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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아트1 아티스타-49]관찰로 그려낸 내면의 풍경...신보라 작가

2021.09.13

[뉴시스]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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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Untitled 3, 신보라 작, 2019년, 캔버스에 유화, 65.1x53㎝ (사진=아트1 제공:) 2021.09.10. [email protected]

무심코 앉아 주변을 관찰하게 되는 시간이 있다. 이를테면 공원 벤치에 앉아 있을 때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 순간. 일상에서의 흔한 장면이지만, 섬세한 관찰자의 눈으로 바라본 환경은 예술적 상상력으로 이어진다. 신진작가 신보라(34)의 이야기이다.

그는 관찰을 통해 마주한 인간의 내면, 영혼, 분위기를 재해석해 화폭에 담는다. 영혼(Soul), 풍경화(Scape)를 합한 소울스케이프(Soul;scape) 연작을 2019년부터 발표해왔다. 눈으로 보이는 사람의 외향적 모습이 아닌, 만남과 관계를 통해 마주하게 되는 인간의 인격, 가치관 등을 작품으로 표현한다.

사람과 그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관찰은 청소년기부터 이어졌다. 어린 나이에 해외로 유학을 떠났고, 언어 장벽으로 인해 말수가 적어졌다. 대신 그 시간에 주변을 관찰하게 되었는데, 사람들 간의 미묘한 표정 변화나 제스처 등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색채가 만나 이루어내는 효과가 사람 간의 만남과도 비슷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노란색의 밝기, 채도, 및 싱그러운 효과는 어느 색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 밝기가 어두워지기도, 더욱 밝아지기도 하고, 채도 역시 노란색의 바로 옆에 놓이는 색채의 성격에 따라 급격히 변하거든요. 싱그러운 노란색이 특정 색상을 만나 ‘경고’와 같은 긴박한 느낌을 자아내기도 하고요. 그런 효과들을 염두에 두고 색채들을 선정한 뒤 균열 패턴 및 다양한 도구를 사용해 재질감을 만들어 냅니다."

[서울=뉴시스] Untitled 3, 신보라 작, 2019년, 캔버스에 유화, 65.1x53㎝ (사진=아트1 제공)2021.09.10. [email protected]

신보라 작가의 작품은 화려하고 선명한 색감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우연의 효과로 만들어진 독특한 마티에르는 회화의 맛을 더하는데, 다채로운 색감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균열은 시간이 만들어낸 조형요소다. 물감이 마르면서 표면에 균열이 생기는데, 패턴이나 색감의 조화를 며칠간 살펴본 뒤 다시 물감과 보조제를 쌓아올린다. "갈라진 틈새들로 보이는 색상이 최종 물감층과 만나는 지점에서 생성되는 분위기는 매번 흥미롭다"라고 말하는 그는 만족스러운 지점에 도달할 때까지 이 과정을 수차례 반복한다.

최종 결과물은 항상 예측했던 대로 나오지 않기도 한다. 물감의 두께와 투명도, 보조제의 비율, 그날의 온습도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균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러한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말한다.

"아주 우연한 작은 요소로 인해서도 매일의 일상이 달라지잖아요. 물감과 보조제 그리고 물감층 간의 만남에서 나타나는 균열 현상, 그리고 틈새 속 보이는 물감층의 만남이 우리 삶과 꼭 닮아 있는 것 같아요."

[서울=뉴시스] 빛을 담다 (Waves Within) 21.08-I, 신보라 작, 2021년, 캔버스에 유화, 72.7x60.6㎝ (사진=아트1 제공:) 2021.09.10. [email protected]

최근 참여한 인사동 전시에서는 기존 작품에서 발전된 '빛을 담다(Waves Within)' 연작을 선보였다. 두터운 물감을 쌓고 이를 도구를 이용해 긁어내 재질감을 극대화했다.

"오늘 하루는 대체로 여느 날과 큰 차이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선택과 결정들로 이루어지잖아요. 그런 오늘의 일상의 선택과 결정이 긴 일생에 있어 내일을 향해 내딛은 하나의 '발걸음'이라고 생각해요. 지나서 언젠가 되돌아보면 나의 지나온 수백개의 발걸음에 크고 작은 빛들이 담겨 영롱하게 빛나는 삶을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은 작품입니다."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적응을 마친 그는 현재 가나아뜰리에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 또한 홍익대학교 박사과정에 재학 중인데, 곧 다가올 졸업전시 준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지난 수년간 제작해 온 'Soul;scape' 연작의 전반을 선보일 예정이어서 더욱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예술 작품이 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일은 감상자의 내면,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인 기억 혹은 경험의 감각적/감정적 지점에 와닿아 생기를 불어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그림을 감상하게 되는 감상자의 먼 기억 속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감각 혹은 감정의 지점에 도달해 더이상 '신보라가 그린 그림'이 아닌 감상자 본인에게 사적인 의미가 있는 그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아트1 성유미 큐레이터

[서울=뉴시스] 작가 신보라 (사진=아트1 제공) 2021.09.10. photo@newsiscom

▲신보라는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 순수예술학과 학사 졸업 후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서양화학과 석사 졸업, 현재 홍익대학교 회화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갤러리너트, 갤러리 더플럭스, CICA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Space 9, 토포하우스, 예송미술관 등에서 작품이 소개되었다. 2021 아티커버리 TOP 9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온라인 아트플랫폼 아트1의 신규 플랫폼 작가로 작품은 ‘아트1 온라인 마켓’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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