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갤러리에서는 오는 9월 01일부터 9월 18일까지 독창적인 목판화기법으로 주목을 받아온 배남경 작가의 개인전 <춤을 추고 웃는 글자들>展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판화가협회와 강국진 재단이 주최하는 제2회 강국진 판화상을 수상한 배남경 작가의 대형 한글연작 ‘새옷춤빛’과, 전통판화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빛-길-색”, 그리고 티베트 인경원에서의 체험을 반영한 ‘기도하는 사람들’ 연작들을 포함한 한글의 진실하고 선한 아름다움, 진선미를 담고자 한 목판화 작품 약 2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글은 고도의 근본적인 진리를 내포하고도 그 쉽고 간단한 실용성에 담백한 진실성이 있으며 또한 박애와 민주적인 선함이 있다. 그리고 그 글자의 형태는 꾸밈없음으로써 오히려 드러나는 ‘멋 내지 않은 멋’의 한국 미의 전형적인 아름다움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국, 한글은 놀랍게도 진선미를 두루 갖추고 있는 것이다. -작가노트 中-
서울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서양화과와 판화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작가는 독창성을 지닌 다색 목판화 기법으로 2002년도부터 국내외 굵직한 공모전 및 비엔날레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평단에 호평을 받았다. 작가는 전통 목판화 기법을 인용하면서 단 하나의 판을 사용하여 점차적으로 제판하면서 인출, 일판소거법을 사용하여, 수 차례의 제판과 수십 차례의 인출 작업을 거듭하여 회화와 같은 색감과 깊이를 냄으로 평단의 우수한 평을 받아왔다.
한글 연작은 사계절에 각각 새, 옷, 춤, 빛의 글자를 대응시켜서 인생의 가장 중요한 네 가지에 대한 생각을 표현한 것이다. 이 작품은 한글 연작 첫 번째 작품으로서 봄, 자연, 자유를 표현한 것이다.
새: 자연의 생명이 소생하는 봄에 유독 부산스러울 만큼 활기찬 새들은 인간에게 삶의 희망과 자유의 소식을 전하는 전령처럼 느껴진다. 봄의 새싹처럼 여리고 순진한 새는 하늘의 천사 같다. 이리저리 훨훨 날아다니며 아름답게 지저귀는 새소리는 우리 자신도 그들처럼 본래 빼앗길 수 없는 자유와 기쁨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옷: 만물이 무성하게 성장하는 여름처럼, 사람의 인생은 오로지 하루하루 성숙하기 위해 땀을 뻘뻘 흘리며 살아내는 학생이다. 미숙한 학생에게는 선생이 필요하듯이 불안한 인생에는 믿음이 필요하다. (故)김흥호 선생님의 말씀처럼, 땅(ㅡ) 위에 서서 하늘(ㅇ)을 바라보며 “오!”하고 경탄하는 인간(ㅣ)에게 나무처럼 뿌리가 있다면 그제야 비로소 ‘옷’의 모습이 된다. 이렇게 근본(根本)을 얻고 여기에 근거해 믿음을 가지고 선다면 더 이상 무한을 헤매는 방황은 없을 것이다. 비록 흔들릴지라도 뿌리로부터 힘을 얻어 다시 하늘을 향해 성장할 것이다. 옷의 ‘ㅅ’은 그런 의미에서 믿음의 뿌리이자 선생님을 의미한다. 믿음(선생님)을 가진 사람은 옷을 입은 사람, 사람다운 사람이고 그 모습이 ‘옷’이다.
*배남경 작가는 토마스 칼라일의 의상 철학에서 옷이 사람의 입장이요, 나아가 그 사람이 돼버리는 것에 착안하고, 실제로 사람의 형상을 닮은 글자인 한글 “옷”을 선택했다고 한다.
춤: 풍요로운 가을처럼 인생이 무르익는다면 그 열매(眞實)는 기쁨과 아름다움이다. 진실은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 추(醜)해 보이는 진실도 거짓보다는 항상 선하고 아름답다. 또 인생의 어떤 고난과 눈물 속에서도 절대적인 기쁨과 아름다움은 빼앗기지 않는다. 이러한 기쁨에 춤을 추는 것이 예술이다. 기쁨을 표현하지 않고는, 또 아름다움에 참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때, 자신만의 창조적 춤을 춘다.
빛: 갖가지 색은 사라지고 하얀 눈만이 검은 산 위에 쌓이는 겨울, 모두가 생명조차 잃고 본질로 돌아갈 때, 삶의 뿌리는 죽음 임이 드러난다. 죽음은 인생을 빼앗는 것이 아니고 인생에 의미를 주고 완성해주는 것이다. 죽음으로써만 삶은 가치를 얻는다. 인생을 바쳐주는 죽음은 그런 의미에서 영원한 생명일지 모른다. 색을 쌓고 쌓아서 어둠을 그려냈을 때 여백의 맨 종이가 밝게 빛나는 것처럼, 어둠이 극에 달하면 빛은 오히려 더더욱 빛난다. 캄캄한 밤이 별을 빛내듯이, 겨울은 새봄의 씨앗을 품고 있다.
이번 제 2회 강국진 판화상 수상 기념전은, 한국 최초의 행위예술가이자 테크놀로지 아티스트로서, 1971년 국내 최초로 판화 공방을 운영하며 판화 보급에 앞장 섰던 故강국진(1939-1992) 작가의 예술정신과 실험성을 계승 발전 시키고자 제정된 상으로 매 2년마다 개최하며 제 1회 수상자는 권순왕 작가이다. 작업을 하는 것이 삶의 필연적 파도 속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기도와 같다고 말하는 배남경 작가의 깊이 있는 판화 전시는 오는 9월 1일부터 18일까지 금산갤러리에서 선보일 예정이며,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