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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그림 제목 '평화'라 붙이고 싶었던, 이응노 미공개 '군상' 공개

2018.04.17

[뉴시스] 박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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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응노, 군상(people),1987_한지에 수묵_Ink on Korean paper_35x56cm

가나문화재단 '이능노 군상-통일무'展 60점 전시

"백지 위에 그리는 묵화는 내가 피카소보다 단연 낫지" 하던 고암 이응노(1904~1989)는 동·서양의 조형 세계를 아우르는 독창적 화풍을 구축했다.

1980년대 탄생한 그의 대표작 '군상'시리즈는 인간의 형상을 담아낸 수묵추상으로 이응노의 작업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내 그림은 모두 제목을 ‘평화’라고 붙이고 싶어요. 모두 서로 손잡고 같은 율동으로 공생공존을 말하는 민중그림 아닙니까? 그런 민중의 삶이 곧 평화지 뭐. 이 사람들이 바로 민중의 소리이고 마음이야. 요즘은 자꾸 이것만 그리게 되는데 사실 이걸 시도한 지는 오래 전부터지요. 감옥 생활하기 전부터 생각했던 주제인데 감옥이 내게 자극을 주어서 형상화 시키는데 도움이 된 셈이지요." (이응노, '일요뉴스'(1988.10.23)에서 발췌)

이응노의 작업들은 그간 ‘추상’이라는 의제를 통해 평가되어 왔으나, 그의 궁극적인 관심은 늘 ‘인간’에게 있었다. 이는 1945년 광복 전후 한국 화단을 풍미한 전통적 수묵양식을 벗어나려는 의지와 새로운 조형언어 탐색이라는 노력과 맞닿아 있다.

그는 인간의 형상과 그 움직임에서 조형적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를 그가 처한 시대 상황에 맞춰 다양한 기호로 변주했다. 특히 1945년 광복 직후부터 1950년대 중반에 이르는 혼돈의 시대 속에서 곤궁한 환경을 버티며 살아가는 서민들의 일상에 주목하였는데, 이들에게서 생동하는 기운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서민의 모습을 거칠고 자유분방한 필묵으로 추상화시켰고, 이는 '군상' 시리즈의 기원이 되었다.

◇고암 이응노는 누구

1904년 충청남도 흥성에서 태어나, 1922년 서화계 대가인 김규진의 문하에서 문인화와 서예를 배우며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이후 '조선미술전람회(朝鮮美術展覽會)'에서 묵죽화로 여러 차례 수상을 하며 대나무를 잘 그리는 화가로 이름을 알렸으나, 전통을 그대로 답습하는 서화의 고루함을 벗어나기 위해 1935년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

일본에서 이응노는 근대적 미술 교육 기관인 가와바타미술학교(川端畵學校)을 졸업하고, 장식적 색채를 구사하는 일본 남화의 대가 미쓰바야시 제이게츠(松林桂月)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그 후 묵화위주의 문인화에서 벗어나 사실주의적 풍경화를 그리기 시작하였으며, 광복 전후 무렵 점차 반추상 양식의 풍속적 인물 그림에 몰두한다.

이러한 반추상적 인물화는 그가 1958년 프랑스로 이주하게 되면서 변화를 보이는데, 당대 프랑스 화단에서 유행했던 ‘앵포르멜(informel) 운동이 그 계기가 된다. 이응노는 엥포르멜의 표현주의적 추상 화면을 통해 서예의 추상성에 주목할 수 있었고, 이는 동양의 문자를 해체하여 기호화된 문자 추상이라는 독창적 조형 언어의 구축으로 이어졌다.

【서울=뉴시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1, 2, 3관에서 '이응노 군상-통일무(群像 -統一舞)'전이 18일부터 5월7일까지 열린다. 가나문화재단은 미공개된 '군상'연작 40여 점과 옥중에서 제작한 조각 2점을 포함하여 총 6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응노는 사후에도 유명세를 유지하고 있다. 타계 30주기를 한 해 앞둔 올해에도 국내외 전시가 잇따르고 있다. 우선 오는 6월 9일부터 11월 19일까지 프랑스 파리 세르누쉬(Musée Cernuschi) 미술관에서 이응노 회고전이 열린다. 미술관측은 “20세기 서구와 극동 아시아의 문화적 교류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로 고암을 지목해서 그걸 기념하는 전시”라고 홍보하고 있다.

'군중을 그리는 사람: 이응노'라는 주제로 1950년대부터 1989년까지 그의 작품세계를 비교해 볼 수 있도록 선보인다. 전시 타이틀이 말해주듯 ‘군중(群衆)’ 주제다. ‘인간 시리즈’의 다른 말이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도 1999년 '고암 이응노 10주기전'에 어이 20년만에 ‘이응노 군상-통일무'전을 18일부터 연다.

가나문화재단이 그동안 미공개된 '군상' 연작 40여 점과 옥중에서 제작한 조각 2점을 포함, 총 60여 점의 작품을 공개하는 전시다.

'통일무'는 생전 작가가 “통일된 광장에서 환희의 춤을 추는 남북의 사람들”이라고 설명한바 있다.

우리 한반도 자연의 신비인 전남 해남 지방의 '가창오리 떼' 군무가 연상되는 작품 시리즈는 1989년 서울에서, 그러나 생전에 마지막이 된 회고전에서 선보였었다.

【서울=뉴시스】 가나문화재단, 군상People, 1983, 한지에 수묵담채, 27.5x43cm

그 전시회를 찾았던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은 "당시 감회도 지금 선명하지만, 그때 그 전시회의 감동을 글로 남긴 한 안목가의 기록이 아무래도 호소력이 있다"며 최정호의 ‘고암 이응로 화백,’ '사람을 그리다'에 나온 글을 소개했다.

"되물릴 수도 지울 수도 없는 운필(運筆)의 운명적 일회성, 빛도 빛깔도 없는 수묵의 음영(陰影) 속에서 빚어지는 자유분방한 붓놀림의 역동성과 율동, 그것이 백지에 번지며 피어오르는 형상의 기운생동(氣韻生動). 그렇다. 이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천여 년 동안 종이에 붓을 놀려본 우리들의 전통 속에서 익힌 그 서예의 기법으로 전통적인 산수화가 아니라 현대적인 회화세계에 과감하게 뛰어든 고암만이 능히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 전시는 고암 이응노의 평생의 염원이 깃들어 있는 통일의 춤이자, 민주의 춤인 '군상' 연작을 통해 그가 이룩한 예술적 성취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이응로 예술의 정점인 '군상의 수묵화'를 통해 일필휘지에 의한 모필의 정수를 느껴 볼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5월 7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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