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갤러리는 오는 5월 16일부터 6월 2일까지 김25 작가의 개인전, <필연적 조우: Meet of each other>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2020년 이후 작업한 작품을 집중적으로 조명하여 ‘모비 딕’부터 ‘노인과 바다’까지 19세기를 빛난 문학작품 속 문장을 담은 시리즈와 최근 작업한 ‘Wave Sorry’ 시리즈 작품들을 포함한 총 20여점을 선보인다. 작품은 회화-텍스트, 추상-재현의 조우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최근 두바이 아트페어에서 영향력 있는 아시아계 현대 예술가로서의 두각을 드러낸 김25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회화와 텍스트의 심미적 표현방식에 대한 실험을 거듭해 왔다. 김25의 작품 세계 중심에는 언제나 추상화가 있었다. 그러나 현대미술에 등장한 수많은 예술 매체에서 발견되는 미적 요소의 변화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다. 추상, 개념미술, 문학, 텍스트를 조화시키기도 하고, 저항하기도 하면서 작가는 전체론적으로 회화에 현대성을 부여할 방법을 고민한다.
작가는 물의 표현 연구에 뿌리를 둔 우연적 미학을 선보이는데, 이런 우연적 특성은 결국 철저히 계산된 부서지는 파도의 세밀한 표현 덕분이다. 파도의 형상은 흐릿한 밑 작업 속에서 선명하게 나오면서 점차적으로 실체화된다. 이 형상은 가까이 다가올 수록 점점 더 단단하고 구체적인 형태가 되면서 보이지 않는 문턱을 통과하는 순간, 구체적인 실체감과 물리성을 띠게 된다. 그러나 짧은 순간동안 가시적으로 비춰진 물리적 형태가 사라지고 나면, 궁극적으로는 지평선으로 이분화 되어 있는 화폭에 균열을 일으키는 텍스트를 마주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김25의 트레이드마크 과감한 붓터치와 더욱 세밀한 텍스트를 사용한 <Wave Sorry>회화 시리즈를 소개한다. 세밀한 텍스트 회화 스타일에 대한 김25의 탐구를 대변한다면, 텍스트가 가진 함축적, 심미적 표현을 최대한으로 보여주려는 작가의 열망이다. 수많은 텍스트는 다양한 상상이 가능한 열린 해석과 레이어 효과를 더해 망막에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이러한 미적, 문학적 요소들은 우리를 끝없이 펼쳐진 대양(大洋)의 한 가운데로 데려가는데 그것은 밀려오는 파도와 텍스트에 담긴 의미와 관객이 긴밀하게 조우하는 극적인 사건이 된다. 파도가 밀려왔다가 다시 돌아가는 과정들 사이에 교감과 감동이 생긴다. 작가는 그로 인해 파생되는 모호하고 애매한 감정들을 가시화한다. 나아가 이질적 것과의 조우에서 파생되는 무형의 감정들은 작가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인 것이다.
한편, 19세기를 대표하는 문학 작품을 파도에 적어 개인의 향수와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이전 시리즈와 달리 <Wave Sorry>시리즈의 파도는 더욱 거침없고 웅장하다. 이는 낯선 것과의 조우가 단순히 감동과 자기 성찰에서 나아가 공동의 해결 과제인 환경 문제까지 함축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결국 작품은 개인의 성찰을 넘어서 자연을 향한 인류 전체의 반성을 고취시킨다.
김25는 ‘회화의 시인’이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회화라는 고정된 장르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작업 방식 및 매체에 대한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텍스트를 발견하였다. 그는 문자와 이미지의 조우에서 생성되는 감정을 탐구했다. 이로 인해 그의 작업은 재현성과 추상성과 같은 일반화된 특성에서 벗어나, 문학적 감성과 직관을 통한 시적 울림의 공간을 보여준다.
대자연의 유동성, 텍스트의 함축성, 회화의 시각적 요소와 공간성 그리고 그 외 미학적 표현들은 그녀의 독특한 회화 스타일을 형성한다. 사랑하는 모든 것을 바다 위에 기록하는 김25는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적 한계에 도전하고, 텍스트 미학을 창조한다. 작가는 텍스트를 현대미술의 중요한 형식적 도구로 다루고 있으며, 기술, 내용, 심미적 관점에서 회화의 영역을 넓히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25의 신작 시리즈를 대거 관람할 수 있는 이번 전시는 회화와 텍스트, 재현과 추상 틈새의 조우에 깊이 천착하여 독특한 시각 언어를 창조해 낸 작가의 작품세계를 보여주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이다. 거칠지만 섬세한 특유의 표현 방식과 직관적인 텍스트로 독특한 미적 경험을 제공하는 작품들을 마주하며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기대한다.
한편, 김25 작가는 5월 2일부터 13일까지 국회의사당에서 <Poem of May>개인전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