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표현을 위한 소재로 천을 선택한 정다운 작가는 천 표면의 질감, 색채, 패턴의 조형요소들로 새로운 형태를 창조한다. 여기서 캔버스 틀은 회화 공간을 3차원적 공간으로 확장하는 실험장소가 된다. 반복되는 선의 대조 속에서 선들이 면을 이루고, 면과 면의 중첩으로 공간을 만들어내는 지점이 가장 흥미롭다는 작가는 색과 줄무늬의 반복적인 조화를 통해 회화 공간을 시각적으로 분할시키며 역동적인 공간으로 만든다.
천이라는 매체를 사용하여 그린 ‘패브릭 드로잉(Fabric Drawing)’은 어떤 정확한 이야기나 특정한 메시지를 담기 보다는, 작품을 만드는 방법과 과정, 재료 그 자체로 존재한다. 캔버스 틀에 패브릭을 당기고, 펼치고, 감싸고, 묶는 과정 속에서, 색과 줄무늬 패턴의 팽창과 왜곡은 새로운 이미지를 구현하며 감상자에게 촉각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캐릭터 키티(Kitty)의 얼굴을 하고 한 손에는 담배를 쥔 비벤덤(Bibendum).혹은 좌절하거나 승리의 ‘브이’를 들어보이는 비벤덤은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타이어 회사 미쉐린(Michelin)의 캐릭터의 모습과는 다소 다른 모습이다. 어렸을 적부터 캐릭터들을 똑같이 그리거나 자신의 방식으로 변형시켜오던 SAMBYPEN은 비벤덤의 둥근 모습에서 동질감을 느꼈고, 지금까지 작업의 모티브가 되고 있다.
그래픽과 패러디를 통해 시대를 반영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는 그의 작업은 스스로가 ‘페이크 아트 Fake Art’라고 칭하며,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경계를 알 수 없는 현대사회의 모습을 대변하기도 한다. 키치한 색감과 과감한 선은 친근하면서도 약간의 낯섦이 담긴 SAMBYPEN의 비벤덤을 조금 더 세련된 이 시대의 모습으로 변모시킨다.
세상을 살아가며 만나게 되는 수많은 인연은 ‘나’를 이루는 하나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말로 표현하기도 애매한 타인과의 복잡한 감정 속에서 정운식은 ‘나’를 돌아보고 우리라는 관계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고민한다. 이렇게 작가는 관계 속 수많은 연결고리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그 대상은 주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존경하는 인물의 초상이다. ‘얼굴’이 단순히 인체의한 부분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과 가치관 등을 대변하는 요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가 재료로 사용하는 철판을 겹겹이 쌓아 층을 내어 만든 대가들의 모습은 평면회화와는 또 다른 재미를 제공하며, 그들 개개인과 감상자의 인생의 깊이에 대해 생각하게끔 유도한다.
권봄이는 수백 장의 종이를 말아 단단한 종이 기둥을 만든다. 약하기만 한 종이의 본성을 지우고 견고한 물성 부여하는 일이기도 한 종이말이 작업은 불필요한 잡념을 비우고 철저히 창작에만 몰입하여 작가 자신의 내면을 가다듬는 행위이다.
의식과 무의식, 기계적 반복과 창작이 반복되는 이 과정은 결국 ‘원’이라는 순환의 이미지로 탈바꿈한다. 크고 작은 종이 기둥들이 빼곡히 밀집된 그의 작품은 선, 면 그리고 입체로 이어지는 무한의 순환이 느껴지며, 다채로운 색상의 종이 기둥들이 하나의 리듬감을 형성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