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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한주예슬 : 성쌓고남은돌 [플랫폼엘]

2018.12.04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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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쌓고 남은 돌 The remaing stone  2018.11.28~2018.12.16

 

정보가 차단되어 있고 상황을 스스로 통제하지 못할 때,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사람들은 신비적 요소에 몰입한다. 서로 적대하던 낯선 이웃이 냉면과 함께 얼굴을 드러낸 지금은, 평화를 꿈꾸는 들뜬 희망과 미래의 변화로 인한 예측할 수 없는 불안이 공존하는 시점이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도래할 세계를 신화적 혹은 주술적 차원에서 설명하려는 것이 하나의 예술적 시도가 되지 않을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어린 시절의 근원적 공포를 회상하는 데서 시작하는 <성 쌓고 남은 돌>은 그림 속의 호랑이가 사람이 되어 다른 세계를 건설하는 상상을 담은 작품이다. 영상 속의 목소리는 호랑이 그림에 압도되었던 공포 경험을 말하지만 그 경험에 관한 명확한 언급은 없다. 목소리는 또한 2000년대 초반에 방문한 판문점에서 유사한 체험을 하였던 듯싶다. 파편화된 시각 이미지와 울렁이는 음향으로 전달되는 긴장은 까닭 없는 두려움을 넘어 이내 신비적 상상으로 이어진다.

 

그림 속 호랑이는 액자를 통해 현실세계와 판문점 지하 아지트를 오갈 수 있다. 환상의 아지트는 기둥이 세워진 지하복도를 지나 푸른 하늘에서 햇살이 떨어지고, 벽을 따라 녹색 식물과 아담한 소파가 놓여 있으며, 김이 서린 따뜻한 물이 대리석 폴리곤 사이로 흐르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호랑이는 액자 바깥으로 뛰쳐나와 인파로 붐비는 생소한 거리를 걷는다. 사람이 된 그녀는 해질 무렵 어느 길에서 작은 돌 하나를 발견한다. 이제 그녀는 현실에서 새로운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돌을 쌓는다. 돌로 쌓은 새로운 세계는 다시 영상 밖으로 뛰쳐나와 전시 공간에 놓인다.

 

으레 유아기에 마주한 첫 공포 경험은 억압된 불안이 주변 사물이나 사건에 전이되는 것이라고 한다. 말하자면 ‘모노톤의 우리집’과 대비되는 친척집의 분위기, 어린 아이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가족 간의 서열이나 긴장, 혹은 감지하지 못한 위협이 마침 그 집에 있던 그림에 투사되어 불편한 기억으로 남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때 몸 안에 숨은 가시가 판문점에서 다시 살을 뚫고 나온 이유는? 판문점은 전쟁을 잠시 멈추기로 하였을 때 임시 설치한 경계지점이다. 언제라도 전쟁을 다시 시작하거나 또는 끝낼 수 있는 가변적 상황이 지난 65년간 지속되어 왔다.

 

고전적인 영화비평이 말하듯 1970년대와 80년대의 냉전이 호러영화 붐의 배경이라고 한다면, 반세기 이상 지속된 정전(停戰)이라는 특수한 환경도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기이한 불안을 제공한 것이 사실이다. <엑소시스트>나 <13일의 금요일>등 옛날 호러영화는 기성질서가 불안의 대상을 제령할 수 있다는 다행감을 주는 역할을 했다. 반면 2018년의 <성 쌓고 남은 돌>은 불안의 대상이 우리 안에 녹아들어(“내 것을 편하게 인정한 기분”)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게 한다.

 

한주예슬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 있는 공간을 탐색하고 사소한 사건에 마술적 의미를 불어넣는 작가다. <성 쌓고 남은 돌>에 등장하는 동묘 시장은 작가의 전작들(이사 박스에 다른 차원의 옷이 담긴다는 <뒤틀린 궤짝>, 가공의 예술가가 컨테이너 전시장에 방문한 관객들에게 존재하지 않는 작품을 설명하는 <환영전>등)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글 | 손이상 〮 이것저것평론)

 

 

 

<작가노트>

 

전시 명 '성 쌓고 남은 돌'은 정전 65년동안의 임시적 상황 동안 제자리를 지켰던 판문점의 경계석에 영감을 받아, 판타지를 직조하는 방식으로 실현되었다. 여기서 판타지의 실현은 현실을 방해하는 장애물이 아닌 이성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진리를 가능하게 하는 구조적 조건으로 수행된다. 

 

판문점 내부는 한반도에서 가장 리미날리티(liminality: 도피, 해방, 축제의 공간) 한 공간 중 하나다. 그러나 정전이란 긴 세월 속에 노출되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군사분계선(MDL)이 주는 비현실적인 환상을 넘어 희망이 깨어지면서 찾아오는 환멸의 비용까지 고스란히 치러야 했다. 이들을 상징하고 있는 ‘성 쌓고 남은 돌’은 성을 다 쌓은 다음에 남아도는 돌멩이라는 뜻으로, 쓰일 자리에 쓰이지 못하고 남아 쓸모가 없어진 것, 또는 혼자 남아 외로운 신세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속담이다.

 

전시 공간에는 출입이 가능한 작품이 설치되어 있다. 이 작품은 Temporary, 말 그대로 남북 정전 협정 기간 동안 임시로 쓰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하늘색 건조물을 아지트화 한 것이다. 작품 내부는 실시간 크로마키를 위한 하늘색 천막으로 이루어졌으며, 이때 크로마키 내부에 있는 관객들은 외부의 스크린을 통해서 임시적 판타지들을 만나게 된다. 스크린 속에 들어간 자신 또는 타인의 모습이 가상세계에서 어색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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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예슬 

 

설치미술가이자 영화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작가는 제자리를 지킨다는 것, 버팀 등을 다양한 시각으로 음미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발생하는 영향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처음부터 배제되어 의미를 부여 받을 수 없던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축제의 공간을 연출한다.

 

 

 

[#PLAP2018]

 

한주예슬: 성 쌓고 남은 돌

 

- 일시: 11월 28일(수) - 12월 16일(일), 월요일 휴관, 11am-8pm

- 장소: 플랫폼엘 머신룸

- 티켓: 무료관람

- 오프닝: 6pm-8pm

- 소요시간: 싱글채널 비디오 15’46’

- 관람등급: 전체이용가

- 주최/주관: 한주예슬, 경계혼탁필름

- 후원: 서울문화재단

 

More Info▷ bit.ly/2qInV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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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form-L Live Arts Program 2018

2018. 9. 20. - 12. 16. 

Platform-L Contemporary Art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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