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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소리없는 아우성' 역사 속 침묵의 공간을 필름에 담다

2018.10.22

[뉴스1] 여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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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관 개인전 'The Mulch and Bones'

권순관 '초상 1 2 3', 2018.(학고재 제공)

검푸른 바다가 끊임없이 밀려와 바위에 부딪친다. 거센 파도는 솟구치고 부서지며 흰 포말을 뿜어낸다.

7m에 이르는 거대한 크기로 압도하는 이 사진작품은 권순관 작가의 신작 '파도'이다. 화면 속 역동적인 파도의 모습은 마치 '소리없는 아우성' 같다.


권순관은 폴 발레리의 시 '바다의 묘지'에서 영감을 받아 제주 4.3 항쟁 때 학살 당한 뒤 바다에 버려진 희생자들을 떠올리며 이번 작업을 진행했다. 표선해변 일대에서 보름 밤낮을 파도와 온몸으로 맞서며 촬영한 결과물이다.

개인전 '멀치 앤드 본스(The Mulch and Bones)'가 열리고 있는 학고재에서 만난 권순관 작가는 "역사에서 주류가 아닌 감춰져 있던 것들, '침묵의 공간'에 있는 것들을 현재로 불러오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부분 디지털카메라로 작업하는 요즘에도 대형 필름 카메라를 사용한다. 바닷가, 야산 등 현장에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하고 암천을 뒤집어 쓴 채 촬영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사진들은 모두 스위스 회사인 지나(SINAR)사의 8x10인치 대형 카메라로 촬영한 것들로 A4 크기의 필름을 사용해 수백 수천의 찰나를 포착했다. 또 필름이 바닷물에 젖고 부식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우연한 효과들을 사진에 그대로 남겼다.

권순관 '어둠의 계곡', 2016.(학고재 제공)

권순관 작가와 신작 '파도'., 2018/.(학고재 제공)

지하 2층 전시장에서는 괴이한 소리가 반복적으로 흘러나오고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컴컴한 화면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다.

빛 한 줄기 새어나오지 않는 빽빽한 수풀을 담은 작품 '어둠의 계곡'은 작가가 노근리 미군 민간인 학살사건이 일어난 곳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아 촬영했다.

작가는 나무의 뿌리 덮개 아래 희생 당한 사람들의 뼈가 있을 것임에도 겹겹이 쌓인 잎사귀들이 그 위를 덮고 있는 것을 보며 셀 수 없이 많은 층 속에 숨겨져 있는 비극적인 한 시대를 발견한다.

또 작가가 DMZ에서 17시간 동안 채집한 소리를 1분이라는 시간 안에 겹쳐 놓은 작품 '소용돌이 속으로 떨어지다'는 '어둠의 계곡'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밖에도 내면의 초상을 담으려 했던 프란시스 베이컨의 작품을 닮은 비전향장기수들의 얼굴을 찍은 '초상' 시리즈 등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11월10일까지.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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