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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 main느리게 사는 삶은 절대 실패한 삶이 아니야…김선두 개인전

2020.01.22

[뉴스1] 이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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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고재 본관에서 오는 3월1일까지

김선두 작가가 작품 '느린 풍경-덕도길' 앞에 서있다.© 뉴스1 이기림 기자

김선두 작가(61)의 작품 '느린 풍경-덕도길'에는 빨간 배경에 반사경이 하나 그려져 있다. 그 반사경에는 'SLOW'(느리게)라는 글자가 적혀있고, 반사경에 비친 도로와 주변 풍경들이 그려져 있다.

어색한 만남인 듯 보이지만 사실 이 모습은 작가의 의도 하에 배치됐다. 김 작가에 따르면 어느 여름, 비가 내리던 오후 그는 차를 타고 국민대학교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퇴근 시간이었기에 도로가 막혀 차를 천천히 몰았다. 그러던 중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을 보게 됐다. 표지판 뒤로는 평소 빠르게 지나가느라 보지 못한 어둠이 내린 북한산의 모습이 보였다. 그러데이션이 잘 된 모습이었다.

김선두, 나에게로 U턴하다, 2019, 장지에 분채, 77x189㎝.© 뉴스1 이기림 기자

22일 이 작품이 전시 중인 개인전이 열리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에서 만난 김선두 작가는 "이 풍경을 보고 '삶의 속도를 줄이면 인간미 있는 삶,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같은 그림을 그린 이유를 설명했다.

김 작가는 "저도 예전엔 유명한 화가가 되겠다는 욕심을 갖고 바쁘게 살았는데, 저도, 가족도, 친구도 피폐해지는 삶을 살고 있더라"라며 "이게 결코 잘 사는 삶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고, 그림 안에 'SLOW' 표지판을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양화와 서양화의 조화도 함께 이루고자 했다"며 "서양의 원근법을 담은 반사경 안 풍경, 자연에 순응하며 살고자 하는 동양 철학이 나타난 이동시점의 빨갛고 따뜻한 배경을 그렸다"고 덧붙였다.

김선두 '별을 보여드립니다-호박'(왼쪽)과 '별을 보여드립니다-옥수수'. 모두 2019, 장지에 먹, 분채, 138x178㎝.© 뉴스1 이기림 기자

전시장에는 이같은 김 작가의 작품세계인 '느림과 포용의 미학'을 담은 장지화 16점, 유화 3점이 전시됐다. 그는 바탕 작업 없이 색을 중첩해 우려내는 '장지화'로 일본, 중국의 채색화와 구별된 독자적 화풍을 발전시킨 작가이다.

그의 작품은 장지 위에 분채를 수십 차례 반복해 쌓으며 깊은 색을 이끌어낸, 느림의 미학이 담겼다. 이렇게 그려진 대표적 연작 '느린 풍경' '별을 보여드립니다' 등이 전시장에 펼쳐져있다.

이번 전시에는 김선두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줄 뿐만 아니라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정신도 들어갔다.

김 작가는 "미술사적으로 아직까지 살아남아있는 한국화는 박수근, 김기창 등 전통과 현대를 나름대로 조화시키려 한 작가들의 작품"이라며 "이번 전시는 한국화가 현대회화의 어법으로 정말 가능한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실험한 데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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