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박현주
2020.01.29
[뉴시스] 박현주
[서울=뉴시스] 바톤갤러리 '더 높은 곳 대신에' 2020.1.29. [email protected]
'한국 현대미술'을 이끈 원로 조각가 박석원·, 섬유공예가 송번수, 화가 박장년의 독특하고 세련된 작품을 만나볼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박석원, 송번수, 박장년은 실험적인 전위미술을 확산시킨 70년대 한국아방가르드협회 회원이었다. 미술의 가치전환, 새로운 재료의 적극적 사용, 현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에 대한 탐닉으로 한국 현대미술에 다양성을 제공한 장본인들이다.
서울 용산 갤러리바톤은 새해 첫 기획전 ‘더 높은 곳 대신에(In Lieu of Higher Ground)’에 3인의 작품을 전시한다.
갤러리바톤 큐레이터는 "물아일체의 자세로 미술에 천착한 이 세명의 작가들은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지형에 높은 봉우리를 더하기보다는 구도자적 자세로 미답의 영역을 탐구하고 묵묵히 외연을 넓혀 왔다"고 평가했다.
조각가 박석원(79)은 '현대 추상조각의 선구자'로 불린다. 일생에 걸친 탐구 과제이자 키워드라고 할 수 있는 '적(積)' 개념이 정착되던 시기인 1970~80년대의 나무 조각 작품이 전시된다. ‘Mutation-Relation(변용-관계)'로 명명된 시리즈로, 나무의 결과 고유의 색을 고스란히 드러낸 채 특정한 패턴에 의해 재단된 모습을 띤다.
[서울=뉴시스] 바톤갤러리 '더 높은 곳 대신에' 전시. 2020.1.29. [email protected]
화가 박장년(1938~2009)은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마포에 마포의 형상을 재현한 형식에 평생을 천착했다.이번 전시에는 각 시기적 특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박장년은 동시대 동료 작가들이 주로 단색 추상화를 제작하던 1970년대 당시, 마포의 구김과 주름, 짜임 등을 재현하며 극사실화에 빠졌다. 가짜지만 진짜같은, '마포 위에 단색으로 마포를 그리는 동어반복적인 작업'은 실재와 환영의 관계에 대해 묻고 있다.
조각가 송번수(77)는 판화, 타피스트리, 종이부조 등 반세기에 걸쳐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통해 전쟁과 재난, 사회 부조리에 대한 고발과 종교적 메시지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뤘다. 그의 타피스트리는 2001년 '헝가리 개국 1000년 기념' 타피스트리 전시에서 최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는 종교적 성찰이 본격적으로 작품으로 승화하던 90년대 초반의 대형 타피스트리 작품과 후기 페인팅을 선보인다. 이 시기부터 작가는 예수의 고난을 상징하는 기독교적 도상인 가시와 십자가를 주제로 한 작품을 주로 제작했다.
평생에 걸쳐 자신의 예술적 이상에 솔직하고 치열했던 작가들의 작품은 시공간을 초월한 동시대성이 여전히 유효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전시는 2월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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