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박현주
2021.03.23
[뉴시스] 박현주
[서울=뉴시스] 'FINAL CUT 파이널 컷' 전시 전경.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이시대의 갤러리가 무엇을 거래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나름의 답을 시도하는 전시다"
패션 편집 매장같은 전시를 기획한 아라리오갤러리 주연화 디렉터는 "패션을 미술로 끌어들인 기존의 융합 방식에서 벗어난 변칙적 도전"이라고 했다.
'변칙적 도전'은 일단 흥행에 성공한 듯 보인다. 조용하던 갤러리에 젊은 관람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전시장 입구부터 길가까지 줄지어 선 사람들로 마치 맛집처럼 보인다.
서울 종로구 북촌로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이 패션브랜드 PAF(Post Archive Faction)와 펼친 전시가 눈길을 끌고 있다.
전시 타이틀은 ‘파이널 컷’. 완성에 도달하기 위한 마지막 순간을 암시하는 의미지만 파이널이라는 단어 덕분인지 오히려 새로운 시작과 설렘이 공존하는 분위기를 전한다.
전시는 패션 브랜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 (파프’)의 실험적이고 예술적인 태도를 패션이 아닌 미술의 공간 속에서 구현했다.
2018년 론칭한 남성복 브랜드 ‘파프’는 패턴의 과감한 해체와 전위적인 실험을 근간으로 하는 브랜드다. 더 이상 예술, 패션, 가구, 디자인 등 경계 나누기가 의미 없어지는 동시대에 이러한 경계를둘러싼 다양한 의문들을 가시화하고 의미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서울=뉴시스] 'FINAL CUT 파이널 컷' 전시 전경.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전시는 크게 두 개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지하 공간에서는 ‘파프’의 예술적 토대들 중에서도'패턴'을 개념화하는 데 집중한다.
패턴은 옷의 기초가 되는 가장 기본 형태, 즉 완성본이 실제구현될 수 있도록 하는 시작이면서 디자인이 최종 확정되는 단계다.
이는 시작과 끝이 공존하는경계인데, ‘파프'의 아트 디렉터 에리카 콕스는 지하 공간에 옷에서 파생된 평면 패턴들을 확장해만든 입체적 오브제, 즉 기존의 인식에서 벗어나버린 패턴들을 제시함으로써 중간 상태에서의불확정적인 긴장감을 표출한다.
“패턴으로 인식되기 직전이 가장 아름답다”는 ‘파프’의 철학을반영하듯 패턴의 해체와 새 패턴의 동시적 등장을 평면과 입체를 오가며 흥미롭게 풀어낸다.
공간적 측면에서는 빛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며 각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하는 일반적인 전시관람 방식을 비틀어 빛이 바닥에서 위로 솟구치는 공간과 그 속에서 수평적으로 펼쳐진 조각들의풍경을 연출했다.
관람객들은 빛이 역방향으로 흐르는 공간을 부유하듯 직접 걸어 다니며, 빛이만들어내는 지배적 지각 패턴을 깨버리자 비로소 가능해진 변칙적 즐거움을 발견하게 된다.
2층에서의 '패턴'은 지하층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하 층에서의 ‘패턴’이 시각적대상으로서의 접근이었다면, 2층에서는 행위와 실천으로서의 '패턴'으로 전환된다.
전시장에는 옷과 작품이 함께 진열된구조물이 존재하고, 제대로 된 감상을 위해선 스스로 여닫는 퍼포먼스적 행위가 유도되면서기존의 수동적 감상에서 적극적 참여로의 전환도 이뤄진다.
[서울=뉴시스] 'FINAL CUT 파이널 컷' 전시 전경. 사진=아라리오갤러리 서울 제공.
지하에서 2층으로 연결되며 펼쳐지는 ‘파프’의 예술적 실험 공간은 미술작가들인 김병호, 권오상, 김인배, 이지현, 노상호, 돈선필, 심래정, 장종완의 개입으로 더욱 복잡해진다.
작가들은 생소한 전시 방식 속에서 스스로의 패를 공개하듯 자신들의 패턴을공개하고, 이는 파프의 구조물 속에서 조금씩 어긋난 형태로 구현된다.
이 모든 과정은작가에게도, 관람객들에게도 예측하지 못했던 즐거운 자극을 제공한다.
주연화 디렉터는 "이번 전시는 끊임없이 무언가 끝나고 새롭게 시작하는 공존의 순간에 발생 가능한 변칙과 그로 인한
즐거움을 극대화해 제시하고자 했다"며 "각자의 패턴을 깨고 새로운 패턴의 인식을 이루는 과정에서 발산되는 시지각적 즐거움을 충분히 만끽해보기에 충분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5월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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