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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소식[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2018.07.12

Writer :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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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2018.07.04 ▶ 2018.07.24

 

 

 

SO.S(Sarubia Outreach & Support)는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이하 사루비아)이 2015년부터 시도해온 중장기 작가지원 프로그램이다. 본 프로그램은, 전시와 같은 창작의 결과물 이면에 감춰진 작가의 수많은 시간과 노력, 과정 속에 큐레이터를 비롯한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여 그들의 고민을 공유하고 또 다른 발전 가능성을 모색함으로써, 작가의 창작활동을 중장기적으로 지원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17년 4월 공모를 통해 A, B, C그룹 총 6인의 작가(A그룹 - 이희현/박상희, B그룹- 이인성, 조은필, C그룹-김보민/이병수)선정 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SO.S 2017-18 프로그램의 진행결과를 보여주고 그에 대한 적극적인 피드백을 구하는 자리이다. 

 

국내 신진작가 지원프로그램이 대부분 35세 이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35세 이상 45세 미만의 작가군은 신진을 거쳐 중진작가로 나아가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SO.S C그룹은 독특한 조형 언어를 토대로 비교적 이른 시기에 미술계에 소개됐으나, 획일적인 전시시스템 아래 반복적으로 소비되면서 작품의 근본적인 주제의식이 조형 형식에 국한되어 단선적으로 해석되거나, 작품 고유의 형식적 혹은 장르적 특성상 적절한 동기부여와 피드백의 부재로 창작과 발표를 지속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C그룹의 프로그램은 심도있는 대화에서 출발하여, 작가의 작품 포트폴리오 및 프레젠테이션에 대한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하고, 기존 작업을 다시 성찰하는 가운데,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지점을 함께 찾아가면서, 그에 대한 지속적인 피드백을 나누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병수는 현실에서 확신하는 모든 것들을 경계하고, 그 이면의 불확실한 영역을 가시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이어왔다. 확신의 부재에 대한 그의 탐구는, 그것을 확실한 것으로 전환하기 위함이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하고 희미한 그 상태를 부각함으로써 그와 관련한 사회, 문화적 구조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는 작품의 전개방식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그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는 새로운 시도들이 기존의 작품의 맥락과 어떻게 일관성과 차별성을 둘 수 있는지를 면밀하게 분석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공유된 가상의 세계를 위한 송시

 

이병수의 작업은 줄곧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장소를 탐색하고 조사하면서 그 장소와 연관된 여러 층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했다. 작가가 읽었던 장소는 그가 거주했던 동네나 귀갓길에 보이는 가로수처럼 쉽게 닿는 곳도, 남극대륙 같이 일반인은 접근이 어려운 극지도 있었다. 작가가 찾아낸 의미 또한 아버지의 과거처럼 개인적인 것에서부터(<청사진> 2012), 수몰된 지역의 집단적인 기억(<인식의 각도> 2012)이나 인간의 보편적인 상상력과 믿음에 관한 것까지(<관악산 호랑이> 2010-12) 다양했다.

 

