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는 5월 11일부터 6월 26일까지 한국 근현대 조각사에 굵은 발자취를 남
긴 故 류인(1956-1999)의 개인전 를 개최한다. 2015년 작가의 추모 15주년 기획전 <
불안 그리고 욕망>을 통해 작품세계 전반을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에서 소개한 것에 이어, 이번 전시
에서는 류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남기고 간 최후 유작과 후기 미공개 대표작품들을 선별
해서 소개한다.
권진규의 표현적 리얼리즘 계보를 잇는 구상 조각의 천재로서 평가받는 류인의 작품은 인체를 대상
으로 하되, 형상을 분절하거나 왜곡하는 등의 해체와 표현주의적 재구성을 거듭했다. 에서부터 80년대 후반의 , , 등의 작품
들은 억압되고 왜곡된 인체와 그 인체에 덧댄 입방체 형상의 장벽들을 깨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둘
러싼 틀과 사회로부터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인간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류인은 , 과 같은 작품을 통해 자전
적이고 개인적인 인체에서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체를 형상화하고 시대의 목소리를 제시하기 시작했
다. 특히 은 인체의 일부를 기호화하고 사회적 억압 구조를 대변하는 표현 요
소들을 가미해 한국 현대기에 고뇌하는 인간군상을 보여주었다. 이후 그의 후기 작업들에서는 주제
나 표현적 측면 뿐 아니라 매체적 측면에서도 전작들과 구별되기 시작했다. 인체에 대한 더욱 다양
한 오브제들이 더해지면서, 흙을 모태로 두되 그 경계에서 철근, 돌, 시멘트, 하수구 뚜껑 등을 동원
해 확장된 장으로서의 조각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이번 전시인 는 이러한 후기 류인에 주목한다. 존재론적 측면에서는 삶과 죽음, 개인
적 인간과 사회적 인간 사이의 실존적 경계에서, 그리고 매체적 측면에서는 흙이라는 전통적 매체의
경계에서 그 범주를 조금씩 확장해갔던 경계적 인물로서의 류인을 새롭게 제시하려 한다. 또한 사회
적으로 규정된 경계 속에서 치열하게 그 사이 공간을 사유했고, 그 사유를 처절하면서도 아름답게
시각적으로 표출해온 한 조각가가 다룬 마지막 일련의 형상들을 조심스럽게 소개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