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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죽은 것들에 숨 불어넣다···윤길중 '오브제, 소멸과 재생'

2019.08.06

[뉴시스] 조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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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길중

사과, 구두, 옥수수, 호두, 시계···. 작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불 태워진 사물의 사진이다. 불에 타서 검게 그을린 사물들의 남은 색마저 지운 후 두 장씩 인화해서, 한 장은 수직으로 한 장은 수평으로 잘랐다. 고유의 색을 잃어버린 대상의 형체까지 해체한 것이다. 그런 다음, 마치 바구니를 짜듯이 한 줄은 씨줄 한 줄은 날줄 삼아 두 장의 사진을 다시 이었다. 그러자 2차원의 평면이던 사물이 3차원의 입체로 바뀌었다.

이전까지 사과, 구두, 옥수수이던 것이 이전과는 다른 사과, 구두, 옥수수가 된 것이다. 형상과 색으로 쉽게 판단되 사물들이 색을 잃고 형태가 바뀜으로써 오히려 눈길을 끌고 의미를 드러내며 그 존재를 환기시킨다. 작가는 대상의 형태를 무너뜨리지 않고 그 안에 내재된 가치와 의미를 드러내고 싶어서 이렇게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사진가 윤길중이 2017년에 작업한 '시소(See Saw)'다.

불에 탐으로써 그 본디의 색과 형상을 잃고 다른 형색으로 재창조했던 '시소' 속 사물들의 인상이 2019년에 그를 화마가 지나가고 난 장소 앞으로 이끌었다. 대형화재가 일어났던 현장인 강원 고성으로 홀로 카메라를 들고 찾아간 이유다.

그곳에는 숟가락과 주전자, 밥이 가득 담긴 채 그대로 불타버린 밥그릇이 있었다. 받침과 바퀴는 사라지고 틀만 남은 의자와 자전거, 창이 있던 자리에 구멍이 뚫린 벽이 있었다. 형태와 기능이 사라지고 파편으로 남겨진 불 탄 사물들은 알아챌 만큼 익숙하면서 동시에 낯설었다.

두 대척점 사이에서, 불행한 오브제들에 대한 가냘픈 연민이 일었다. 작가는 아무도 눈여김 하지 않는 그것들을 하나하나 사진에 담았다. 현실에서는 되돌릴 수 없는 그 가차 없는 '소멸'을, 사진만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윤길중

사진가 윤길중이 6일부터 서울 종로구 청운동 갤러리 류가헌에서 '오브제, 소멸과 재생' 전시를 연다. 윤길중의 '오브제, 소멸과 재생'은 위 두 가지 사진 작업을 하나로 잇댄 전시다.

윤길중

문예비평가 유헌식은 작가론에서 "윤길중의 눈에 들어온 대상은 하나 같이 보잘 것 없이 미미한 것들이다. 하지만 이들 안에는 관통하는 하나의 작가의식이 숨어 있다. 되살리기(re­naissance)의 의식이다. 죽은 것 혹은 죽어가는 것에 다시 숨결을 불어넣는 생명의 의식이다. 그는 죽어 있는 것을 다시 살리는 재생을 지향한다"고 짚었다.

섬에 쓰러진 나무들을 대상화한 첫 전시 '픽처레스큐(picturesque)'부터 장애가 있는 신체를 찍은 '낫 뷰티풀 벗 뷰티풀(not beautiful but beautiful)', 철거를 앞둔 집들과 버려진 집기들을 기록한 '기억흔적',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무덤 앞 석상들을 찍은 '석인의 초상', 사찰의 풍경에서 대웅전만을 분리해낸 '큰법당'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지속해 온 작업들은 이러한 작가론을 예증한다.

윤길중

윤 작가는 '휴먼 디자이어'(2019·AKAAKA), '큰법당'(2018·류가헌), '석인'(2016·이안북스) 등의 사진집을 펴냈다. 또 오브제, 소멸과 재생(2019·대구 아트스페이스 루모스) , 큰법당(2018·서울 류가헌), 천인상(2017·서울 갤러리 인덱스), 석인(2017·전주 서학동사진관), 기억흔적(2015·서울 류가헌),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2015·서울시청), 픽처레스큐-시화(2014·서울 갤러리 나우), 노란들판의 꿈(2013·서울 혜화역전시관·이음책방·동숭동헌책방) 등의 개인전을 열었다.

인터섹트(2019·미국 휴스턴), 헤드 온 포토 페스티벌(2019·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 KIAF 아트 서울 2017(2017·서울 코엑스), 아트 스테이지 싱가포르 2017(2017·싱가포르), 브리사스 데 코레아(2016·스페인 GeleriaSaro Leon) 등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전시는 18일까지 오전 11시~오후 6시 관람할 수 있다. 개막식은 6일 오후 6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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