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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철’없는 현대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철들다

2018.03.23

[머니투데이] 천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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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기 국립민속박물관장.

옛 선인들은 아침에 일어나 하늘을 쳐다보고 천문(天文)을 깨치고, 땅을 내려다보며 지리(地理)를 읽었다고 한다. 그러면 요즘 현대인은 어떻게 천문과 지리를 깨달을까? 그 답은 달력에 있다. 달력은 정말 다양한 천문 지식의 보고다. 서기 몇 년, 단기 몇 년, 불기 몇 년 등 년도, 양력과 음력으로 1년, 12개월, 365일, 7요일, 24절기, 명절, 경축일, 국경일, 각종 기념일 등이 표기되어 있다. 그래서 달력만 보면 우주천문역법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다. 또한 현재 본인이 위치하고 있는 지리적 좌표가 옛날의 지리에 해당된다면 요즘 자주 사용하는 내비게이션이야 말로 우리에게 인문지리와 자연지리 정보를 동시에 제공해 주는 산물이다. 즉 현대인들은 달력을 통해, 내비게이션을 통해 쉽게 천문지리를 읽고 있는 셈이다.

하늘에는 해와 달과 별이 떠있다. 우리 조상들은 낮에는 해를 보고, 밤에는 달과 별을 헤아리면서 철을 알았고, 계절의 변화를 읽었다. 해는 지구의 공전에 따라 밤낮의 길이가 변하고, 봄․여름․가을․겨울이 24절기 철따라 바뀐다. 전통 농경사회에서는 계절(온도)의 변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양을 따라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고, 수확하는 시기를 가늠하였다. 24절기는 해의 위치에 따라 자연현상의 기후 변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태양력이다. 그러면 밤의 지배자 달은 어떠한가. 초승 보름 하현으로 이어지고 다시 초승 보름 하현으로 죽음과 재생을 거듭하는 ‘죽음 있는 영생하는 삶’의 상징이다. 달은 강인한 생명력과 무한한 부활의 힘으로 반복하여 재생한다. 그래서 달은 바다의 조수와 여성의 생리 주기와 상관성을 지닌다. 달과 물과 여성이 더불어 생명력 상징의 삼위일체가 되는 것이다. 달의 변화는 한국인의 생리적인 삶의 리듬뿐 아니라 문화적인 삶의 리듬까지를 지배한다. 전통사회의 세시 명절은 대부분 달을 중심으로 하고 기준으로 삼는다.

24절기와 전통명절이 바로 철을 아는 기준이 된다. 농민으로서는 이것을 아는 것을 “철을 안다”고 했고 “철을 안다”든가 “철이 났다”든가 하는 말은 소년이 성인이 되고, 또한 성숙한 농군이 됐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철은 계절을 의미한다. 예나 지금이나 “제 철을 안다”는 것은 참 중요하다. 그런데 작금의 현대인들은 제철이 따로 없는 과일과 야채를 먹고, 냉면을 여름음식으로 잘못 알고, 한겨울에도 짧은 옷을 입고 지내니 철을 모른다. 그래서 ‘현대인들은 철이 없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철없는 현대인을 철들게 하기 위해서 다양한 행사를 매년 철철이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 준비한 명절과 절기 행사는 설날, 입춘, 정월대보름, 이월초하루, 삼월삼짇날, 단오, 백중, 추석, 입동, 동지 등이다. 바로 철 들 수 있는 절기와 명절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을 행사는 삼월삼짇날이다. 꽃으로 화전을 만들어 먹으며, 봄 소풍을 가는 날이다. 소풍 가듯이 국립민속박물관으로 오셔서 봄과 꽃 대궐을 즐기시길 기대한다. 이처럼 국립민속박물관에만 자주 오면 명절 의미를 알게 되어 제철을 알게 되면서 철들게 된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철없는 현대인들이 철들 때까지 그 역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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