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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쓸고 닦고…가사노동이 곧 예술활동임을 선언하다'

2018.04.03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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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얼 래더맨 유켈리스 '하트포트 워시' 전시 전경© News1

코리아나미술관 개관 15주년 기획전 '히든 워커스'

여성주의 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79)는 1969년 '메인터넌스(maintenance·유지) 예술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한다.

작가는 자신이 평상시 하던 가사노동이 곧 예술활동임을 선언하며 생산과 재생산의 이분법으로 나뉘는 남성과 여성의 노동에 대해 신랄히 비판한다.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는 실제로 1973년 미술관에서 실내와 실외 바닥을 걸레질하는 퍼포먼스 '하트포트 워시: 닦기/ 자국/ 메인터넌스'를 각각 4시간씩 진행해 사적 영역에만 머물러 있던 여성의 유지관리 노동을 공적 영역인 미술관으로 끄집어낸다.

그는 결혼 후 임신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그의 스승이 '너도 좋은 예술가가 되기는 틀렸구나'라고 말한 것에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결혼과 출산 이후 가사와 육아로 인해 예술가로서의 활동을 못하는 상황이 되자 '메인터넌스 예술을 위한 선언문'을 발표하고 파격적인 작업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의 작품들이 국내 최초로 한국 관람객들을 찾아왔다. 코리아나미술관 개관 15주년 기획전 '히든 워커스'(Hidden Workers)에서는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숨겨진 일'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한 현대예술 작품들을 소개한다.

페미니즘이 공론화 되고 사회 분위기도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가사와 육아, 그리고 돌봄 노동 등은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자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

'히든 워커스' 전시에 참여한 국내외 작가 11명(팀)은 작품을 통해 가려진 여성의 노동에 대해 여러 각도로 접근한다.

게릴라 걸스 전시전경.© News1

이번 전시에서 미얼 래더맨 유켈리스만큼 시선을 끄는 작업은 고릴라 가면을 쓰고 정체를 숨긴 채 활동하는 작가 집단 게릴라 걸스이다.

게릴라 걸스는 1985년부터 지금까지 핑크 립스틱을 바른 고릴라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활동하며 예술 내의 성불평등, 비리 등을 고발하는 포스터들을 제작해왔다.

김정은과 임윤경은 미국 유학시절 생계유지를 위해 '손톱관리사'와 '아이돌보미'로 활동한 작가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

김정은의 '네일레이디'는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고객에게 표현하는 데 제약을 받는 손톱관리사들에게 표현의 권리를 회복시켜주는 작업이다.

임윤경의 '너에게 보내는 편지'는 다양한 국적의 돌보미들이 아이들에게 보내는 영상편지로, 여느 서비스 노동보다 강하게 작용하는 감정노동과 아이들을 대할 때 들어가는 고민과 노력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조혜정과 김숙현은 '웃는 모습으로 2분30초 동안 견디는' 퍼포먼스를 통해 다양한 직종의 서비스 노동자들의 감정의 무게를 표현했다.

심혜정 작가는 다큐멘터리 영화 '아라비아인과 낙타'에서 실제 자신의 어머니를 간호하는 재중동포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주노동 여성이 개인의 사적인 공간에 침투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갈등과 그 안에 얽혀 있는 깊고 예민한 문제를 차분히 들여다본다.

이밖에도 콜롬비아의 릴리아나 앙굴로의 '유토픽 네그로', 이슬라엘 작가 마야 자크의 '마더 이코노미', 독일의 폴린 부드리 & 레나트 로렌즈 듀오의 '차밍 포 더 레볼루션', 스페인 출신 마리사 곤살레스의 '여성, 바깥 공간 점령자들' 등도 전시중이다.

전시는 서울 강남구 언주로 코리아나 미술관에서 6월16일까지.

조혜정 & 김숙현, '감정의 시대: 서비스 노동의 관계미학'(코리아나미술관 제공)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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