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 )
최영욱의 작품은 달항아리 그 자체에 대한 것이기도 하고 그 속에 내재하는 한국의 미감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의 기억과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도구 이기도 하다. 한국의 도자기에서 나타나는 미감은 인공성과 자연성 사이의 조화와 균형, 긴장에서 발생한다. 조선 시대의 달항아리는 다른 나라의 도자기들과는 차별되는 자연미가 넘치고 순박하며, 인간적인 따뜻함이 나타난다. 최영욱의 달항아리 그림은 이러한 도자기의 형태와 색채를 평면 위에 모방하는 데서 시작된다.
작가는 항아리 자체의 형태와 색채를 세밀하게 재현해 낸다. 그 결과 다양한 색채를 배경으로 한 캔버스 위에 흰색의 달항아리가 하늘에 두둥실 떠있듯이 나타난다. 최영욱의 작품에서 관객을 가장 집중하게 만드는 요소는 도자기에서 발견되는 빙열이다. 작가는 자연스럽게 생겨난 빙열과 오랜 세월을 통해 생긴 색의 변화를 관찰하여 외견상으로는 달항아리를 재현하면서도 형식적으로는 색채와 선이라는 기본적인 조형요소들에 대한 탐구를 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은 기억의 이지미화로 보여지는데, 인간으로서의 삶 전체에 대한 기억들이 달항아리가 품고 있는 조형적인 요소들을 만나 일종의 승화가 이루어 지는 과정으로 나타난다.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선들과 색들을 표현함으로써 작가는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겪게 되는 삶의 질곡과 애환, 웃음과 울음,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어떤 기운이 그 안에 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다. 최영욱의 달항아리는 결국 '소통'을 위한 매개체이고 이를 통해 과거와 현재, 나와 너를 잇는 소통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료로 사용된다. 이러한 방식으로 사물 안에 다양한 이야기를 복합적으로 함축시켜 그 안에 삶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의 모습을 찾아서 담아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