장소에 기반을 두고 진행되어 온 이병수의 작업은 그 장소에서 읽은 바를 시각 언어로 전환한 일종의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이 번역 작업은 출발어와 도착어가 매번 달랐다. 작업을 위해 마주해 온 장소들이 모두 달랐고, 번역해 낸 결과물 또한 자료 아카이브, 영상, 사진, 설치, 퍼포먼스 등 계속 다양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소에서 의미를 발굴하고 그것에 어울리는 매체로 형식적 옷을 입혀 내보낸다는 틀 안에서 그의 작업은 일정한 궤를 같이 해 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 또한 특정한 ‘장소’에서 시작한다. 전시를 이루고 있는 두 개의 작업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2018)와 <잇따라서>(2018)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지정학적인 의미 외에도 그 외연에 대해 다소 특별한 정서를 공유하고 있을 ‘백두산’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이번에 작가가 도달한 작업의 양상은 이전의 작업들과는 확연히 달라진 듯하다.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는 최남선이 1926년 7월 29일부터 8월 7일까지 백두산을 걸어 살피고 돌아와 이듬해 출간한 『백두산 근참기』라는 수필에 바탕을 둔 영상 작업이다. 그동안 작가의 주된 결과물이었던 자료 아카이브와 사진이라는 매체는 무언가가 ‘있다’ 또는 ‘있었다’는 것에 대한 증거로 작용하는 지표적 기호다. 지표적인 매체를 사용해 장소와 작업 간에 인과적 관계와 실존적 유대가 있었던 전작들에 반해, 이번에 작가가 만들어 낸 결과물은 데이터로부터 이미지를 생성하는 컴퓨터 그래픽스 영상이다. 여기서 데이터란 작가가 입력한 설정값이며, 그 값의 출처는 90년 전 백두산을 보고 온 이의 증언이다. 침엽수로 가득한 흰색 숲을 천천히 오르는 시점으로 시작해 마치 조물주가 세상을 만들 듯 산맥의 높낮이와 웅장한 물웅덩이가 생겨나는 광경은, 백두산을 촬영하거나 백두산 이미지를 수집해서 만든 장면이 아니다. “자줏빛으로 황금빛으로, 오색으로 칠채로, 푸르다 하자니 거덕지고, 누르다 하자니 까부러지고, 검다기에는 맑고, 희다기에는 진한” 백두산 천지의 빛은 그것을 보고 온 최남선의 말에 기대, 마치 증인의 말을 듣고 그린 몽타주처럼 만들어 낸 이미지인 것이다. 

 

장소에 대한 누군가의 인식과 기억을 재료삼아 재구성한 이 화면은 백두산이라는 원본과 외관상 매우 유사하지만 추상적인 화면으로 보이기도 한다. 구체적인 자료들과 일종의 증거물을 통해 장소가 가진 의미의 층위를 매우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늘어 놓았던 이전 작업들과 달리 정제와 추상화를 거쳐 제시된 이번 작업은 독해와 해석이 아닌 감각과 감상의 대상으로 그 지평이 확장되었다. 

 

한편, 작가가 <잇따라서>의 증언으로 채택한 이미지는 ‘구글어스’ 위성이 촬영한 백두산 천지의 풍경이다. 구글어스는 수년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장소를 즐겨온 경험 방식이었다. 우리는 이 서비스를 통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세계 어느 한 구석의 절경을 구경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돌 수 없는 그리운 지역을 바라보기도 한다. 스크린을 통해 보는 백두산 역시 가상이지만 실재하고, 실재하지만 촉지할 수 없는, 아무도 가본적 없지만 모두가 알고 있는 공유된 가상의 세계다. 작가 또한 백두산이라는 장소를 스크린으로 경험했고, 그 경험을 재료로 하여 작업이라는 5분여의 완결된 세계를 만들었다. 

 

언뜻 보면 이 작업은 와이어프레임으로 모델링한 골격 위에 명암과 색을 입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작가는 위성이 미리 찍어둔 천지의 모습을 시간을 달리하여 캡처하고, 여기에 바람과 구름 등의 요소를 추가하여 ‘원본’을 만든 다음, 그 원본의 골격을 선으로 따서 만든 그래픽 영상을 병치하여 이미지 사이의 선후관계를 교란시킨다. 실제가 선재하지 않고도 장소가 존재할 수 있을까, 그것이 실제라는 증거는 어디에 있을까. 

 

천지 위에 해가 뜨고 지는 하루의 풍경을 압축한 평화로운 화면 위에 불어오는 <잇따라서>의 유유한 바람소리는 ‘이 아름다움을 이렇게 보는것 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작가가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에 삽입한 “세상에 이렇게 웅장한 산악을 실제 무대로 하여 이렇게 뛰어나고 웅장한 사실을 연출할 키네마가 어디 있을까” 라는 달뜬 목소리는 ‘이 장관을 당신도 꼭 실제로 보아야만 한다’고 말한다. 상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두 작업은 공유된 가상의 세계, 즉 장소의 원본이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다. 

남선우|일민미술관 큐레이터

 

 

 

전시제목   SO.S (Sarubia Outreach & Support)

전시기간   2018.07.04(수) - 2018.07.24(화)

참여작가   이병수

관람시간   화-토 11:00am - 07:00pm / 일 12:00pm - 06:00pm

휴관일   월요일 휴관

장르   영상, 설치

관람료   무료

장소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창성동 158-2 지하)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연락처   02-733-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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