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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예술' 뒤흔든 '기술'로 한류팬 홀린 '현대미술가' 누구?

2022.05.16

[머니투데이] 유승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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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이끄는 콘텐츠 기업]①글로벌 미디어아트 기업 '디스트릭트(d'strict)'

디스트릭트홀딩스 'Waterfall-NYC' 디지털아트. /사진=디스트릭트홀딩스 홈페이지 캡처

[편집자주] '신한류'를 이끄는 동력으로 K팝·K드라마와 함께 'K-실감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광화시대' 프로젝트에 참여해 '한류 르네상스' 불을 밝힌 콘텐츠기업을 통해 우리 경제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실감콘텐츠와 문화예술의 앞날을 짚어본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서양 미술사조를 꼽자면 인상주의가 빠지지 않는다. 마네부터 모네, 고흐까지 인상파 화가들이 빛과 함께 시시각각 변하는 자연을 그려낸 작품에 매료된 이들이 적지 않다.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기능공 역할을 하던 서양 근대 화가들이 순수한 빛과 색채에 푹 빠지게 된 배경엔 기술의 발전이 있다. 카메라의 발명으로 밥그릇을 뺏긴 화가들이 빛과 색채, 질감에 대한 탐구욕에 빠지며 회화의 본질을 재발견하게 된 것이다. 이후 등장한 입체파와 야수파, 초현실주의는 물론 현대미술의 출발점도 맥락을 같이 한다.

최근 동시대미술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같은 실감기술이 예술의 영역에 들어오면서다. 시각에 한정돼 있던 미술 감상법이 오감으로 확장되며 새로운 몰입감을 선사하고 있다. 올해 초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지원)이 기술과 예술의 접목을 통해 공공 문화향유를 높이고 미래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추진한 광화시대(Age of Light·光化時代) 프로젝트 일환으로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에 마련된 인터랙티브 몰입형 미디어아트 '광화원'이 대표적이다.

(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서울메트로미술관에서 열린 '광화시대' 전시장 내 도심 속 미디어 정원 '광화원'에서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2022.1.14/뉴스1

광화원은 5세대(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한강의 실시간 기상상황에 따라 변하는 영상과 자연의 소리를 활용해 디스플레이로 보여주는 미디어아트 작품이다. 독일 비주얼아트 거장 티모 헬거트와 글로벌 미디어아트그룹 '유니버셜 에브리씽' 등이 참여했는데, 대중들 사이에선 실감콘텐츠 기업 디스트릭트가 참여했단 소식이 알려지며 화제를 낳았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면서 새로운 미술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디스트릭트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한 기업이다. 방탄소년단(BTS)의 K팝, 오징어게임의 K드라마와 함께 'K미디어아트'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 초대형 전광판에 거대한 고래('Whale #2')가 유영하고, 거대한 폭포수(Waterfall-NYC)가 쏟아져 내려오는 공공미술 작품을 선보이며 미디어아트 시장에 한류 바람을 일으켰다.


'아트테크 팩토리'의 탄생

최은석 디스트릭트 부사장/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디스트릭트는 스스로를 아트테크 팩토리(Art-Tech Factory), 예술과 기술의 결합으로 사람들이 감동하는 공간 기반의 경험을 제공하는 회사로 정의한다. 하지만 디스트릭트는 예술과 접점이 없었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서 만난 최은석 부사장(사진)에 따르면 디스트릭트는 시작점은 기업이나 기관의 웹페이지를 만들어주는 웹에이전시(대행사)였다. 2000년대 초반 업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에 실감기술이나 공공예술 같은 키워드는 없었다.

디스트릭트가 기술과 예술에 눈을 뜬 건 2007년이다. 이제 갓 스티브잡스의 아이폰이 한국에 상륙했을 때로, 실감콘텐츠는 커녕 모바일에 대한 개념도 생소했던 시점이다. 최 부사장은 "웹에이전시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었지만, 새로운 기술을 들여다보고 차별적인 사업을 만들어내지 않는 이상 생존을 담보할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모든걸 버리고 이제 막 태동하고 있던 디지털기술을 도입키로 했는데, 이러한 기술에 예술을 옮겨다놓으면 재밌겠다 싶어 완전한 사업 전환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디스트릭트가 2011년 선보인 라이브파크. /사진=디스트릭트

새로운 기술의 탄생은 필연적으로 예술과 삶의 변화를 이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동시대미술의 흐름을 보면 바로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술, 철학, 예술적 트렌드가 치밀하게 영향을 주고 받는 걸 알 수 있다"며 "'실감기술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아트'는 과거에 없었던 새로운 예술적 시도인 동시에 비즈니스적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탄생한 첫 작품이 2011년 선보인 가상현실 테마파크 '라이브파크'다. 3500평의 공간에 홀로그램, 증강현실 등을 활용해 미션을 수행하는 콘텐츠인데, 전 세계 최초의 4D(차원)아트파크, 공간기반의 '롤플레잉 게임(MMORPG)'이란 수식어가 붙으며 실감콘텐츠 시장이 형성되는 계기가 됐다. 최 부사장은 "이 시장에 '최초성'이란 가치를 준 작품으로 이후 선보인 여러 프로젝트의 영감이 됐다"고 회고했다.


한계없는 미디어아트로 혁신+수익 잡는다

아르떼뮤지엄 강릉의 미디어아트 '해변(Beach)'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제공=한국관광공사

실감기술을 활용한 디스트릭트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문화시장 트렌드 변화도 이끌었다. 대중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예술경험 자체를 확산한 것이다. 최 부사장은 "예술에 대한 접근이 수집하고, 구매하고, 집에 걸어놓는 행위였지만 우리는 대중들이 쉽고 편하게 관람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얻는 등 가볍게 소비하는 행태를 만들고 싶었다"며 "최근 문화향유 관점에서 미술소비 행태와 맥이 통한다"고 밝혔다.

실제 디스트릭트가 제주와 강원 강릉, 전남 여수에서 2020년부터 선보인 아르떼뮤지엄은 코로나19(COVID-19) 시기에도 대중들의 문화향유 지평을 넓히는 촉매제가 됐다. 최 부사장은 "하루 평균 방문자가 8000명~1만명에 달할 만큼 인기가 있고 연간 300억원의 수익이 기대된다"면서 "실감 미디어아트가 기존 예술시장과 달리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단 점에서 어려움이 적지 않은데 이런 문제도 해결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과의 오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두 번째가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 /사진=인수위사진기자단

디스트릭트가 콘진원의 광화시대 프로젝트에 주목하게 된 계기도 여기에 있다. 한국의 선도적인 IT기술을 담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공공예술을 선보인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최 부사장은 "라이브파크 같은 프로젝트도 정부의 도움을 받아 성공한 사례인데,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정부의 정책적 지지가 더해질 때 시너지효과가 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새 정부에서도 문화예술 시장의 혁신을 이끌 기업으로 디스트릭트를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문화·예술·체육계 인사들을 초청해 오찬을 가지면서 미디어아트 전문가로 이성호 디스트릭트 대표를 초청하기도 했다. 최 부사장은 "이미 기술은 예술의 일부이자 주체로, 예술의 관점에서 실감콘텐츠 기반의 미디어아트는 한계가 없다"면서 "앞으로는 몰입형 NFT(대체불가능토큰) 예술경험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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