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는 2018년 9월 4일(화)부터 10월 14일(일)까지 윤석남(b.1939, 만주) 개인전 ‘윤석남’을 연다. 윤석남은 지난 40여 년 동안 아시아 페미니즘의 대모로서 평등 사회를 위한 부단한 노력을 해온 작가다. 1996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특별전과 2014년 광주비엔날레 등 주요 전시에 참여했다. 이중섭미술상과 김세중 조각상을 받았다. 그는 최근 테이트 콜렉션에서 작품을 소장하며 국제적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오는 11월 스미소니언에서 열리는 단체전에 참여하며 2019년에는 아트바젤 홍콩에서 대형 설치 작품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를 선보여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윤석남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어머니라는 주제로 여성의 문제를 다루어 왔는데, 작가 활동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주제로 전시를 펼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윤석남은 1982년 첫 개인전부터 지금까지 여성의 강인함을 ‘어머니’로 상징화하는 작품을 제작해왔다. 여리고, 버림받은 것을 품을 줄 아는 여성의 힘을 모성에 주목해 풀어낸 것이다. 윤석남은 이러한 작업을 위해 이매창, 허난설헌 등 역사적 여성은 물론 자신의 어머니와 할머니 등을 화면 앞에 등장시켰다. 하지만 그들의 위대함과 감사를 기리는 작업을 꾸준히 펼치면서도 미완의 느낌을 떨치지 못했다. 여든이 되며 정작 자기 자신은 작업 뒤에 서 있었음을 깨달았다.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사람이자 여성 그 자체로 작업 속에 나타나려고 시도했고 그 시도를 처음 선보이는 것이 이번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 윤석남은 채색화 신작과 2018년 버전의 〈핑크룸 V〉를 포함한 대형 설치 2점을 선보인다. 채색화 신작은 전통 미술 기법으로 그린 자화상들로 작업실과 책거리를 배경으로 무뚝뚝하면서도 친근하게 그려진 작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는 의 2018년 버전으로 학고재 신관 지하 2층 공간에 맞춰 새롭게 설치한다. 핑크를 강요하는 유년 시절의 기억에 맞서는 일종의 사회적 고정관념에 대한 저항의 목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