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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이우환 화백 "이건희, 광기 품은 예술가…문화예술계도 위대한 동반자 잃어"

2021.03.05

[뉴스1] 양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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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지 '현대문학' 3월호에 추모글 게재

한국 현대화단의 대표적인 작가중 한명인 이우환 화백/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이우환(85) 화백이 지난해 10월 별세한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해 "사업가라기보다 어딘가 투철한 철인이나 광기를 품은 예술가로 생각됐다"고 추모했다.

이 화백은 문예지 '현대문학' 3월호에 '거인이 있었다'라는 제목의 글을 싣고 "소중한 벗을 잃었고, 한 시대를 열었던 철인은 떠났다"며 이 회장에 대한 그리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 화백은 생전에 이 회장이 "뛰어난 예술작품은 대할 때마다 수수께끼처럼 보이는 이유는 뭐죠", "예술가에겐 비약하거나 섬광이 스칠 때가 있는 것 같은데 어떤 계기가 되나요" 같은 날카로운 질문을 했었다고 회고했다.

이 회장과 있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아직 회장이 되기 전 그의 집에 놀러 갔을 때 벽에 걸린 완당 김정희의 글씨의 기백에 압도돼 "이 글씨에서 뭔가 느껴지지 않나요"라고 묻자 이 회장은 "으스스하고 섬찟한 바람이 불지만 이 정도는 좋은 자극이라 생각해서"라고 대답했다. 이에 이 화백은 "미술관 같은 곳에나 어울리고 몸에 좋지 않으니 방에서 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는데 이 회장이 곧바로 떼었다는 것을 이후에 알았다고 한다.

예술품에 대한 이 회장의 안목에 대해서는 "선대인 이병철 회장의 영향이 크겠지만 아버지와는 다른 스케일과 감식안과 활용 방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 회장은 한국 미술품이라고 해도 작품의 존재감이나 완성도가 높은 것을 추구하며 언제나 세계적인 시야로 작품을 선별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한국의 고전미술과 근현대미술, 글로벌한 현대미술의 수준 높고 내실 있는 컬렉션이 세계의 미술계에서 주목받았다며 "특히 한국의 고(古)도자기 컬렉션을 향한 정열에는 상상을 초월한 에로스가 느껴진다"고 썼다.

이 화백은 또 "이 회장이 국내외의 문화예술계에 이루어낸 업적과 역할은 헤어릴 수 없다"며 "특히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프랑스 기메미술관 등 주요 박물관·미술관 한국 섹션 개설이나 확장은 음으로 양으로 이 회장의 의지를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술가의 한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내고 만감을 담아 감사를 표한다"며 "어느 한 존재를 잃고 나서야 비로소 그 존재의 크기를 깨닫는 것이 세상의 상례로 경제계, 과학기술계, 스포츠계는 물론 문화예술계는 최상의 이해자, 강력한 추진자, 위대한 동반자를 잃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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