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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ouble들불처럼 번지는 미투…"개인적 용기에서 사회적 연대로"

2018.02.06

[뉴시스] 유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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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시스】 하경민 기자 = 1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부산여성단체연합 등이 법무부·검찰 조직 내 성폭력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18.02.01. [email protected]

직장인들 블라인드앱에 회사 공개하며 폭로 봇물
문화예술계·대학가도 "나도 당했다" "지지 성명"
"폭로성보다 개인의 자기 선언…연대 열망 높아"
"더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는 용기와 결단 반영"

서지현 검사가 검찰 내부에서 겪은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이후 성추행·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직장가와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로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투 운동이 단순한 고발에 그치지 않는다"며 쉽게 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더 이상 왜곡된 것을 참지 않겠다'는 개인들의 의지와 선언이 연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6일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는 직장에서 겪은 성희롱이나 성추행 경험을 폭로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 인증을 거쳐야 가입할 수 있는 직장인 익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다. 이 앱에 따르면 지난 1일 신설된 '미투' 채널 게시판에는 이날 오전 11시께까지 1328개의 폭로 글(삭제 게시물 포함)이 올라왔다.

공기업 직원이라고 밝힌 한 이용자는 "사원 2년차 아버지뻘 본부장이 회식 자리에서 소주병 주면서 하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며 '미스김 회장님 술 한잔 드리면서 애교 좀 부려봐 한 번'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남겼다.

한 작성자는 "넌 날 기분 좋게 만들어야지, 왜 살랑거리는 맛이 없어?"라고 말한 회사 사장 발언을 폭로해 공분을 샀다.

한 이용자는 직장 내 성희롱을 고발하며 "어디서 말도 못 하고 집 가서 거의 매일 울었고 성격도 예민해지고 모든 사람한테 불신이 생겼다. 결국 안 되겠다 싶어서 플젝(프로젝트) 끝나고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피해 후 겪은 고통을 공유하기도 했다.

【통영=뉴시스】신정철 기자 = 통영YWCA 등 15개 경남 시민단체 회원 100여명은 5일 오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앞에서 서지현 검사를 지지하는 기자회견과 함께 '미투(Me Too)' 캠페인을 벌였다. 이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흰색 장미꽃을 가슴에 달았으며, 서지현 검사를 지지·응원한다는 의미에서 '미투(Me Too)' 캠페인의 대표적 문구인 '# Me Too', '# With You' 등이 적힌 손팻말도 들었다. 2018.02.05. [email protected]

회사 이름을 내건 폭로도 다수 올라오고 있다. 매달 회장이 방문하는 날 여직원들이 격려 행사를 한다는 한 기업과 회장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여직원들에게 장기자랑을 시켰다는 또 다른 기업에 대한 글도 성토 대상이다.

문화예술계에서도 미투운동이 다시 힘을 받고 있다. 지난 2016년 SNS상에서는 '#문단_내_성폭력' '#미술계_내_성폭력' 등 태그를 달며 성폭력을 고발하는 행동이 이어진 바 있다.

최근 한 여성 감독이 동료 여성 감독을 성추행해 징역형을 받은 사실이 피해자 감독의 SNS 폭로로 드러났다.

한국영화감독조합은 가해자인 A감독을 제명했다. 지난해 A감독에게 올해의 여성영화인상을 준 여성영화인모임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수상 취소 논의에 들어갔다.

대학가에서도 SNS를 중심으로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한 대학원생은 SNS를 통해 교수와 강사로부터 겪은 성희롱 사실을 고백했다. 그는 결국 자퇴서를 작성했다가 마음을 돌려 미투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결심했다며 "빛을 보고 싶다. 이미 오래 어두웠다"고 적었다.

연세대 온라인 익명게시판 '대나무숲'에는 한 제보자가 중학교 때 남학생들로부터 언어적 성희롱을 당한 사례를 올렸다. 그는 "중학교 때 경험들은 사춘기 남학생들이 벌인 장난 같은 거라고 그냥 이해하라고 강요받는 상황이 올까 두려워 아직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억울하다. 왜 주변에서는, 인터넷 상에서는, 가해자를 '이해'하려는 반응과 댓글들이 존재하는지"라고 적었다.

서 검사의 모교인 이화여대의 학생들은 지지 성명서를 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는 지난 3일 재학생 등 670여명과 교내 32개 단체 명의로 "한국 사회는 지금까지 피해자들의 증언을 막음으로써 '성폭력을 묵인하는 사회'를 유지해왔다. 이제 그동안 침묵을 강요받았던 피해자들이 하나둘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며 서 검사의 용기를 지지하고 연대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이화여대 총학생회가 지난 3일 낸 서지현 검사 지지 성명서 (사진 이화여대 총학생회 SNS 갈무리)

정영훈 한국여성연구소 소장은 "미투운동은 개인의 용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연대로 가자는 움직임"이라며 "더이상 참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조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 소장은 "강남역 살인사건 당시 젊은 여성들이 포스트잇 운동을 하는 등 많은 오해와 왜곡에 맞서기 시작하면서 영향을 많이 미쳤다"며 "연대를 향한 열망이 높아졌기 때문에 비슷한 운동이 계속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문화평론가도 "과거 집단주의에서 개인 중심으로 가치관이 바뀌면서 일상에선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인식이) 많이 생겼다"며 "국가기관 등 집단은 잘 못 따라왔다. 검사 집단에서도 이런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년전 문단 내 성폭력 해시태그 운동이 이번엔 미투로 바뀌었는데, '폭로'보다 개인의 자기 선언 같은 느낌을 많이 준다"며 "과거엔 고발성이 강했다면 이번 미투운동은 고발성에 '내가 더 이상 이렇게 살지 않겠다'는 나의 용기와 결단이 반영됐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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