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엠(Gallery EM)은 12월 7일부터 12월 27일까지 오경성의 개인전 <풍경에 문을 두다 Place a door>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엠에서 열리는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으로 고요한 풍경 속 이질적인 문이라는 소재가 설치된 'Placs a door' 시리즈의 작품 2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오경성은 바닷가의 어느 장소, 인적이 부재한 광막한 자연 일부를 배경으로 설정한다. 작가가 의도적으로 선택한 이 장소는 희박한 기억과 막연한 기시감(데자뷰)에 이끌려 닻을 내린 곳이다. 작가는 우연히 접한 풍경에서, 그러나 우연만은 아닌 어린 시절의 추억과 연접된 장소를 발견하고 그 장소를 기록한다. 그리고 그 곳에 상징적인 언어의 기능을 하는 문을 기입한다.
작가가 다시 보여주는 장소는 무척 기이한 곳이다.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현기증 나게 기억이 교차하는 곳, 보이는 것만이 아닌 보이지 않는 것을 부단히 유출하는 장소, 언어와 문자로는 표기되지 못하는 분위기만이 자욱한 곳, 그러나 그 장소가 환기하는 모든 것에 어떻게 들어가야 할지 알 수 없기에 작가는 그 어느 지점에 문을 다는 일을 할 뿐이다.
그렇게 모종의 통로, 길을 만들고자 한다. 그것은 사라져버린 어느 장소가 안기는 트라우마를 애도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상실된 대상, 장소에 대한 집착은 우울을 발생시킨다. 우울은 사랑하던 대상의 상실이 마치 자기 자신의 상실인 양 착각하게 되는 심리 현상을 지칭하는데 프로이트는 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으로 '애도'를 제시한다. 애도란 타자의 상실을 지속해서 슬퍼하는 행위이다.
그러나 애도는 과거를 지난 것으로 고정하고 더 이상 문제시하지 않는다. 반면 트라우마는 상실된 타자의 체취를 여전히 머금고 있으면서 사라진 타자, 장소를 여운으로 안긴다. 상실된 타자는 원천적으로 재현 불가능하기에 트라우마는 대상화되기를 거부하며 '오직 진실을 머금은 채 현재의 한복판에 잠복'해 있으려 한다. 어느 장소이든 느닷없이, 불현듯 출몰해서 말을 건네고자 하는 것이다. 산 자들은 그렇게 소멸한 시간, 사라진 장소, 없어진 이들을 간절히 기억하고 그 소리에 응답하고자 하면서 자기 삶의 가능성을 밀고 나간다. 그의 사진은 그런 힘겨움의 어느 한 자리를 얼핏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