 신선한 만남

전시장에 들어가자마자 ‘2008’이라는 제작년도가 적힌 링컨의 동전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전시장 한쪽 벽면을 차지한 대형인쇄물(220×112cm)이었다. “원본은 가로길이가 3m 정도 돼요.”


지호준 작가는 어른 손톱만한 크기의 동전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동전은 녹이 슬기도 했고 수없이 많은 흠집이 난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었다. 지 작가는 동전을 600등분해 그곳에 남겨진 흔적들을 일일이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하고 그 사진 600장을 이어 붙여 거대한 동전 하나를 완성시켰다.


“이 동전은 2008년에 만들어진 동전이에요. 노예 해방을 이끌었던 링컨 대통령이 양각돼 있습니다. 2008년은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된 해이기도 해요. 그래서 배경에 오바마 대통령 당선 당시 각국의 언론기사를 넣은 거예요. 이렇게 링컨과 오바마, 이 둘의 만남을 구현한 거죠.”


작품의 이름은 ‘레볼루션2’(Revolution)이다. 지호준 작가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링컨과 오바마의 만남을 성사시킨 것이다. “링컨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오바마 대통령이 존재할 수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건가”라는 질문에 그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이 둘이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눌지에 대해서 생각하는 건 감상자의 몫이라는 지 작가는 다만 “오바마와 링컨이 만난다면 가슴 뭉클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지호준作, Washington and 911. /사진=머니위크 임한별 기자

지호준 작가의 작품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코인 인베이전’(Coin Invasion : 동전으로 침투)이다.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30만 배율 가까이 동전 속 나노세계로 ‘침투’한다는 뜻과 동전에 있는 인물의 역사와 내면으로 ‘침투’해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보고자 하는 두가지 의미가 담겼다. 지 작가는 코인 인베이전 방식을 적용해 이미 50여점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지난 2013년 지 작가는 네팔 동전에 ‘침투’했다. 네팔이 심각한 가난에 허덕인다는 기사를 접하면서다. 작품은 네팔의 동전과 뭉크의 그림 ‘절규’를 함께 보여준다.
“한쪽은 가난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이 굶는 상황인데 미술경매시장에서 뭉크의 ‘절규’는 1억1992만2500달러에 낙찰됐어요. 사상 최고가였죠. 우리 돈으로는 1353억원 정도 돼요.”
지 작가는 이 작품으로 상반되는 두 모습을 풍자했다며 ‘절규’ 속 비명이 네팔을 향한 비명은 아닐지, 그 이중성을 담았다고 말했다.


기자는 그가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 작가는 작품에서 사회와 인간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네팔과 ‘절규’뿐 아니라 독일 베를린장벽이 무너졌다는 기사와 마르크스주의의 창시자 칼 마르크스 동전을 함께 보여주기도 했다.


“저는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주제를 말하고 싶어요. 제가 어떤 답을 말하는 건 아니에요. 작품이 질문이 될 수도 있겠죠. 다만 작품을 통해 관람자들과 저의 생각을 공유하고 싶어요. 같이 고민해보는 거죠.”

◆과학과 예술의 융합 ‘나노작가’

나노작가라는 애칭답게 지 작가는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든다. 현미경을 기반으로 한 예술은 대중들에게 낯설게 느껴지기 마련. 하지만 지 작가는 과학과 예술이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과학과 예술은 정말 가까운 건데 사람들은 이 둘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정말 비슷하거든요. 과학자들, 공학을 공부하는 분들도 무언가를 창작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 밤새 연구해요. 작가들이 전시를 하듯 그분들은 논문을 발표하죠.”


지 작가는 다음 작품을 위해 한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한지 속 나노세상을 실제 숲 속의 모습과 겹쳐 보여주려고요. 한지도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잖아요.”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한지의 모습을 촬영하고 그 사진을 빔 프로젝트로 영사해 가장 미시적인 나무와 거대한 나무의 만남을 구현할 계획이다. 지 작가는 사진 한장을 보여주며 “한지의 결 위에 곰팡이가 피었는데 정말 나무 모양이랑 똑같지 않냐”고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 작가의 얼굴에는 벌써 다음 작업을 기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지 작가가 현미경으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화분모양의 사진이었다. 그는 후배의 연구실 모니터에서 우연히 화분사진을 봤다.


“웬 화분사진이냐고 물으니 그건 화분이 아니라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해놓은 어떤 화학물질이라고 하더라고요. 신선한 충격이었죠.”


그 이후로 지 작가는 동전과 다양한 화학물질을 관찰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나노작가가 됐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닌 것 같아요. 계속 관찰하면서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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