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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광주비엔날레 주목 계기로" 전시경관 탈바꿈시킨 공무원들

2021.10.16

[뉴시스] 변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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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청 예술마을조성팀, 문체부 첫 시범사업 성공적 추진
카림 라시드·폴라 셰어 등과 협업…국제 예술 도시 위상 드높여
"힘들었지만 비엔날레 부흥 기여에 뿌듯하다"…'대통령상' 수상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국제문화예술행사 개최도시 시각이미지 개선' 시범 사업을 통해 광주 북구 비엔날레 전시관 일대에 조성된 공공디자인 조형물. (위 왼쪽부터 시계 반대방향부터) 카림 라시드와 협업한 버스승강장, 폴라 셰어와 협업한 버스승강장, 비엔날레 전시관 진입로에 설치된 웰컴 사인. (사진=광주 북구 제공) 2021.10.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적 아티스트와 협업, 꿈만 같았죠."

"광주비엔날레를 널리 알릴 수 있어 뿌듯합니다."

최근 광주 북구 용봉동 비엔날레전시관 일대 경관이 간결하지만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물들고 있다. 천편일률적이던 도심 버스 승강장이 예술 조형물로 눈길을 끄는가 하면, 삭막했던 전시관 외벽은 거대한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펼쳐지는 캔버스로 변모했다.

현대미술·디자인 양대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도시라기엔 다소 볼 품 없던 도심 경관에 세련된 디자인을 덧입힌 획기적 변화다.

행정 한계를 뛰어넘어 디자인의 힘으로 현실로 바꾼 변화 주역은 광주 북구청 특화마을육성과 예술마을조성팀 정혜원(41) 팀장, 김빛나(37) 실무관, 김재윤(25) 실무관이다.

기초자치단체가 갖는 자원적 한계에 갇히지 않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부서간 긴밀한 협업을 통해 세계적 아티스트와의 성공적인 컬래버레이션을 일궈냈다는 평가다.

앞서 올해 1월부터 북구는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제문화예술행사 개최도시 시각이미지 개선' 최초 시범 사업 공모에 선정, 용봉동 비엔날레 전시관 일대에 ▲미디어파사드 구축 ▲아트셸터·웰컴사인 조성 ▲보행친화 공공디자인 ▲좋은 빛 상징 거리 조성 ▲예술 공간 공공디자인 등을 추진했다.

정부는 국·시비 예산 지원과 함께 지역 출신이자 제8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거친 이길형 디자이너를 총괄기획가로 선임, 사업 구상을 구체화하는 등 전폭적으로 도왔다.

김재윤 실무관(왼쪽)과 김빛나 실무관, 광주 북구청 특화마을육성과 예술마을조성팀

가장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 분야로 김빛나 실무관은 '아트셸터(버스승강장)·웰컴사인' 조성을 꼽았다. 처음엔 막연했지만 성취감이 가장 컸다고 회상했다.

김 실무관은 "인재 육성 차원에서 유망한 지역 청년 작가를 섭외해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다.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추진하기엔 벅찬 일이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이름값 하나 만으로도 세계적 관심을 불러 일으켜야 비엔날레도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총괄기획가 조언에 따라 해외 디자이너 섭외로 가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 총괄기획가는 세계적 디자이너 7~8명을 추려 공공디자인 조형물 협업 참여를 제안하는 전자우편을 보냈다. 섭외 예산 규모는 명성에 비하면 부족하지만 세계 5대 비엔날레 개최지 부흥이라는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알렸다.

처음엔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 출품한 인연으로 이집트 출신 디자이너 카림 라시드가 흔쾌히 승낙했다. 국내에선 현대카드사의 특색 있는 카드 디자인 언어를 정립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다.

이후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진행 경과를 공유하며 사실상 광주비엔날레 비공식 '홍보대사'가 됐다.

카림 라시드가 자신의 SNS에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주변 아트셸터(버스승강장)를 소개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CNN, 시티은행, 쉐이크쉑 버거 등 유명 브랜드 로고를 만든 미국 타이포그래퍼 폴라 셰어가 'BIENNALE GWANGJU' 문자를 활용한 감각적인 버스 정류장 디자인으로 화답했다.

김 실무관은 "문체부의 전폭적 지원으로 세계적 아티스트 섭외에 기쁘면서도 처음엔 우려도 컸다. 공공디자인은 예술 언어가 난해하면 자칫 '흉물' 취급을 받기 쉽다. 또 버스승강장 이용 편의, 안전성 등도 고려해야 한다. 디자인 초안을 고르고 실물로 제작하는 과정 모두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카림의 승강장은 디자인 언어를 그대로 구현하려면 매끈한 형상·소재에 집중했고, 셰어의 디자인은 승강장 구조 안전성과 절충하는 데 고민이 깊었다"고 소개했다.

김 주무관은 "섭외부터 설치·제작 과정이 수월하지 않았고 제13회 광주비엔날레 개막일인 3월31일 이전에 사업을 마무리해야 해 늘 시간에 쫓겼던 것 같다.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신경을 잘 쓰지 못한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도 "조성된 승강장 주변에서 시민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을 볼 때면 '비엔날레 부흥'에 기여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미디어 파사드, 광주 북구 비엔날레 전시관 *재판매 및 DB 금지

올해 개최된 제13회 광주비엔날레, 제9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선 전시관 외벽을 향해 빛을 투영해 자아내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 공연이 첫 선을 보였다. 전시관 주변 광장 곳곳에서 주민·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시범 사업의 또 다른 성과로 꼽힌다.

3만6500안시(프로젝터 밝기)·화질 4K의 장비 3대를 고정 설치해 비엔날레 전시관 외벽 3개 면에 골고루 영상을 투사하는데 가장 면적이 넢은 3면만 해도 폭 28.6m·높이 17.5m에 달한다. 광주·전남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도 손 꼽히는 규모다.

기본 개념과 설치·운영 절차 등에서 벤치 마킹 모델이었던 한 광역지자체는 최근 북구의 '지자체 고정 설치·직영' 모델에 대해 문의하기도 했다.

정혜원 팀장은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었지만, 전시관이 갖는 상징성을 살리고 '머무는 관광'으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심했다. 개최 기간이 아니어도 주민들에게 문화 광장으로서 기능을 다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충실히 구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설치 이후 코로나19 시국에도 광장 곳곳에서 400여 명이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감과 보람이 교차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업 성과를 인정받은 북구는 지난 6일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2021 대한민국 디자인 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대통령상 수상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 팀장과 김 실무관 모두 손사래를 치며 입을 모아 "문화체육관광부의 대대적 지원과 관련 사업 추진에 협조한 건설과·교통지도과 등 내부 협업이 함께 이뤄낸 성과다"고 말했다. 또 사업 성과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길 기원했다.

이에 대해 북구 관계자는 11일 비엔날레 주변 경관 개선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추가 공모 사업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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