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박현주
2016.11.26
[뉴시스] 박현주
【서울=뉴시스】남송/원대 청백유 수골나한상,12~14C, H14.3 W11.5. 앙상한 늑골 위로 자연스레 떨어지는 두루마기의 표현이 인상 깊다. 나한상의 머리 위쪽과 옷깃 부분을 살펴 보면 다른 부분에 비해 유독 맑은 청백색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도자기에 유약을 부분적으로만 바르고 나머지는 백토를 그대로 구워내는 기법으로, 남송 시대와 원대에 특히 유행했다. 2016-11-25
상업화랑서 최초…신석기~청대 이르는 131점 전시, 12월1일~20일까지 '함영저화'展…'학고창신' 눈길.
"앙상한 늑골 위로 자연스레 떨어지는 두루마기의 표현을 보세요. 나한상의 머리 위쪽과 옷깃 부분을 살펴 보면 다른 부분에 비해 유독 맑은 청백색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지요?"
25일 박외종 학고재갤러리 고문이 '남송/원대 청백유 수골 나한상'앞에서 흥분감을 보였다. 12~14세기 나한상은 따지면 8000살이다. 실금 하나 없이 보존된 공력이 돋보인다. 그래서일까 앙상한 뼈대가 드러나는 몸을 하고도 형언할수 없는 평온한 미소가 압권이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청 건륭시대 송화강석 어옹도연(건륭년제)명,18C . 함 H9.2 W6.8 D1.5, 벼루 H8.7 W6.1 D0.8. 벼루는 청대 건륭황제의 명으로 만들어진 송화강석 명연이다. 푸른색 속돌을 연당으로 만들고 검붉은 겉돌로 벼루 덮개와 밑받침을 만들었다. 벼루 덮개에 갈대 숲 속에서 사색에 잠겨 있는 어옹의 모습을 정교하게 조각했다. 작은 속에서 큰 것을 보여주는 명연이다. 2016-11-25
옷 주름사이로 맑은 청백색이 살짝 보이는 것에 대해 박 고문은 "도자기에 유약을 부분적으로만 바르고 나머지는 백토를 그대로 구워내는 기법으로, 남송 시대와 원대에 특히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학고재갤러리가 상업화랑에서는 처음으로 중국 고문물 특별전을 마련했다. ‘함영저화’를 주제로 신석기 시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장장 6000여 년에 걸쳐 일상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중국의 문물과 공예품을 한자리에 전시했다. 각 시대별로 선별하여 도자기 33점, 옥 제품 28점, 금속 제품 13점, 문방구 및 기타 공예품 57점 등 총 131점을 12월 1일부터 선보인다.
35년간 대만에서 중국 고문물을 탐구한 박외종 고문이 대만 컬렉터들에게 대여해 온 소장품들이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요대 금제 마노 우두형 잔 한쌍,10~12C. 요금(遼金) 시대의 옥기는 청옥, 백옥, 마노가 주재료로 사용되었고 특히 화전옥의 사용이 절정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조형은 기하학 문양과 동식물 문양이 주를 이룬다. 전형적 문양으로 사슴, 해동청(海東青), 호랑이, 모란, 연꽃과 새 문양이 있다. 공예상에선 조각이 간결하고, 도법이 거침없어, 조형과 형상의 세부적 각화(刻畫)에 치중하기보다는 전체적인 통일감과 간결함, 완전함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6-11-25
본관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남송/원대 청백유 수골 나한상'을 비롯해 요금(遼金) 시대의 옥기인 '요대 금제 마노 우두형 잔 한쌍'과 신석기시대 하가점문화 채회 삼족 도격'(2000~1600BCE)이 세월의 흐름을 빗겨난 채 장엄함을 뽐낸다.
'고문물'이라는 진부함과 무거움을 탈피했다. 홍색, 백색, 황색 등의 안료로 그린 기하학적 문양이 표면을 가득 채운 '하가점문화 채호 삼족 도격'은 극도로 세련된 현대 추상화를 보는 듯 하다.
전시장에는 단계석, 흡주석, 증니, 송화강석 등 귀한 벼루들도 소개한다. 명대와 청대의 문인들이 각종 문방 용구를 특별히 중요시했던 '애정품'이다. 옛 사람들은 늘 벼루를 벗삼았고, 좋은 벼루를 서안에 놓아 두고자 했다.벼루를 가는 것은 밭을 경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소동파는 '내 생애 전답 한 마지기 없어도 평생을 깨진 벼루를 갈며 먹고 살았다.'라는 시를 남기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신석기시대 하가점문화 채회 삼족 도격, 2000~1600BCE.하가점문화(夏家店文化)는 기원전 약 4000년전에 출현했으며, 내몽골 동부와 요녕(遼寧) 서부, 하북(河北) 북부 연산(燕山)남북지구 등에 분포했다. 하가점(夏家店) 채회도격(彩繪陶鬲)은 검은 간토기 위에 홍색, 백색, 황색 등의 안료로 각종 도안을 그리고, 기하문(幾何紋), 구운문(鉤雲紋) 및 상주(商周)시대 청동기에 새겨진 수면문(獸面紋), 뇌문(雷紋)과 유사한 도식이 있으며, 그 외 운문(雲紋)이 있다. 하가점문화에서 보여지는 도자기들은 상주시대 청동기 도안의 겉모습과 본질적인 면에서 닮은 점이 많았다. 그리하여 많은 학자들은 하가점문화의 특징, 분포지역 및 문화의 발전방향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연구하여 상대(商代) 문화의 기원에 연관이 있다는 결과를 제시했다. 2016-11-25
전시장에는 청나라 건륭황제 때 어제용으로 제작된 송화강석 벼루인 '청건륭 송화강석 어옹도연(건륭년제명)'(18C)가 눈길을 끈다. 황제의 벼루라고 하지만, 크기가 참 작은 것이 의외다. 박외종 고문은 "'작은 속에서 큰 것을 보여주는 명연'"이라며 "눈으로 보는 벼루이자, 마음을 가는 벼루"라고 설명했다.
가로 6.8cm 벼루는 청대 건륭황제의 명으로 만들어진 송화강석 명연이다. 푸른색 속돌을 연당으로 만들고 검붉은 겉돌로 벼루 덮개와 밑받침을 만들었다. 벼루 덮개에 갈대 숲 속에서 사색에 잠겨 있는 어옹의 모습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다.
다양한 시대의 벼루와 필통, 필세 등의 문방 용구들도 전시됐다. '송대 단계 반변산석 열수연'(10~13C)을 살펴보면 단계석 특유의 치밀하고 매끄러운 결이 돋보인다. '청대 흡주 금성, 금훈 판연'(19C)은 자연스럽게 생성된 표면의 무늬가 마치 별이 빛나는 밤하늘처럼 아름답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25일 박외종 학고재갤러리 고문이 중국 고문물 100선에 선보인 유물들을 설명하고 있다. 2016-11-25
학고재갤러리 우찬규 대표는 "이번 전시는 어렵게 성사된 한국 최초의 중국 고대 문물전"이라며 "전시 주제를 ‘함영저화’로 정한 것은 백화제방한 봄날의 정원 같은 중국 고문물의 숲 속에서 꽃봉오리를 입에 물고 꿀샘에 고여있는 꿀맛까지 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학고재는 지난 2010년부터 학고창신(學古創新)의 실현을 목표로 기획한 ‘춘추(春秋)’ 전을 꾸준히 선보여왔다. 2010년 '장왕고래(章徃考來)'와 2015년 '추사와 우성'전 이후, 이번 '함영저화(含英咀華)'전이 세 번째다.
과거 두 번의 전시는 전통과 현대를 함께 묶어서 그 연관성을 살피는 전시로 꾸몄다면, 이번 전시는 오로지 중국 전통 문물과 공예품만으로 전시를 꾸민 것이 특징이다.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학고재갤러리는 12월 1일부터 '함영저화: 중국고문물특별전'을 연디.신석기 시대부터 청대에 이르기까지 장장 6,000여 년에 걸쳐 일상 생활 속에서 만들어진 중국의 문물과 공예품을 소략하게나마 한 장소에서 살펴볼 수 있게 했다. 각 시대별로 선별하여 도자기 33점, 옥 제품 28점, 금속 제품 13점, 문방구 및 기타 공예품 57점 등 총 131점을 볼수 있다. 2016-11-25
우찬규 대표는 "우리 전통의 원류가 대부분 중국 고대 문물에 뿌리를 둔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 문물의 실체를 살필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지금까지 앞만 보고 달려온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더 나은 내일을 위한 회고의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전통의 숲 속으로 돌아가보고자 하는 시도"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선보여질 기회가 적었던 다채로운 중국의 옛 문물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수 있는 이 전시는 마치 대만 고궁박물원이나 중국 유수의 박물관 전시를 축소한 듯 하다.
박외종 고문은 "유구한 역사와 함께 창조된 중국의 유물과 예술품은 전통문화의 진수를 담고 있을뿐만 아니라 문명사 발전을 전승과 변화를 보여준다"며 "고미술품을 감상하는 것은 역사가 읽어 낸 성과물을 깊이 있게 인식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생활속에서 정신적 안정을 향유하는 품격 높은 행위"라며 전시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나라가 혼란하고 경제가 올스톱된 상황이지만 국민들에게 이번 전시가 '정신적으로 약'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전시된 유물 가격을 산정하면 낮은 추정가로 72억치다. 3000만원부터 최고 6억원까지 작품값이 책정됐다. 몇점을 제외하고 모두 판매한다. 전시는 12월 20일까지.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